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6월 19일 금요일, 맑음.
아침식사를 호텔 식당에서 한다. 오전 7시다. 시간에 맞추어서 내려간다. 젊은 여자 직원이 친절하게 맞아준다. 먼저 커피 주문을 받는다.
말에 서툴러 망설이는 우리에게 에스프레소보다 카프치노라는 말을 먼저 들려준다. 자국민에게는 에스프레소를, 외국인에게는 카푸치노를 자연스럽게 권한다.
형은 아메리카노를, 아내는 따듯한 우유를 부탁했다. 카프치노를 갖다 주는데 카페 라떼와 똑같다. 매일 접하게 되는 커피에 대해서 알아봤다.
미국식 커피를 가리키는 아메리카노는 제2차 세계 대전 때 이탈리아에 주둔한 미군이 에스프레소를 물에 타 마시던 것에서 붙은 이름이다.
마키아토는 이탈리아어로 ‘얼룩진’이란 뜻이고,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소량 올린 커피다. 카푸치노는 이탈리아 카푸친 수도회 수도사의 복장에서 유래했다.
에스프레소 기반의 커피 음료로, 전통적으로 스팀 우유와 함께 제조된다. 카페 라테에 비해 우유의 양이 적고 거품의 양이 많다.
색깔이 카푸친 작은형제회의 갈색 두건과 비슷해서 카푸치노라는 이름이 붙었다. 전설에 따르면, 빈 전투에서 튀르크인들이 도망가면서 남긴 커피를 기독교인들이 꿀과 우유로 달게 한 것이 이 음료의 기원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아침에 카푸치노를 마시게 되었다. 빵에 치즈와 햄을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아침식사를 해결했다. 주스와 함께 먹었다.
카프치노 커피 맛이 유난히 식사를 즐겁게 한다. 작은 호텔에 작은 식당이다. 오늘은 하루 종일 밀라노를 걸어볼 참이다. 하루의 일정을 머릿속에 입력해 놓았다.
아침 8시 30분에 숙소를 나섰다. 지하철을 타고 최후의 만찬 그림이 있는 교회를 찾아간다. 1번 빨간색 노선을 타고 지하철 역(Cadorna FN)에서 내렸다.
제법 역사가 크고 복잡하다. 역 광장에는 생기 넘치는 조형물이 화려한 색상을 자랑하고 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집중된 모습이다.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Basilica di Santa Maria delle Grazie) 성당의 뒷면이 보석처럼 빛난다. 붉은색 벽돌로 만들어져 작은 성채처럼 보인다.
걸어서 정면 입구가 있는 곳으로 가니 또 다른 모습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반찬으로 유명한 성당이다. 수수한 형태를 갖고 있는 성당이다.
정교한 고딕 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이 혼합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성당인데 문이 닫혀있다. 성당 앞, 마당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3개월 전에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단다. 당일에 들어가는 것은 엄청난 기적이란다. 우리는 돌계단에 걸터앉아서 성당만 쳐다보다가 사진만 찍고 돌아섰다.
준비된 자만이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마음에 담고 다음 목적지로 간다. 스포르체스코 성(Castello Sforzesco)에 도착했다.
거대한 중세 르네상스 요새다. 지금은 다양한 박물관으로 이용 중이며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성벽 아래 물이 없지만 깔끔하게 잔디가 자리 잡고 있는 해자가 보인다.
들어가기 위해 입구로 향했다. 성 입구에 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붉은 벽돌의 고딕풍 성곽과 중앙 탑 그리고 앞쪽 분수다. 그리고 성을 등지면 대로 가운데 만들어진 로터리에 기마상이 성을 보고 있다.
가리발디 장군의 기마상(Monumento a Giuseppe Garibaldi)이다. 다채롭고 논란의 여지가 많은 인물이었던 그는 생전에 자신만의 전설을 만들어냈다.
이탈리아의 국민적 영웅이자 르네상스의 설계자로 이름을 남긴 것이다. 그는 근대 이탈리아 최강의 군대를 지휘하고 통일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가리발디 장군이 바라보는 스포르체스코 성, 정면을 본다. 분수대가 광장을 차지하고 있다. 피아차 카스텔로 분수(Piazza Castello Fountain)다.
