시선을 끄는 글이 있어 옮겨 게재한다.
< 이 땅의 50대 !! >
이름 없는 슬픈 40대가 있다면
여기에는 불감증의 50대가 있다.
누가 우리를 그렇게 부르지 않아도
은연중에 감추어 온 불감증에 문득문득 소스라치며
우리는 지금
남몰래 머리를 염색하고.
주름살을 감추려 날카로운 칼날에 몸을 맡긴다.
아무런 느낌도 없이…………
조선징용 병의 목을 베면서
일본 칼이 얼마나 잘 드는지 시험 했다던
전쟁의 기억은 저녁마다
아버지의 술상으로 초대 되었고
꺼이~~ 꺼이~ 우시다가 잠 들 때까지
우리는 그냥
찍~찍 거리는 라디오 주파수만 잡고 있었다.
그런 부모들은 암시장에서
미제 초콜릿을 사다 소풍 가방을 채워 주었고
신이 난 우리들은
힘차게 발 맞추어 노래했었지.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학교 복도는
널브러진 시체 사진 전용이었고,
다리 밑은 문둥이로 가득 찼고,
길바닥은 거지들로 가득 찼고.
도시는 피난민으로 가득 찼고,
전쟁통에 아기 잃은 엄마들의 가슴이 터져버려서
사장 바닥은
미친년으로 가득 찼었지…….
그래서 배운 것이라곤,,,,,
주변을 둘러보지 말라!
마음 독하게 먹고 앞만 보고 걸어라!
살아 남으려면 그리하거라!
쉬잇~~~~
언니 오빠들이 총을 맞고 쓰러지던 4.19도
처음 배우는 “쿠데타’라는 단어도
모두 다 생소하기만 한 첫 경험에 불과했다.
“생리대”라는 단어도 없었고
“사랑”이라는 말은 성경에서만 당당했는데
그래도
“연애에 실패해서…”란 문장은 도처에 시퍼렇게 살아
“결국은 자살했다.”라는 술어를 대동하며
막강한 힘을 과시했었지.
그래서 연애는 도박이었고
결혼은 비겁한 피난처였다.
자유를 저당하고
자아를 배반하고
배움을 기만하고
사회를 유기하고
허상이 기다리는 미래를 향해
국적 모르는 “웨딩드레스”를 걸쳐 입었지.
독일 땅으로~~~~
이 땅의 석학들이 광부로 떠나가고,
새파란 이 나라의 처녀들이
치매 환자 똥오줌을 받으러 나갔을 때도
우리들은 그저
송금을 기다리는 동생들로 남아있었지.
처음 보는 신기한 우표를 모으면서……………
듣도 보도 못한 신천지가 있다면서
용기 있는 자들이 브라질로 떠났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이민”이라는 단어를 배웠고
이 땅에서도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경악했었지.
오천 년을 속아 살았다는 느낌이었지!
그래서 우리는
막연하기 그지없는 외국행을 위해
“병아리감별 학원”이 미어터지도록 등록하고.
뭐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되겠지…하고 기대하며
어영부영 하세월을 보냈었지...
모든 것이 처음인 우리에겐
판단은 불가능했고
비판은 불손이며
자립은 불가항력이었으니까....
세상이 뒤바뀌고 정신을 가다듬어
“잘 살아보세~~”를 외칠 즈음
누나들은 가발공장에서 피 토하고
달동네가 매질에 밀려 쫓겨날 때도
우리는 그저 보고만 있었었지.
비겁은 관례였고
타협은 필수였으며
희생은 그 시대의 훈장이었으니까…
그래~~우린 그리 살았어!
그런데
갑자기 어느 날
무너진 성수대교도, 삼풍아파트도
모두가 다 우리 세대 책임이라고
이 땅의 30대에게 꾸지람을 듣고
어색하고 억울하여
주변을 살펴보니………
이미 우리는
일터에서 퇴출당하고,
사회에서는 신용불량자로 매장했는데
가정에서조차
내 칫솔 하나도 제자리가 없이 굴러다니는
50대들은 지금
남몰래 머리를 염색하고.
주름살을 감추려 하고 있다.
이 땅의 40대가 이름 없음을 한탄할 때,
그리고.. 한 맺힌 70대가 살아남았음을 자위할 때,
해방도 독립도 어부지리로 얻은
우리 50대 영혼들에겐
이 땅의 부모에게 은신처가 되기 위해서
감성이란 놈은
혼란만 야기시키는 썩어빠진 것!!
이 땅의 동생들과 후배들에게
바람막이가 되고 싶었던 우리들에겐
감성이란 놈은
애증만 유발시키는 지랄 같은 것!!
이제,,, 오줌 털 기력조차 눈치가 뵈는
50대도 다 써먹은 나이가 되어
누구의 은신처도 바람막이도 되지 못한 채
보험 든 목숨들을 부러워하며
은근히
포장마차 차리는데 얼마나 들까…??
그래도 한가지 믿는 구석은
불감증으로 버틸 수 있는 데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것!
아무런 느낌도 없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사진 속의 주검들을 볼 때처럼!
우리에게
희망은 언제나 낯설었고
미래는 더더욱 생소했으니까~
한국의 50대
바로 이 땅의 50대 !!!!!!!.................
- 옮겨온 글 -
2006년 10월 3일 여의도 강변에서 열운(洌雲)
첫댓글 봄 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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