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놈들에게 ‘아그리꼴라’라는 이름을 지어 준 건 김사장이었다. 아그리꼴라는 옛날 로마인들이 쓰던 말로 ‘농부’라는 뜻이다. 실제로 놈들은 농부였다. 빛과 물이 넉넉한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돌아다니다가, 적당한 행성을 발견하면 터를 잡고 농사를 지었으니까.(10)
축구공 두 배 만한 몸통에, 까만 눈알 두 개, 몸통 양 옆에 각각 너불거리는 촉수 두 쌍. 아그리꼴라의 생김새는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놈들은 생각이나 감각이 서로 이어져 있었다. 그래서 배우는 속도가 무서우리만치 빨랐다. 이놈이 지구의 역사를 배우고 저놈이 지구의 수학을 배우면, 이놈이나 저놈이나 죄다 수학과 역사를 깨치게 되는 식이었다.(12)
결국 풍이는 염소 똥과 염맨과 도아리 누나라는 세 가지 고통에 짓눌려야 했다. 그중 하나라도 맞닥뜨리는 날엔 완전히 재수 옴 붙는 거다. 하지만 살다보면 염소 똥과 염맨과 도아리를 한꺼번에 만나는 날도 있다. 목숨이 간당간당한 날, 바로 오늘 같은 날 말이다.(19)
까치 문방구 할머니는 왜 시크릿 코코 목걸이를 남겼는지, 왜 하필 풍이에게 남긴 건지 모든 게 의문이었다.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시크릿 코코는 열 살 풍이의 명예에 똥칠을 했다!
---《알렙이 알렙에게》를 비롯한 SF동화로 유명한 최영희 작가의 또 다른 SF동화이다. 이야기 도입이 흥미진진하다. 서술자는 까지문구 김사장을 소개하고 풍이를 소개한다. 검은 풀의 정체를 궁금하게 한다. 까치문구 김사장, 아니 김박사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다만 풍이에게 목걸이를 남겼다. 긴급 대피방송이 시작되었다. 검은 풀이 온 세상을 뒤덮었기 때문이다. 검은 풀에서는 촉수가 나왔다. 아리의 관찰로 검은 풀의 행동, 공격성을 알게 되었다. 이 검은 풀은 인간만 공격한다. 풍이가 지은 이름이 ‘인간만 골라골라 풀’이다. 그리고 풍이는 드디어 시크릿 코코의 목걸이를 걸었다. 시크릿 코코의 목걸이는 어떤 힘이 있는 걸까? 아리와 풍이 그리고 염소 염맨의 모험이 시작된다. 다소 허황되는 전개지만 아이들을 통해 지구의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