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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사미인곡
서시 : 가족
눈을 감고 그려만 보아도
조용히 불러만 보아도
온몸엔 전기가 돌고
가슴엔 불꽃이 피고
눈물이 핑 도는 단어
가족(family)이란 의미
내 오늘 차지한 자리가 비록
어깨의 짐만 무거워지며
조금씩 누추하게 좁혀져만 가고
삶의 파도가 거세게 몰아쳐도
틈실한 남편 기둥으로 세워
아버지란 이름으로 덮으면서
가난 속에 갇혀 산 반백 년
답답하고 부끄러운 마음뿐
빈 가슴을 채워 드리지 못한
아버지(Father)와 어머니(Mother)
나는 두 분을 사랑합니다(I Love You )
영문자 첫 알파베트를 모아 느껴봅니다.
할머니
오랜만에 고향 집에 가면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우셨다
거친 바람 불어오는 북북서 쪽
장손자 사는 쪽만 바라보며
하루해를 넘기신다 하셨다
할머니 곁을 떠나 바람 세찬
이곳까지 돌아올 때는
산모퉁이 지나 차타는 곳까지
불편한 몸 이끌고 따라 오시며
당신과 함께 살 수는 없느냐고
내 손을 냉큼 놓지 않으셨다
지금 마음먹고 고향에 가봐도
그때의 할머니는 안 계시다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만이
양지 바른 산소 위에 잔디처럼
파랗게 , 노랗게 뻗어 갈 뿐.
사(思),부모
당신들의 마음 밭엔
싹을 못 틔운 씨알
당신들의 가슴 속엔
날지 못하는 한 쪽 날개
이웃보다 못나지 말라 못살지 말라
무딜 대로 무디어지신 세월
손과 발 주름살 흰 머리
내가 받은 은혜처럼
베푼 사랑 하나 없어도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때쯤이면
계신 쪽을 향해 머리 숙인다
세 아이들의 아비가 되어서야
바다 담은 마음 조금은 짚으며
나도 당신들처럼 그 보다 더
내 아이들을 잘 키워야지
그리고는
최소한 너희들로 하여금
부모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은 하지 말자
아버지,1
오랫동안 병상에 계신 아버지와
모처럼만에 시간을 함께 보내며
십 몇 년 후의 자화상을 그려본다
사하라사막 한가운데 누워 있는
힘이 쇄진해버린 늙고 병든 낙타
태평양을 누비며 헤집다 힘 다해
파도에 밀려 모래밭에 누운 고래
해안가에 결박된 관광용 폐군함
나는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는가
젊었을 때는 동네 씨름판은 물론
잔혹한 일제 징용에서도 별 탈없이
팔십 중반까지 거뜬히 걸어오신 길
고향 마을의 노인회장을 마치신 후
마을 회관 출입을 못하시는 아버지
이제 팔십 다섯 해 까마득한 날들
팔십이 되시는 치매 끼의 어머니와
환갑이 넘었거나 가까운 자식들의
눈과 귀, 손발로 사시는 울아버지.
아버지.2
도회에서 정년을 넘기신
어른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정정하신 시골의 농사꾼
팔순(八旬)의 우리 아버지는
반백이 되 버린 자식보다
오히려 기력(氣力)도 장사이신데
세월이 조금씩 지나갈수록
일제의 전쟁터 징용에서
드물게 겨우 살아남아 평생
돌밭을 일궈 옥토를 가꿔 오신
불굴의 의지는 어디 가지셨는지
사후(死後)의 걱정을 조금씩 하시더니
몇 해 전부터 성묘 때만 되면
앞이 시원스레 내다보이는
당신의 아버지 산소 옆자리
양지 뜸,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미리 여생을 꽉 찍어 놓으시고
후손들 앞길에 좋은 날을 잡아
저 딴 세상에 가서 살아가실
손바닥만한 방 한 칸이라도
이승에서 미리 마련해 놓아야
마음이 좀 노이겠다 하시기에
이천 일년 사월 초파일
부처님 오시어 더욱 좋은날
흩어져 살던 피붙이들 함께 모여
진짜처럼 봉분도 만들어 놓고
파란 잔디도 그 위에 총총 심으며
온갖 정성 들여 꼭꼭 밟았지
만들어 낸 래세(來世)의 축조물이
아무 쓸모 없는 것들이 되게
수십, 수 백년을 현세(現世)에서
지금처럼 모두 함께 사실 수만
있다면 하는 자식된 마음으로
열심히 삽질을 하고 계시는
오늘의 주인공이신 아버지를
붉게 물들어 가는 석양 위에
내 나이쯤으로 되돌려 그려본다.
