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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의 물과 숲은 최고로 쳐준다. 가는 곳마다 산이 병풍처럼 서 있고, 계곡엔 맑은 물이 넘쳐난다. 전남도립공원인 천관산을 비롯해 억불산·제암산·사자산·수인산·부용산 자락이 길손을 포근하게 반겨준다.
전남 3대강인 탐진강은 56㎞ 물줄기를 이루며 장흥읍을 가로 질러간다. 그것을 받아먹은 농산물과 축산물은 명품으로 팔린다. 사람들도 그 자연을 닮아 지금껏 오염을 일으키는 공장 하나 들이지 않았다.
장흥 앞바다 득량만은 뭍보다 훨씬 많은 물산을 낳는다. 송림이 우거지고 가는 곳마다 낚시터가 들어서 사시사철 인파가 몰려오고 있다.
장흥군은 북쪽으로 나주와 화순, 서쪽으로는 영암과 강진, 남쪽으로는 완도, 동쪽으로는 보성·고흥과 경계를 이룬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로는 드물게 읍(장흥읍·관산읍·대덕읍)이 3곳이나 되고, 용산·안양·장동·장평·유치·부산·회진 등 7개면에 294개 마을이 둥지를 틀고 있다. 주민 수(1월말 현재)는 1만 9,878가구에 4만 2,239명이 살고 있다. 장흥군 인구는 1966년 14만 4,000여 명이 살때가 가장 많았다.
지명 장흥은 고려 인종이 이 곳 출신 공예태후를 맞아 의종·명종·신종을 낳은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내려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장흥(長興)’엔 ‘길이 번창하라’는 임금의 바람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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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진강이 흐르는 장흥읍 전경. 강변에 들어선 물문화공원과 생태문화공원에선 매년 물축제가 열린다.
장흥 숲의 위력 ‘치유의 땅’으로 변신
전남 중부권 중앙에 자리한 장흥은 강진·영암·완도 등 이웃 고을을 호령하던 곳이었다. 일제 때는 헌병대가 있었고, 검찰과 법원이 일찌감치 자리잡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농업과 축산업 등 ‘1차 산업’에 안주하다보니 이웃 지자체보다 발전이 더뎠다. 그러던 장흥이 2000년대 들어 크게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때묻지 않은 산과 계곡, 맑은 공기가 큰 밑천이 되고 있다.
편백숲 우드랜드 건립은 첫 작품으로 꼽힌다. 편백숲 우드랜드는 장흥읍이 내려다보이는 억불산 자락 100만㏊ 규모 편백숲 속에 지은 관광휴게시설이다. 한옥·황토집·통나무집·목공예체험장 등 친환경 공간 28동이 속속 들어섰다. 하루 200명이 묵어갈 수 있는 규모다. 대박이 났다. 주말 이용 예약은 1~2개월 전에 끝난다.
여기다 편백소금집도 열었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향과 천연 소금을 이용한 피부질환 치유공간이다. 비비에코토피아도 선을 보였다. 1만㎡ 숲속에 들어선 이른바 ‘나체촌’이다. 말 그대로 나체로 다닐 수 있게 하려했으나 동네 어른들이 말려 속옷을 입은 채로 숲을 거닐며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해놨다.
온갖 나무향을 들이마실 수 있는 산림욕장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1996년 유치면 월암마을 산자락에 문을 연 유치자연휴양림은 굴참나무, 생강나무, 굴피나무 등 400여가지 다양한 식생이 자라고 있다. 넓이는 51㏊다. 보림사 산림욕장은 유치면 봉덕마을 보림사 뒷편 가지산 일대에 들어서 있다. 100년 이상된 비자나무 239그루와 녹차, 왕대숲, 단풍나무, 참나무, 꽃무릇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천관산 자연휴양림은 관산읍 농안마을 뒷산에 꾸며져 있다. 287㏊에 동백군락지, 소나무 등 각종 수목이 우거져 있다. 각 휴양림에는 주차장, 취사장, 야영장, 체육시설뿐만 아니라 하룻밤 묵고 갈 수 있는 ‘숲속의 집’이 갖춰져 있다.
장흥군은 내친김에 로하스타운(건강촌)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은퇴자 등이 들어와 살 수 있도록 안양면 사자산 자락에 2000가구 동네를 짓고 있다. 여기엔 수영장·문화센터·진료센터까지 짓는다. 진료센터는 정부가 250억원을 들여 지어주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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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불산 편백숲 우드랜드. 자연을 활용한 건강 휴양촌으로 장흥군의 최대 명소로 떠올랐다.
변혁의 역사와 문화 큰 자부심 ‘한국문학의 고향’으로 다시 우뚝
장흥은 늘 변혁을 꿈꾸는 공간이었다. 신라말 불교 선종을 퍼뜨린 곳이 보림사였다. 보림사는 국보 2점, 보물 8점, 지방문화재 13점을 갖고 있다. 전국 사찰 중 가장 많은 유물을 보존하고 있는 명사찰이다.당시 신라에선 귀족중심의 불교인 교종이 성행했다. 교종은 매우 이론적이고 탁상공론에 머물렀다. 선종은 실질적인 깨달음을 중시했다. 억압받던 지방호족과 신분제의 한계에 절망하던 6두품들에겐 희소식이 됐다. 물론 자연스럽게 고려 건국의 사상적 기반이 됐다.
