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포카라 거리를 청소하는 빗질에 먼지가 자욱하다.
호텔에서 페와호수변으로 나가는 길은 낮시간의 북적거림 없이 조용하다.
건너편 사랑곷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꼭대기 건물의 불빛은 마치 촛불처럼 가스층 속에서 일렁인다.
오늘 영업을 위해 분주히 손을 움직이는 사공의 모습만이 바쁘게 흐른다.
옛날, 폐와호가 존재하기 전 이곳에는 작은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은 풍요로운 삶을 살았지만, 신들을 경시하고 자만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고, 방탕해져 갔다.
어느 날, 한 신비한 여행자가 마을에 들어 왔는데,
그는 초라한 모습이었고, 마을 사람들에게 먹을 것과 잠자리를 부탁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무시하고 조롱했어.
하지만, 한 노부인만이 그를 따뜻하게 맞아주고, 음식을 대접하며 자신의 집에서 쉬게 했지.
그날 밤, 여행자는 노부인에게 몰래 경고했어.
"이 마을은 곧 거대한 홍수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내일 아침, 떠날 준비를 하라."
노부인은 깜짝 놀랐지만, 여행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이른 새벽에 마을을 떠났어.
그녀가 언덕에 오르자,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지고 땅이 갈라지면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어!
그리고 몇 시간 뒤, 마을이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호수가 생겼고, 그곳이 바로 오늘날의 폐와호가 되었다는 전설이야.
네팔판 소돔과 고모라.
오래된 큰 나무 근처에는 어김없이 신전들이 있다.
네팔은 자연과 종교가 깊게 얽혀 있는 나라로, 신전과 나무는 그곳의 문화와 신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팔에서 신전은 단지 종교적인 장소만이 아니라, 신성한 공간으로 숭배되는 자연의 일부이기도 하고
그 중에서도 나무는 신성한 존재로 여겨져 여러 신전과 사원에서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아직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폐와호수 주변을 돌며,
새벽 산책을 하면서 마음속으로 모든 것이 신이 되는 이곳에 대한 삶을 되새겨본다.
이른 아침의 고요함 속에서 차가운 공기와 함께 발걸음을 옮기며, 눈앞의 자연이 서서히 깨어나는 모습을 본다.
물결은 잔잔히 일렁이고, 나무들은 어둠을 밀어내며 조금씩 밝아오는 빛을 받아들인다.
바람은 나에게 속삭이고, 나무는 고요하게 숨을 쉬며, 물은 자신의 흐름을 따라 살아간다.
이곳에서 시간은 고요히 지나가고, 나는 그 속에서 나만의 삶의 의미를 찾고 있다.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신성하게 연결되고, 사람은 그 흐름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신이 되어 하나로 연결되는 이곳에서, 나는 그저 순응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한다.
ABC Trek을 일행과 함께 하면서 높은 산과 거친 자연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느꼈던 경외심은 단지 자연의 위대함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협동과 의지의 힘에 대한 경탄이었다.
모든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무수한 발걸음, 서로의 도움과 배려, 그리고 작은 기적들이 모여 그 여행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길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이들,
매끼 식사를 제공해 주는 이들,
대신 짐을 옮겨주는 이들,
밀어 주고 당겨 주고 서로에 힘이 되어주는 이들,
서로 힘을 합쳐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
"감사하다."
그 감사한 사람들은 아침 꽃단장을 마치고 식당으로 모여들 시간이다.
"나도 밥먹으러 가야지."
우르리(Uruli) 장식
장식용 그릇에 담긴 꽃은 주로 환영과 축복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인도나 네팔 같은 남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이런 꽃 장식이 행운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러온다고 믿는다.
그릇은 금속으로 된 전통적인 디자인이고, 그 안에 마리골드 꽃잎과 붉은 연꽃이 놓여 있다
마리골드(노란색 꽃잎)은 순수함, 신성함, 행운을 의미하며, 종교 의식이나 축제에서 자주 사용되며
악을 막고 좋은 기운을 불러오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가운데 붉은 연꽃은 깨달음, 재생, 신성함을 상징하며 내면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런 장식은 주로 사원, 전통적인 레스토랑, 호텔 입구 등에 놓여서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역할을한다.