엄마는 지금
몇 달만 지나면 나도 이제 칠십 줄
난 아직도 말문 막 텄을 때 익혀온
엄마라는 말을 어머니대신 부른다
손주들이 하나둘 셋 보태지면서도
어머니라는 호칭이 마냥 쑥스러웠다
엄마가 올해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돌봐주던 상서 엄마와 친척은 물론
자신의 분신인 자식들도 모르신다
내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한동안을
빤히 처다만 보며 눈물만 비친다
한 방울의 눈물이 샘물로 솟아나
아들. 딸들의 가슴에 물길을 이루고
한탄강의 물로 불어 온몸이 잠긴다
몇 년 전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만 해도
조석 진지, 병간호 지성으로 하시며
텃밭의 잡풀도 용서하지 않던 분인데
철철이 나는 과일과 채소 가꿔 놓고
자식들 올 때마다 나눠 주시던 분인데
노인 회관을 내 집 드나들듯 하시며
한 주에도 어김없이 온 동네 몇 바퀴
교회도 빠지지 않고 다니던 이 권사님
마른 손을 꼭 잡고 불러보네 엄마하고
어제의 엄마 목소리는 들을 수가 없네.
아내
버들강아지 봄내 뽑아
보름을 향해 물오르는.
냇물에 씻긴 상현달
자혜(慈惠)의 손, 아침 햇살
천년 다져온 마음의 약속
모닥불 피어오르는 자리
숲속 돌 틈에서 샘물이 솟아
봇도랑 물 넘쳐 흐른다오
산 새 몇 마리
행복의 씨알을 몰고 와
우리 곁에 뿌리고 가오
석벽 위의 돌개바람
눈 속에 핀 여린 꽃이라도 좋소
달빛 섞어 타는 촛불 세워
새벽별 주워 담은 바구니
깊이 높이 들어 올립시다
5. 새해
우리 새해는
새해를 맞을수록
새해답게 새로와진다
처음으로 너를 맞아
항시 처음으로 시작되는 너
삼백 예순 다섯 날이
하나로 뭉처진 너
그래서 더 소중한 너
기차는 레일이란 궤도가 있단다
새해는 새해의 길이 있다
다소곳이 혜틈 없이
비갠 뒤의 가을 하늘처럼
맑고 곱고 높게 피어난
꽃 속의 향기이어라.
*새해: 첫 딸의 이름
6. 복렬
-성실근면의 표본 복덩이
처음으로 인연의 끈을 맺어
우리가족 안으로 들어올 때
새해는 일생에서 가장 귀한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었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처음처럼 한결같은 미더움
교단 에선 선후배간의 화합
현실적 고난을 극복해가며
내일을 향한 진취적인 자세
매사에 합리적이고 긍정적인
생활 태도로 성실하게 사네
살아 가다 만나는 교육계의
선후배 동료들과 학생들까지
칭찬, 존경하는 말을 들을 때
나는 이 세상을 다 얻은 듯
그대가 미덥고 자랑스러웠지
우리 가족의 희망이고 기둥인.
