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보배산 정상으로 향하던 도중 만난 전망대에서 해안 조망을 즐기고 있다. 부산 시계 종주의 첫 발을 내딛었던 가덕도와 그 앞쪽으로 부산신항, 용원CC 등이 보이고 오른쪽 멀리 거가대교도 희미하게나마 눈에 들어온다.
코스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면 주포마을 경주 이씨 재실~지능선 갈림길~주능선 갈림길(신 낙남정맥)~잇딴 전망대~보배산 정상~흥국사갈림길~소사나무 군락지~(작은)마봉산~전망대~두동고개~임도갈림길~여주 이씨·함안 조씨 묘~356.4m봉~너드리고개~임도~지사 버스종점 순이다. 총 거리는 9㎞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 3시간30분, 휴식 포함 4시간 30분쯤 걸린다.
주포마을 경주 이씨 재실 앞 정자 뒤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보배산 정상이다. 정자에서 봉우리를 보면서 왼쪽의 민가(가주로 200번지) 왼쪽 골목으로 들어선다. 폐쇄된 우물 앞에서 우측 길로 오르면 곧바로 산길. 2분 후 지능선 등산로에 닿는다. 이 길이 바로 부산과 경남의 경계길이다. 왼쪽으로 틀어 오르막을 탄다. 묵은 낙엽 위에 올 가을 새로 떨어진 잎사귀들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 폭신하고 걷기에도 좋은 길. 윤곽이 뚜렷하다. 하지만 바닷가의 산들이 대개 그렇듯이 경사도는 제법 센 편이다. 구슬같은 땀방울이 이마에 송글송글 맺힐 즈음, 주능선 갈림길에 닿는다. 오르막을 30분가량 탄 후에 닿은 이 능선길은 일부 산꾼들 사이에 '신 낙남정맥'의 마지막 구간으로 인정받고 있는 길이다. 물론 '신 낙남정맥'이라는 것은 산줄기 종주 산행을 즐기는 일부 산꾼들이 주장하는 것이기는 하나, 기존의 낙남정맥을 완주한 사람들이 이 구간을 찾아오는 추세가 점차 강해지고 있기는 하다.
마봉산 정상 직전 바위 전망대에 선 이창우 산행대장. 왼쪽 봉우리는 망월산 보개산으로도 불리는 보배산 정상이다.
왼쪽으로 꺾어 본격적인 능선 산행에 들어간다. 1분 후 첫 번째 전망대. 발 아래에는 들머리인 주포 마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고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부산신항과 가덕도 거가대교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희뿌연 연무만 걷힌다면 더없이 시원한 풍광이 드러날 것 같다. 이후 10여분을 가는 동안 전망대를 두 곳 더 지난다. 눈에 들어오는 풍광은 첫 번째 전망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골프장인 용원CC 남쪽의 야트막한 봉우리 인근 부인당(286.8m)이 눈에 들어온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따르면 부인당은 아유타국의 공주이자 수로왕비가 되는 허황옥 일행이 망산도에서 수로왕의 신하들과 조우하고 별포진에서 뭍에 잠시 내려 쉬면서 속바지를 벗어 산신령에게 폐백을 올린 후 조금 더 배를 몰아 정박한 곳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지금이야 골프장의 호화로움에 가려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 보배산 마봉산서 본 서부산권 풍광 압권
보배산 정상에서 마봉산으로 향하는 능선길에서 만난 소사나무 군락지.
그리고 세 번째 전망대에서 5분쯤 가서 만나는 네 번째 전망대는 좀 더 광활한 풍광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거가대교와 거제도가 좀 더 가깝게 다가오고 진해 웅동 일대까지 드러난다. 멋들어진 소나무 아래 너럭바위에 앉아 멋진 바다 풍광을 보면서 점심 식사를 하노라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싶을 정도다. 그리고 2분 후 주포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면 곧바로 보배산 정상이다. 북동쪽으로는 부산 강서구 지사동 일대와 경남 김해시 장유, 율하 신도시 일부가 눈에 들어오고 남동쪽에는 다대포 몰운대 낙동강하구를 비롯한 서부산 일대 거의 대부분이 펼쳐진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병풍처럼 둘러쳐진 천자봉 시루봉 웅산 불모산 화산 굴암산 등 진해 동부 김해, 서부권 산줄기가 산꾼을 유혹한다. 400m대에 불과한 해발 고도에 비해 조망도 빼어나고 고도감 또한 만만찮다.
왼쪽 방향인 주능선을 따라 내리막을 탄다. 5분 후 갈림길에서는 직진한다. 우측은 흥국사 방향이지만 흥국사는 답사를 마친 후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다.