장흥은 조선 말 동학혁명 때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한다. 동학혁명군이 일본군과 관군에 맞서 최후의 결전을 치른 곳이다. 장흥읍 석대들(국가사적 제498호)은 황토현·우금치·황룡 등과 동학혁명 4대 전적지다. 이 곳에서 장흥농민군 5,000여 명은 광주·화순 등에서 패전해 내려온 농민군들과 함께 전의를 다졌으나 신무기로 무장한 일본군에게 완전 제압당하면서 동학혁명이 막을 내렸다. 장흥군은 1992년 석대들이 보이는 장흥읍 공설운동장 위편에 동학농민혁명기념탑을 세워 농민군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장흥은 ‘문림 고을’이라 할 만큼 학자와 문장가, 예술인을 다수 배출했다. 가사문학의 효시라 불리는 [관서별곡]의 저자는 백광홍이다. 안양면 기산리 태생이다. 영·정조때 대유학자 존재 위백규도 관산읍 방촌리가 고향이다. 북한이 민족음악가 28인으로 꼽은 가야금 명인 최옥삼은 장흥읍 건산리 출신이다.
[눈길], [서편제] 등 남도민의 한과 소리를 소설로 담애낸 소설가 이청준, [아제아제 바라아제], [해산 가는 길] 등을 쓴 한승원, [자랏골의 비가], [녹두장군] 등으로 유명한 송기숙도 이곳 출신이다.
장흥은 이 밖에도 이승우·이대흠·위선환 등 무려 100여 명의 등단 문인을 배출했다. 장흥군은 천관산문학공원과 천관문학관 등에 이들의 작품세계를 정리해 놓고 있어 국문학도들의 단골 답사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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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선종 사찰인 보림사. 국내 사찰 중 가장 많은 종류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다.
이젠 바다에서 길을 연다, 제주고속페리·낚시공원 등 관광자원 풍성
장흥 회진면 노력항에서 제주성산포 항까지 가는 뱃길이 2010년 7월 열렸다. 1시간50분에 주파한다. 육지에서 가장 가까운 뱃길이다. 여객 564명과 차량 70대를 태울 수 있다. 하루 왕복 2회다. 이용객이 많아 지난해 7월엔 또 한척의 카페리호가 투입될 만큼 뱃길관광이 호황을 이루고 있다. 이용객 편의를 위해 광주와 순천에서 노력항까지 왕복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노력항과 성산포항에 대형 무료주차장을 마련했다.
회진면 대리 앞바다엔 전국에서 처음으로 해양낚시공원을 세웠다. 갯바위와 방파제 낚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만들었다. 감성돔 낚시 포인트로 유명하다. 도다리와 숭어, 학꽁치 등도 잘 문다. 부잔교 낚시터와 콘도 낚시터 등이 꾸며져 있어 바다에서 밤낮없이 머물며 낚시를 즐길 수 있다.
회진바다낚시터는 배를 타고 손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매년 10월 전국 바다낚시대회가 열릴 정도로 명소로 알려져 있다. 감성돔과 농어가 힘찬 입질을 하는 바다다.
장흥의 대표적 바닷가인 수문해수욕장 일대가 쉼터로 단장됐다. 2㎞ 남짓 백사장 주변엔 소나무 숲이 울창하고, 득량만 개펄에서 나는 바지락, 키조개, 피조개 등 해산물의 맛이 일품이다. 이 곳에 해수사우나 등을 갖춘 호텔 옥섬워터파크가 들어섰고, 인근에는 황토집 등 민박집 수곳이 생겨났다.
멋과 맛, 흥을 돋우는 장흥축제
장흥축제는 새해 첫날 정남진 일출맞이로 시작한다. 관산읍 신동·우산지구 안에 자리한 정남진 전망대를 중심으로 해돋이 행사가 밤새 열린다. 추위를 덜어주기 위해 매생이 떡국과 따뜻한 차를 무료로 건넨다.
5월초엔 제암산 철쭉제와 키조개 큰잔치가 동시에 열린다. 전국 철쭉제의 테이프를 끊는 행사다. 총 6km 길이에 폭이 많게는 200m에서 적게는 50m에 이르는 철쭉꽃이 장관이다. 이때 나는 키조개는 맛이 최고다.
7월말이나 8월초에 열리는 정남진 물축제도 볼만하다. 장흥읍 탐진강변 일대 등에서 열린다. 깨끗한 강물을 담은 양동이 1000개, 소방차 호스 등으로 퍼붓는 물맞이 행사, 분수터널 소달구지타기, 뗏목타기, 소원 촛불종이배 띄우기, 민물낚시대회 등이 펼쳐진다.
7~9월 사이 3번 열리는 개매기 축제도 각광을 받고 있다. 대덕읍 신리 바닷가에서 고기를 손이나 대발 등으로 잡는 놀이이다. 장어·숭어·돔·낙지·게 등을 잡는 재미를 잊을 수 없다. 가을엔 회진항에서 전어 축제, 천관산 억새제 등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