관광객, 현지인 할 것 없이 분수 앞에서 사진 찍고 쉬어가는 분위기다. 단체 관광객들도 많이 온다. 밀라노 도심 속 랜드마크라는 느낌이 난다.
성으로 들어간다. 성 내부는 무료 구역과 유료 박물관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무료 구역만 돌아보는 것도 꽤 넓다. 아르미 광장이라고 불리는 성 입구에는 내포무크의 성 요한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중앙 타워(Filarete Tower)가 높이 솟아있다. 스포르체스코 성 정문 위로 우뚝 솟은 필라레테 탑은 밀라노 스카이라인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인상적인 건축물 중 하나다.
두오모 광장에서도 보인다. 이 탑은 피렌체 르네상스 시대의 유명한 건축가이자 조각가인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아베를리노(별명 필라레테)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그가 바로 이 탑의 원래 설계자였다. 탑을 자세히 살펴보면 건축 곳곳에 정교하게 조각된 상징적인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다. 해시계와 시계가 탑 중앙에 있다.
시계 바로 아래에는 밀라노의 수호성인인 성 암브로지오의 조각상이 있다. 탑 기단부에는 말을 탄 이탈리아의 움베르토 1세 국왕의 대리석 부조가 있다.
이 탑은 재개장 직후 암살당한 움베르토 1세 국왕을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성곽 안쪽 회랑과 탑, 정원까지 한 바퀴 돌면 “옛 밀라노 공국의 권력 중심”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안쪽에는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 듀칼 정원(Ducal Court)이다. 공작 안뜰은 밀라노 스포르체스코 성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성의 내부 안뜰은 도시에서 가장 큰 가문 중 하나였던 스포르차 가문의 거주지이자 의식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쿠르 듀칼레는 역사적인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성의 건축적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자주 여겨진다.
특히 유명한 게 미켈란젤로의 미완성 조각 ‘피에타 론다니니(Pietà Rondanini)’다. 마리아가 죽은 예수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일반적인 피에타 도상과는 다르다.
이 작품은 서 있는 것 같은 아들을 뒤에서 붙잡고 버티는 엄마의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미켈란젤로가 죽기 며칠 전까지 조각을 했는데, 결국 완성하지 못한 채 남겨졌다.
성 내부 천장과 벽에 만들어고 그려진 갈레아초 마리아 스포르차의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스포르체스코 성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비롯한 여러 예술가들에 의해 유럽에서 가장 풍부하고 호화로운 궁전 중 하나가 되었다.
많은 화가들이 홀에 프란체스코 스포르차의 위엄을 보여주는 프레스코화를 남겼다. 특히 레오나르도의 과일과 채소 그림은 1498년부터 '판자의 방'(Sala delle Asse)에 남아 있다.
스포르차의 거대한 승마상은 완성되기도 전에 프랑스군에 파괴되어 사라졌단다. 현재 스포르체스코 성은 미술박물관 미켈란젤로의 마지막 작품인 론다니니의 피에타, 안드레아 만테냐의 트리불치오의 성모,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예술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고미술 박물관을 비롯하여 가구 박물관, 악기 박물관, 밀라노 공예품 박물관, 이집트 박물관, 밀라노 고고학 박물관, 판화수집관 등 여러 가지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포르차 공작의 초상화도 보인다. 가장 아늑하고 매혹적인 안뜰인 코르틸레 델라 로케타(Cortile della Rocchetta)에서 사진을 찍는다.
마치 성의 비밀스러운 심장부와 같은 이곳은 군사적인 강인함과 르네상스 시대의 우아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공간이다. 로케타 안뜰은 당시의 벙커나 금고와 같은 곳으로, 공작들이 공격을 피해 피난하고 보물을 보관하던 안전한 장소였다.
안뜰 맨 끝 왼쪽에는 성 꼭대기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다. 사각형 모양의 회랑의 기둥을 놓고 사진을 찍는 것이 재미있다. 직선으로 곧게 걸어서 해자 위의 다리를 건너 성문을 나가면 셈피오네 공원(Parco Sempione)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