능선길 주변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단단해 보이는 나무들은 목공예 재료로 인기가 높은 소사나무들. 소사나무 군락은 300m이상 계속된다. 노랑색의 기린초, 연보라빛 잔대꽃 등 여러 종류의 단아한 가을 야생화도 수줍은 듯 미소를 띠고 있다. 안부를 지나 살짝 올라서면 일명 작은 마봉산(382m)이다. 국립지리정보원 발행 2만5000분의 1지형도상의 마봉산은 이곳에서 서쪽으로 직선 거리 약 1.8㎞쯤 떨어져 있는 401m봉이지만 남쪽 아래 마을인 진해구 두동 주민들은 두 봉우리를 모두 마봉산이라고 부른다는 점도 참고로 하자. 그래도 헷갈린다면 이 봉우리를 '작은 마봉산'이라 불러도 된다. 정상 직전 우측에 멋진 전망바위가 있어 잠시 올랐다가 길을 재촉한다.
◇ 수로왕비 허황옥 발자취 더듬으며 걷는 길
마봉산 정상 주변에 서서히 가을색이 묻어나고 있다.
또 정상에서 조금 더 가면 큰 바위 전망대가 있다. 저 만치 지형도상의 마봉산이 보인다. 이어지는 내리막은 꽤 가파르다.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겠다. 15분 후 두동고개에 닿는다. 왼쪽 골짜기로 내려서면 진해구 두동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두동을 거쳐 청안동 해오름APT 앞에서 부산행 버스를 탈 수 있다. 그렇지만 취재팀은 직진, 다시 약간의 오르막을 탄다. 한바탕 올라서면 편평한 길이 이어진다. 갈림길에서는 직진. 7분 후 여주 이씨, 함안 조씨 묘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15분 후 삼각점이 있는 356.4m봉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은 마봉산, 오른쪽은 너드리고개 지나 굴암산 방향으로 가는 길이다. 봉우리 옆 나무 가지에 본지 근교산 취재팀의 제2대 산행대장이었던 '준·희' 최남준 선생이 달아 놓은 흰색 표지판이 반갑다. 우측 완만한 내리막을 타면 10분 만에 안부인 너드리고개에 닿는다. 너드리고개에서 우측으로 살짝 내려서면 곧바로 임도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왼쪽으로 틀어서 20분쯤 걸으면 지사과학산업단지 버스 종점에 닿는다.
# 떠나기 전에
- 흥국사 내 사왕석, 불교 남방도래설 증거?
명동마을 흥국사 극락전에서 볼 수 있는 사왕석.
보배산은 보개산 또는 명월산이라고도 불린다. 특히 '명월산(明月山)'이라는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락국의 김수로왕이 48년 명월산 아래에서 왕후 허 씨를 친히 맞아 환궁하였는데, 이 때 허왕후는 비단바지를 벗어 이 산의 산신령에게 폐백을 드렸다고 전해온다. 또한 당시 수로왕은 허 씨의 아름다움을 달에 비유하며 이 산을 '명월산'이라 하고 명월사를 지었다고 한다. 즉, 수로왕과 허왕후 이야기에 직접 관련돼 있는 산이라는 것이다.
명월사는 지금의 명동마을 계곡 깊은 곳에 위치한 흥국사(興國寺)로 전해진다. 흥국사 측에서는 수로왕과 허왕후의 이야기 등을 원용해 '가야불교의 발원지'로 사찰 안내판에 기록하고 있다. 한편 극락전에는 '명월사 사왕석(明月寺 蛇王石)'이 수로왕 및 허왕후의 영정과 함께 안치돼 있다. 이 사왕석에는 높이 60㎝ 너비 80㎝의 좌불이 양각돼 있고 양 옆에 코브라뱀이 떠받치듯 조각돼 있다. 이는 국내 불교에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인도 불교에서나 볼 수 있는 양식으로, 불교 남방 유래설의 주요한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유물이기도 하다.
# 교통편
- 지하철 하단역서 '강서16번' 마을버스 이용
부산도시철도1호선 하단역에서 주포마을까지는 마을버스(강서 16번)를 이용한다. 오전 7시20분, 9시50분, 11시50분 등 하루 7회 운행.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날머리인 지사동 매일정기 앞 버스종점에서는 하단역행(강서 12번) 또는 구포역행(강서 7-2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강서 12'번 마을버스는 오전 5시50분부터 오후 10시55분까지 35~50분 간격(주말 기준)으로 운행한다. '강서 7-2'번 버스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평일은 1시간, 주말은 2시간 간격 운행.
자가용 이용자의 경우 을숙도 지나 녹산수문 삼거리로 가서 우회전 부산경남경마공원 쪽으로 간다. 세산삼거리에서는 부산신항 방면으로 좌회전, 10분쯤 가다가 옥포마을 버스정류소 앞에서 우측 샛길로 진입한다. 5분 후 주포마을. 차량 회수를 하려면 지사동 자동차부품복지관 앞 사거리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서부산권 일대에서 운행하는 콜택시(051-971-9955)를 불러도 된다. 1만 원 안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