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일찍 골드코스트를 가려고 하다보니 잠을 설쳤다. 두시반에 일어나서 메모를 좀 하고, 정리를 하고 화장실을 가서 속을 비운다. 6시가 되니 집사람도 일어나서 준비를 하는데 6시50분 기차를 탈 계획이니까 기차역까지 시간을 고려해서 6시30분에는 나가야 하는데, 또 집사람이 나오기 직전까지 이거저거 정리를 하면서 시간을 잡아먹는다. 다 때려치우고 그만둘까 싶기도 했지만 요즘 내 맘이 부처님마음인지라 애써 화를 억누른다. 곧 떠나야 될 사람인데 좋은 기분으로 가도록 내가 화를 안 내야겠지만, 도대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6시35분에 부랴부랴 센트리역을 찾아가는데 맘이 급하다보니 실수를 하게 된다. 그것을 가지고 또 궁시렁거리니 화가 막 난다. 부르는 소리에도 모른 척하고 그냥 내 갈길로 막내달린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빗방울이 내리는데 점점 굵어진다. 계획을 중지할까하는 마음도 살짝 있었지만 여기 날씨와 골코날씨가 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냥 밀고 나가기로 했다. 중앙역에 도착했는데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잠시 길을 헤매고 있는데 그 와중에 커피한 잔 사겠다는 얘길해서 진짜로 막 내 갈길로 앞서 갔더니 커피를 안 사고 그냥 쫓아 오더군. 1번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아직 시간이 10여분 남았다. 그것을 보고 또 커피를 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해ㅆ다며 철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에어포트에서 오는 골두코스트기차를 타고 72분을 간다. 호주는 교통시간은 철저하게 지키는 것 같다. 타고 내리는 사람을 일일이 신경을 쓰면서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대단하다. 내릴 때는 개별적으로 출입문에 있는 버튼을 눌러야 한다. 의자는 회전이 가능한데 입구쪽에 횡으로 된 의자 바로 뒷부분만 4명이 마주보게 되어있고 나머지는 건들이는 사람이 없는지 다 정방향으로 있다. 의자 사이 복도쪽으로 손잡이가 있어서 잡기 편하고, 문쪽에는 천정에 8개의 손잡이가 매달려 있다. 굉장히 합리적인 구조이다. 기차 내부는 깨끗하고 각종 정보를 방송과 화면으로 제공하고 있어서 신경을 쓴다면 굉장히 편리한 것 같다. 그래서 골코를 갈때는 신경을 많이 썼는데 돌아올때는 믿음이 있어서 정해진 계획대로 생각하면서 와도 이상이 없었다. 레장역에 도착해서 740번 버스를 타고 골코까지 가는 것도 상당히 편했다. 더구나 종착지였기에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된다. 사이프러스 정류장에는 트램도 있었다. 서퍼 파라다이스는 말 그대로 서퍼들의 천국인양 파도가 줄지어 연속해서 몰려오고 있었다. 탈의실이 없으니까 아예 숙소에서부터 수영복 차림으로 다니는 것 같다. 여기서도 그냥 갈 수 없으니 수영을 즐기는데 나보다 늙은사람은 찾을 수 없다. 아침을 굶고 출발했기에 브런치로 해변가의 마티니티라는 곳을 들어가 3인분을 시켜서 먹으며 파도와 지나다니는 사람을 구경한다. 시간에 쫓기지않고 이렇게 여유롭게 즐겨야 하는데 아침엔 왜그리 서둘렀을까... 서파를 걸어서도 다니고 천천히 음미를 한다. 우리나라 청평에 북한강을 끼고 있는 집같은 동네가 나타난다. 집집마다 뒤쪽에 선착장을 마련해두고 있다. 여유로와 보인다. 스카이 뭐라는 곳은 일부러 앝갔다. 이런 삶을 느끼는데 구태여 높은데서 내려다볼 이유가 사라졌다. 돌아오다가 740번은 우리 둘이 전세내고 왔고 -여자기사분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사우스뱅크역에 내려 학교를 들렀더니 자습을 일찍 마치고 쇼핑을 하러 시티로 나갔다고 한다. 시티에서 좁으니까 약속도 없이 만나고 함께 세타사무실로 들어와서 오랜시간을 워홀 인터뷰와 주말 계획을 발표하면서 아울러 교사평가도 실시했다. 휴대전화가 아침에 100% 충전하고 나가도 저녁때면 완전 방전이 된다. 이제 바꿀 때가 된 것 같지만 좀 더 오래 갖고 있고 싶다. 빨리 바꾸는게 능사는 아니리라. 한식집을 찾으렫고 한우리 란 식당을 물색해 놓았는데 구글지도가 안되니 어쩔 수 없다. 그냥 돌아와 라면에 햇반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들어올때 4엑스 맥주도 한팩을 사들고 와서 한 잔한다. 여기와서 맥주를 많이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