*김복렬: 첫째 사위
2002년 4월 21일 새해와 결혼
7. 보람
내 보람은
네가 더욱 여자스러워서다
말수가 적은 넌
눈밭에 핀 매화
한 촉의 난초
매화와 난초는 고결한 반면
약한 감이 있음을 알자
일편단심(一片丹心) 들국화
뻗어가는 죽순
민둥산 소나무의 강인함을 배우자
눈 속에 핀 매화 향기로
이른 봄 맞을 채비를 차리자
*보람: 둘째 딸이자 막내 딸
8.지상
-지상 위 최고 선물 유지상
보람이 배우자로 맨 처음
그 한식집에서 만났을 때
눈을 깜짝 의심할 정도였네
지상에 숨겨둔 또한 지상이
가족의 일원으로 들어서는
행복한 만족의 해후이였지
첫 인상이 듬직한 외모에
예리하고 믿음직한 자세는
지상 어느 곳에 숨겨 놓은
보물단지를 다시 찾아낸 듯
지상 위 최고 선물 유지상
강한 추진력 정확한 판단은
나라와 사회가 바라는 인물
우리 가족의 최고 자랑이지
*유지상: 둘째 사위
2009년 10월 24일 보람과 결혼
9. 가람
흰 눈이 산을 쌓고
들을 덮더니
드디어 너를 이루었다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줄기
희망 찬 바다로 이르는 길
너에게는 오직 하나
이 넓은 길이 주워진다
꼿꼿하게 멈추지 말고 흘러라
부딪치는 모든 것을 헤쳐가라
힘에 겨울 땐 삥 돌아가는 지혜를 가져라
삭막함엔 굳센 물살로
범람하는 곳엔 찬찬한 자제(自制)로.
*가람: 장남이자 막내아들 이름
아들아
담양 전(田)씨 29대 손
시조는 전득시공
7대로 내려오면 문원공
우리 집은 보령공파
19대 자천 전운상 공은
3도 통어사겸 수군절도사
해골선을 만드셨다
20대 성제 전광국 공은
충청도 수군절도사
21대 전문현공은
희선대부동지중추부사
너에게는 9대조가 되시고
22대에 전응성 공
23대에 전경순 공
24대에 전우규 공
대대로 충신이고 효자이셨다
겨울눈 덥힌 산밭에서
여름 수박을 찾아
운명하실 부친을 살려내신
효성의 주인공이
25대 전홍진공
애비에게는 증조부요
너에게는 고조가 되신다
26대 전용갑 공은
청렴 근검하신 학자
27대 전필수공은
마지막으로 고향을 지켜 오신
너의 할아버지
네가 좋아하는 시골 할아버지
28대가 바로 너의 아비, 병기
네가 부르는 아빠
29대가 바로 가람이 너
담양 전씨 대들보
조상에 욕됨이 없어야 하고
후손에 더욱 빛나는
내 아들로
네 자리를 네가 지켜야 한다.
10. 소연
-보석 보다 소중한 큰 아기
단 몇 년 살던 집을 떠나
이사만 해도 마음 아련한건데
세상 태어나 삼십년을 살아온
김해 김 씨 가문의 소연은
2014년 5월 3일 역사부터는
담양 전씨 29대 손부로 기록됬지
전씨 가문 수사공 8대손 종부로
보석 보다 귀한 며늘아기로
가람의 사랑하는 평생 동반자로
가연이의 자랑스런 엄마로서
처음부터 영원히 한결같이
굳건하게 때로는 다소곳하게
시간은 강처럼 흘러가느니
소연은 가람이 멈추지 말고
바다로 힘차게 흘러갈 수 있게
물결 높이와 물량의 세기에
박수도 쳐주다 옷깃도 잡아주는
아내의 자혜로운 길을 걸어주길..
*김소연: 유일한 며늘아기
2014년 5월 3일 가람과 결혼
11.. 새봄이
우리 아기 천사는
흰 눈밭을 밀치고
녹음을 향해 오른다
시작은 있어도 끝이 없는
설레임, 따스함, 뿌듯함
머리에는 우주가
두 눈에는 하늘이
가슴에는 대지의 숨결이
새해는 새봄을 낳고
새봄은 아침 해를 고른다.
* 새봄은 큰 딸 새해의 큰딸 애기의 이름임.
새봄에게
새봄이는 엄마 새해에서
하나의 소중한 인격체로
독립되어 솟아나는 순간
행진 나팔을 힘차게 불며
역사 속으로 달려 들어와
꼬마 우주로 생성 되었다
온 세상은 우리 새봄이의
엄마, 아빠, 친구가 되고
손가락을 잡아 확인하며
눈맞춤을 하는 순간부터
가슴 찡한 진실을 맞으며
내일을 굳게 약속 하였다
머리맡에는 밝은 햇살이
언제나 찾아와 함께하고
옆에는 새소리가 들리고
이 세상의 어느 보물과도
견줄 수 없는 감동을 안고
바라보는 새봄이의 친구들
아가는 기쁨이 솟구치는 샘
아가는 가슴에 파도치는 강
더 큰 바다가 기다리고 있는
미래에 찾아올 행복의 원천
새봄이 네가 나의 일과 속에
들어온 후 시간은 뒷걸음치고.
