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상상하고 욕망하는가? 내가 상상하고 욕망하는 마을(공동체)은 어디인가?
청소년자치연구소에서는 2017년 여름부터 청소년이 상상하는 행복한 마을을 위한 포럼을 열고 자료를 모아 책으로 발간하게 되었다. 그리고 5월 한 달간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군산시장 예비후보들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에 청소년 이야기를 전달하고, 청소년이 제안한 정책들을 군산에서 실천해 달라는 의지를 전달했다. 나는 위원회 위원장으로서 마무리를 하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청소년, 상상, 행복, 마을 모두 설레게 하는 단어들이었다. 그중 ‘상상’과 ‘마을’이 더 마음에 다가왔다.
‘상상’은 꿈을 꾼다는 말로 바꾸어 볼 수 있지만 의미가 조금은 덜 와닿는 듯하다. 나는 상상을 ‘욕망’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보려 한다. 누구나 욕망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사소한 것도, 거대한 목표나 꿈도 우리가 인간인 이상 욕망을 하지 않고 살아가지 못한다. 욕망(상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더 좋은 삶, 더 행복한 삶, 더 풍요로운 삶, 더 편안한 삶을 위한 것일 것이다.
남이 가진 것을 욕망하면 더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잠깐이다. 어른이나 부모가 욕망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청소년들을 바라보고 교육하는 것들을 자주 경험한다. 나 또한 내가 욕망하는 것들을 자녀에게 욕망하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자녀, 청소년은 부모나 어른이 욕망하는 방식이 과거의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에게는 전혀 가슴에 울림이 없이 강요를 당하며 살고 있다.
청소년과 자녀는 부모나 어른이 욕망했던 것을 따라하면 안 된다.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을 상상하고 욕망해야 한다. 어른이나 선생님들의 지식을 배우거나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서 사랑하고 상상하고 노력해서 찾고 욕망해야 한다. 더 좋은 삶에 대한 상상은 그 사람을 그곳으로 인도한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은 내가 욕망했기 때문에 서 있게 된 곳이다.
‘마을’. 마을이라는 공동체는 상상을 담는 그릇이다. 어떠한 사람도 자신의 욕망의 내용을 담는 그릇(마을, 공동체)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다. 군산이라는 마을이 있었기에 내가 병원을 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상상하고 욕망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마을에서 청소년은 구석에 있는 일부가 아니다. 나 역시 성장기에 마을 여러 어른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과 함께 공감하고 소통할 때 청소년의 상상이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꿈을 꾸고 상상하는 것은 청소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고 함께 해야 한다. 마을에는 다양한 어른들이 있다. 가장 가까이 부모님, 선생님이 있다. 선배들이 있고, 의사나 변호사나 문화 활동가가 있다. 자영업자, 사업가, 공무원, 사회복지사, 그리고 시장까지 각자의 상상과 욕망으로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어른들은 욕망이 멈추었는가? 청소년만 상상하고 욕망하는가? 모두 함께 욕망하는 것이다. 어른도 상상하고 욕망하는 것이다.
욕망의 내용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조금씩 변할 수 있지만, 그 욕망의 목적이 좋은 삶, 더 좋은 삶, 더 편안한 삶, 더 행복한 삶, 더 풍성한 삶, 그리고 의미 있는 삶, 가치 있는 삶일 것이다. 그래서 욕망에 대한 상상을 어떠한 방향으로 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을에서 나의 ‘좋은 삶’을 위해 욕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욕망이 나에게 머물지 않고 마을에 사는 이웃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좋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욕망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욕망의 방향이 마을 공동체를 위한 것일 때 더 좋은 마을, 행복한 마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마을이 청소년과 어른 모두 ‘더 좋은 삶’을 위해 상상하고 욕망할 수 있는 그릇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른이라서 청소년에게 뭔가를 가르쳐 주려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과 함께 배우고 상상하는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욕망하는 마을이다.
책을 만들고 출판 기념회를 했다. 이것은 시작이다. 결국은 실천이다. 계속해서 상상하고 욕망을 해야 한다. 멈출 수 없다. 우리 마을이 하지 않으면 언제가 다른 마을에서 할 것이다. ‘더 좋은 삶’을 위해 상상하고 욕망하는 마을이 우리 마을이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이강휴
군산휴내과 원장이다. 플랫폼을 지향하는 병원이다. 청소년자치연구소의 성인 조직인 청소년 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2015년도부터 청소년들이 행복한 지역사회를 위한 성인들의 여러 모임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함께 꿈을 꾸는 과정중에 있다.
위에 글은 '달그락꿈뜨락'의 글입니다.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들의 관점들이 녹아 있는 책입니다.
- 달그락꿈뜨락 소개 바로가기(클릭)
- 달그락꿈뜨락 책 구입 바로가기(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