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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스크랩 하드코어 제주 음식, 몸국을 아세요?
매니저 추천 0 조회 180 12.03.10 23:5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하드코어 제주 음식, 몸국

 

저는 현지 음식을 좋아합니다. 관광객의 입맛에 맞게 변형된 음식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어떤 지역에 가서, 그 곳의 정수를 경험하는 것으로 현지 음식을 먹는 것만 한 것은 없습니다. 전통의 조리법과 옛맛을 간직한 현지 음식이야말로 그 곳의 정신과 문화,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는 법이니까요. 제 나름대로는 그걸 하드코어(hardcore)’ 음식이라고 부릅니다. 매 분기별로는 하드코어 미각 기행을 떠나려 애쓰는 것도 가끔씩 잊어버리는 우리 고향과 전통에 대한 향수 때문이죠.

 

대한민국 하드코어 음식 가운데 일반인들이 가장 범접하기 어려운 것으로 저는 제주 음식을 꼽습니다. 자리젓, 갈치국처럼 현지에서 생산된 생선을 별다른 가미 없이 바로 젓갈이나 국으로 만들어 내거든요. 돔베고기 같은 요리는 아예 돼지고기를 비계와 껍질째 삶아 썰어내 옵니다. 껍질에 가끔씩 붙어 있는 터럭 때문에 기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주식 순대는 또 어떻습니까? 육지식과 달라서 주로 선지와 찹쌀로만 맛을 냅니다. 비릿한 피 내음에 화들짝 놀라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하드코어 음식을 꼽으라면 저는 몸국을 꼽습니다. 이건 제주의 귀한 잔치 음식입니다. 오랫동안 달인 돼지고기 국물에 해초의 일종인 모자반(제주 방언이 몸)을 넣은 국입니다. 저도 이 음식과 익숙해지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죠. 한 번은 제 어머님이 교사 동료분들과 제주 여행을 하면서 연락을 해왔습니다. 먹을 만한 제주 음식을 소개해달라고. 그래서 몸국을 추천해드렸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나게 혼났습니다. 10여명이 모두 이 음식 시켰다가 한두 번 손을 대고 모두 수저를 내려놨다는 겁니다. 그 때서야 제가 하드코어라면 질색하는 어머님께 지나쳤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이 음식을 알고 나면 이만한 술국이나 해장국이 없습니다. 앵글로색슨의 치킨수프, 지중해의 해물스튜, 동유럽의 굴라쉬스프도 도저히 따라오지 못할 맛이죠. 최근 이 음식이 본토인들에게 재조명되면서 제주에서 이 음식을 하는 식당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유리네 식당인데요. 저는 제주에서 가본 식당 가운데 단연 신설오름이 제일 낫더군요. 주로 현지인만 찾는 구제주 시청 인근 식당인데요. 이 곳에서는 몸국뿐만 아니라 몸국에 국수를 말아먹기도 합니다. 여기에 돔베고기 한 접시면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술상이 됩니다.

 

일전에는 저희 회사 후배들을 데리고, 서울에서 몸국을 한다는 한 식당으로 갔습니다. 워낙 먹성 좋고 요리도 잘 하는 친구들이어서 다 좋아할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아니더군요. 여덟명 가운데 두 명은 비위가 상해서 입도 못대더군요. 하드코어 음식을 먹어봐야 식성이 비슷한지 알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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