12.미르가 품에 들다
참, 고맙고 위대한 일이다
천지창조의 신비함보다 더
우주 가족의 품으로 들어와
역사에 기록 되 가고 있음은
큰 재목으로 커가고 있음은
가뭄 속에서의 기다림은
새봄과 함께한 흐뭇함으로
탄생의 기쁨과 설레임이
지상의 화려한 비상으로
이렇게 은혜로울 줄이야
하늘 뜻을 받아온 머리에
태양의 빛을 담아온 가슴에
험한 산과 심해를 다스리는
참된 용기와 지혜로움의
꼬마 우주는 우리의 미르.
* 미르는 큰 딸 새해의 아들 이름임.
13. 꼬마 우주
- 재일(宰逸)이의 탄생
하늘과 땅 사이
유일한 우리 재일이는
영하의 눈보라 속에서
새싹으로 빙벽을 밀치고
꼬마 우주로 솟아올라
줄기로 온 하늘을 품는다
뿌리는 땅속 깊이
줄기는 하늘 높이
가지는 통 굵고 반듯하게
잎은 넓고 푸르러 햇볕을
그늘로 가려주는 틈실한 믿음
우주에서 얻은 하늘이
하늘에서 익힌 지혜가
머리에서 가슴으로 느끼는
동화나라의 신비한 숨결
우주는 재일이를 보내왔고
재일이는 지구를 빚어간다.
* 재일은 딸 보람의 첫 아들 이름임.
14. 준일이
-신대륙의 보물섬 주인공
꽃이 누리에 화들짝 피고
열매들이 틈실히 맺히는
풍요로운 계절을 찾아서
완벽한 한 남아의 기개로
준일이가 가족으로 왔네
탄생의 기쁨과 설레임이
우주의 화려한 용틀림이
신대륙의 보물섬 주인공
청색이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이 물보다 더 차갑듯이
폭풍우 속의 천둥소리와
긴 가뭄을 이겨낸 시련이
어떻게 계절의 의미로 피어
우리에게도 베풀어주는가를
머리에 받아 따스한 가슴에
고개 숙이게 하는 미래가.
*준일은 딸 보람의 두 번 째 아들 이름임.
15. 가연
온 세상의 품 안에
꽃과 열매로 들어와
사람 향에 배어들고
45억 인류의 축제
인천 아시안 게임도
9.18 상륙작전 개시
미래의 나래 활짝 편
높푸른 가을 하늘은
행복의 빛을 온누리에
역사를 안고 도는 강
사철 푸름을 약속한
진실의 마음밭에는
올곧은 기둥 따라
나뭇가지 쭉쭉 뻗어
우주를 향해 달리고
아름다운 인연이네
가람과 소연이 준 선물
9.18, 16:44 , 2.97k
* 가연은 가람과 소연의 큰 딸 이름임.
16. 내 나이 칠십에
-세례를 받으며
내 나이 어려 세상물정 모를 때
보살님께 장손자를 팔았다고 하셨다
할머니는 저울산기슭 작은 암자의
가끔 할머니 손에 끌려 절에 가서
금방 나온 뜨끈뜨끈 시루떡 한쪽을
얻어먹는 유혹을 뿌리치지 않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께서
28대 종손으로 가문의 기둥인 내가
유교적 가풍을 지켜주기를 바라셨다
어머니는 종부노릇하기가 힘드시어
이웃 동네 교회당으로 비껴가신 후
권사로 등극하시고 하늘로 떠나셨다
성당이 유일한 삶터인 아내 홍안나의
큰 소원은 남편과 한 차 같이 타고가
주일 미사에 참석하여 기도드리기다
온갖 핑계 대며 미루고 미뤄온 10년
그보다 일이십년은 훨씬 넘었을지도
나이 칠십에 형제자매 앞에 맹세하오
내 인생 70은 내 의지대로 살았지만
나머지 남은 생애는 하느님께 맡기니
2017년 9월 23일 불러주오 전요아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