예전에 이 호텔에서 아침마다 티카 서비스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쌍계에게 알아보라고 하니, 기쁜 마음으로 해주겠다고 한다.
잘생긴 호텔 매니저가 정성스럽게 티카를 찍어 주고, 고급 까닥까지 목에 걸어 준다.
무언가를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셀리의 법칙’이 또다시 실현되며, 모두가 즐거워한다.
카트만두에서 오는 비행기가 뜨지 못해 공항에서 하염없이 대기한다.
카트만두-포카라를 오가는 소형 프로펠러 40인승 비행기는 기상조건이 조금만 나빠도
뜨지를 않는다.
더구나 포카라에서는 카트만두에서 비행기가 오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없다.
한 시간 여가 지난 시간쯤 카트만두에서 비행기가 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결국 비행기 딜레이 되는 체험까지.
네 번째로 포카라 공항에 착륙한 비행기는 바퀴가 활주로에 닿기가 무섭게 분주한 움직이 시작된다.
탑승구가 열리자마자 승무원과 공항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짐을 내리고 승객들을 안내한다.
잠시 숨 돌릴 틈도 없이 주유 차량이 접근해 빠르게 기름을 채우고, 동시에 새로운 짐들이 실린다.
터미널에서 대기하던 승객들은 서둘러 탑승하며 자리를 잡고, 승무원들은 신속하게 안전 점검을 마친다.
이 모든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정교한 기계처럼 매끄럽게 진행되고, 비행기는 머뭇거림 없이 다시 활주로로 향한다.
딜레이된것을 만회하려는둣,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기체가 힘차게 엔진을 울리며 이륙 준비를 마친다.
잠시 설산을 보이더니 비행기는 설산을 뒤로 하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정상적이라면 동쪽을 향해서 가야하는데?
기류문제인지 남쪽으로 인도 국경근처까지 내려갔다. 북쪽으로 우회해서 카트만두에 도착.
20분 걸리던 비행시간 40분이 넘게 걸려 카트만두 공항에 착륙한다
정말 별걸 다 해보네.
공항에서 나와 파슈파미나트 관람을 위해 들렀다.
언젠가 이곳에 왔다가 심하게 마음 고생을 한적이 있어 다시는 안오겠다고 했는데.
이곳에서 굵직한 삶을 사셨을듯한 분의 의식이 치뤄지고 있었다.
“옴마니반메홈”
일행은 주변을 둘러는 동안 서둘러 빠져나왔다.
스투파가 줄지어 있는 장소에서
흰색과 붉은색이 조합된 전통적인 의상을 입은 여성이 시바 신에게 바쳐진 링가(Shiva Lingam)에 푸자를 드리는 장면을
화보로 촬영작업을 하고 있기에 양해를 구해서 얻은 사진이다.
주변에는 마리골드 꽃 장식이 놓여 있고, 뒤쪽에는 삼지창이 걸려 있어 시바 신과 관련된 장소임을 알 수 있다.
입고있는 흰색과 붉은색의 전통적인 사리는 흰색은 순수함을, 붉은색은 생명력과 에너지를 상징하고
머리에 루드락샤 염주를 두르고 손목에도 같은 염주를 착용하고 있다.
루드락샤는 시바 신과 관련이 깊은 신성한 열매로, 명상과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착용한다.
팔에 세 줄의 흰색 선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트리푼드라로 불리는 시바파의 상징.
트리푼드라는 재로 그려지며, 무상, 지혜, 정화를 의미하며 손등에 있는 붉은 점은 쿰쿰으로,
여성이 제례 중에 바르는 신성한 표식이다.
