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은 /
설봉산 입구 굴다리에서
조금 올라가 모텔 뒤쪽으로 가면
벗꽃이 화사해 아름다워지려고
늘 걸었던 오솔길
웅장한 꿩 한마리 푸드득 날아 올라
조용한 산새들이 덩달아 기지개 펴고
산성 돌담을 돌아돌아 올라서니
시내 전경이 한 눈에 들어와
청솔모와 내려다 본다
성글성글 땀방울은 간데없고
시원한 바람이 머리카락을
어루만져 이마가 하얗게 웃는 날
지드락길 따라 내려가면 영월암
은행나무 천년 만년이야 변화겠는가
그 마음에 마애여래상이 미소 짓는다
꽁꽁 언 문이 열린듯
내리막길 발걸음 한달음
약수터에서 물 한먹음 마시고
저수지 백자교 청자교 건너며
행복하자는 팻말에 사랑 한웅큼 담아 갑니다
발그레 볼그레 북숭아꽃 /
봄바람이 불어오고
꽃봉오리 터지는 날
눈이 발그레진다
서로 부둥켜 안은
연분홍 꽃잎이
톡톡 터져 하늘 향해
바라보다
뭉게구름이 웃어주니
마음꽃이 피었네
볼그레한 미소 한가득
다정한 날들이
고맙다
향기가득 바람타고
벌나비 날아들어
입맞춤하니
상큼한 한 입 물어
달달한 그날이
기다려지네
얼굴 작은 꽃 /
이른 봄이면 가장 먼저
마당 텃밭에
노란꽃다지가 앉아 있기에
반가웠지만 풀인줄 뽑았지요
작은 얼굴이여서 그랬나봐요
꽃다지꽃인줄 몰랐지요
왜 그리도 이름은 예쁜지
미안한 마음 들었지요
작은 얼굴
노랑 꽃다지꽃
옆에 있는 민들레만
살갑게 보듬웠어요
알아주지 않아도 알고보면
그대의 시간도
내 시간들도
모든날은
꽃으로 피었으리라
이른 봄에 핀 얼굴이 작아서
더 흔들리며 핀 줄 몰랐네
하늘 나는 물고기 /
장마가 시작하려고 먹구름이
하늘에 무늬를 펼쳐 놓고
비를 기다리네
오페라색 우산을 가방에 넣고
여행준비에 웃음이 번진다
바닷속을 들어다
볼 용기가 없어
하늘 나는 물고기를 그린다
기차도 자동차도
나의 하늘에선 자유롭게 난다
마음속 그늘을
붉은 노을과 함께
꺼억꺼억 소리내 울고나면
나의 영혼이
싹이 트여 날아 다닌다
떠나 온 여행 내내
물고기는 훨훨 날고
사진속에선 나는 웃었다
그런 내가 좋아
또 웃는다
*
이천문인협회 회원
나도작가 1,2기 참여
도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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