여성 앞에 있는 검은 돌기둥 같은 것이 링가이며, 이는 시바 신의 상징하는데
링가는 일반적으로 받침대 역할을 하는 요니위에 놓여 있으며,
이는 시바와 그의 아내 파르바티의 조화를 나타낸다.
왼쪽 벽에 삼지창은 시바 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세 개의 날이 과거, 현재, 미래를 의미한다.
오른쪽에 창으로 보이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수키나트 신전으로 연결되는 된다.
그녀는 링가에 물 또는 우유를 붓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내면을 정화하고 신과 합일하는 과정으로 여겨진다.
파수파미나트를 나와 근처에 있는 달밧을 잘하는 맛집으로 이동.
한국어를 조금 하는 사장까지 나와 환대를 해주고 지금까지 먹어 본 달밧 중에 최고인 달밧과 맥주 한 잔.
호사스런 점심을 먹고 호텔로 이동.
치즈공장 문닫을 시간이 임박했다고 재촉하는 바람에 짐만 풀고
채비에 시간이 덜한 남자분과 함께 복잡한 거리를 뛰어갔다.
야크 치즈(Yak Cheese)는 야크(Yak)의 우유로 만든 치즈로,
주로 네팔, 티베트, 부탄, 인도(라다크, 시킴), 몽골, 중국(티베트 자치구) 등 히말라야 및 중앙아시아 고산지대에서 생산된다.
연한 황색, 또는 진한 황금색을 뛰며 숙성기간에 따간 강도가 결정된다. 일반적이니 젖소 치즈보다 진하고 고소하며,
약간의 단맛과 견과류 같은 풍미가 있다.
일반치즈보다 지방함량이 높아 고단백으로 영양가가 높고 깊은 맛이 난다.
숙성 기간은 몇 주에서 몇 년까지 다양하다.
히말라야 지역에서 생산되는 치즈는 초우루라고 하는데 딱딱한 하드초우루와 부드러운 소프트초우루가 있다.
하드 초우루는 세계에서 가장 단단한 치즈로 알려지며 오래 씹어야 해서 천연 껌처럼 씹는 간식으로 인기가 많다.
부드러운 초오루는 다른 치즈유와 비슷하다.
츨발했던 타멜피크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삼삼오오 타멜거리로 흩어져 쇼핑.
호텔의 위치가 낮설어 한참을 헤멘다.
방향감각이 전혀 잡히지 않아 미로인 타멜에서 길을 잃을가 근심이 들었다.
봉다리 봉다리를 손에 들고
쇼핑전과를 나누며 돌아온다,
저녁은 호텔에서 삼겹살 파티.
각자 간단하게 이번 여행의 소회를 나누며 정겨운 분위기로 식사를 마치고
못다한 물욕의 화신을 잠재우기 위해 몇 몇분은 타멜거리로 다시 나가고
그렇게 네팔에서의 마지막 밤은 깊어 간다.
이제 내일 일찍 공항으로 나가 방콕을 거쳐 인천에 들어가는 일만 남았다.
***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여행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함께했던 분들과의 순간들이 유난히 선명하게 떠오른다.
여행 속에서 만난 사람들은 단순한 인연을 넘어 필연처럼 느껴진다.
서로 손을 내밀어 주고 함께 걸으며,
어려움과 감동과 행복을 공유했던 모든 분들.
길을 안내해 준 쌍계와 다와,
우리의 분신처럼 무거운 짐을 짊어져 준 포터들,
일정 내내 삼시 세 끼를 챙겨 주고,
아침이면 따뜻한 차 한 잔으로 하루를 열어주던 주방팀.
그리고 잠시잠깐 스쳐 갔지만 기억 속에 남은 수많은 이들.
이들은 단순한 스침이 아니라,
이 여정에서 반드시 만나야 했던 사람들이었다.
한계까지 다다랐던 고통의 시간은 이제 희미해지지만,
그들에게 받았던 도움과 감동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커져만 간다.
그 크기보다 더 큰 마음으로,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오랫동안 그리워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시 만날것이다.
마실정회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