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양파를
수확하면서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신효선
며칠 전부터 양파와 마늘을 캐자고 해도 남편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텃밭 한쪽에 양파 한 줄, 마늘 한 줄을 심었다. 손이 덜 가는 게 무얼까 생각하다가 마늘과 양파를 심었다. 마늘 한 줄은 잘
자랐는데 양파는 많이 얼어 죽어 그 빈자리에 마늘을 다시 심었다. 작년 초겨울에 심고 4월에 큰아들이 사는 프랑스에 갈 때 조금 자란 것을 보고
한 달 만에 돌아왔다. 그곳에 있으면서도 텃밭 생각을 많이 했다. 이곳에 있을 때는 텃밭에 자주 갔다. 그런데 한 달을 모른 체했으니 주인이
오지 않는 시간에 작물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작물들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했는데 말이다.
출국하기 전에 거름을 주고 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남편은
바빠서인지 그냥 갔었다. 얼마 자라지 않은 마늘과 양파를 보며 나는 잔소리를 했다. 옆 밭 아주머니는 거름을 많이 주더니 탐스럽게 잘 자랐는데,
우리 것은 별로 자라지 않았다. 속담에 자식 농사는 내 자식이 잘된 것 같고, 농사는 남의 것이 잘된 것 같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땅을 파거나 거름을 주는 일은 못한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다. 마늘종도 뽑고 무슨 작물을 심어야 하는지는 같이 상의해서 한다. 외국에서 한 달 만에 오면서는 밭에 풀이 무성하고 모든 게
엉망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남편이 출국하기 전에 관리를 잘해서인지 의외로 괜찮았다. 모종을 심을 곳은 검은 비닐로 덮어 놓고 가서인지
잡초도 없었다.
귀국하자마자 남부시장에 가서 모종부터 사다가 심기 시작했다. 가지,
오이, 마디호박, 토마토, 꽈리고추, 오이고추, 치커리를 심었다. 나는 남편 곁에서 심는 것을 입으로 도와주었다. 그리고 여고동창생들의 3박
4일 제주도여행 일정이 잡혀 피곤한 몸인데도 그곳에도 다녀왔다. 요사이 같으면 하루가 48시간이라도 짧게 느껴진다.
처음 이곳 전주에 와서 텃밭을 시작할 때는 별로 반가워하지 않았다.
광주에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제대로 숨도 고르기 전에 시작한 텃밭이다. 그러나 이제 한 해를 텃밭을
가꾸다 보니 정이 들어 시간이 나면 그곳에서 보낼 때가 많아졌다.
마늘(garlic)은 중앙아시아가 원산인 백합과(百合科) 중 가장
매운 식물이며, 마늘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고 많이 사용되는 향신료이다. 단군신화에서도 마늘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마늘을 심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늘에 들어있는 알리신이라는 성분의 살균력은 페니실린의 100배에 달한다고 한다. 알리신은 강력한 살균과 항균작용이
있어 식중독균을 죽이고 위궤양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까지 죽인다 한다. 마늘의 효능 중에는 치오에텔, 알리신, 유화수소, 멜가프탄 등의
성분이 중금속을 배출시키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고 혈전을 방지하는 역할을 해준다 한다. 또한, 마늘에 함유된 셀레늄 성분이 항산화 물질로
노화를 예방하고 다이어트에도 아주 효과적이란다. 나는 마늘을 수확하면 흑마늘이 생마늘보다 효능이 좋다 하니 흑마늘을 만들려고 한다. 흑마늘은
생마늘보다 강력한 항암 및 항산화 효과 그리고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효능이 있다 한다. 거기에다 매운맛도 상당히 사라지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오늘은 마늘과 양파를 캐는 날이다. 남편은 아침 일찍 마늘을 캐러
가더니 그냥 왔다. 옆에서 텃밭을 하시는 분이 아직 이르니 더 있다 캐라고 하셨다 한다. 그런데 TV에서는 내일 비가 올 거라고 일기예보를
했다. 남편은 생각을 바꾸었는지 점심을 먹고 마늘을 캐러 간다며 먼저 집을 나섰다. 마늘을 캐놓으면 뒤처리는 내가 해야 하니 나는 조금 늦게
가도 된다. 집안일을 대충 하고 텃밭으로 갔다. 마늘을 캐는 남편이 기분이 좋아 보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늘과 양파가 밑도 잘 들고 튼실했다.
겉으로 보기엔 자그마하고 시원찮아 보이던 마늘과 양파가 막상 캐놓고 보니 알맹이가 크고 탱글탱글했다. 올해는 마늘 작황이 좋지 않은지 가격이
꽤나 비싸다고들 한다. 지금껏 텃밭을 하면서도 처음으로 양파와 마늘을 재배하여 수확한 것이다. 양파도 우리가 먹을 만큼은 수확했다. 내가
재배하여 수확한 것이라 그런지 부자가 된 듯 마음이 흐뭇하고 뿌듯했다. 양파는 쿼세틴 성분이 들어있어 혈액 속의 불필요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을
녹여 없애준다고 한다. 까면 깔수록 매력적인 양파는 동맥경화와 고지혈증을 예방하고, 웬만한 요리에 다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식품이다.
남편의 마늘 캐는 손놀림에서 농사꾼의 모습이 엿보였다. 남편이 캐놓으면 나는 가위로 몇 센티 정도 자르고 정리를 했다. 내 손으로
재배한 작물이라 더욱 기분이 좋았다. 텃밭은 힘들게 일한 만큼 풍성함과 기쁨을 안겨 주었다. 흙과
생명의 소중함은 물론이고 수확의 기쁨까지도 누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자연의 순리를 깨닫게 했다. 나는 오늘도 텃밭에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 마늘과 양파를 수확하면서
마음속에 나만이 아는 희열과 기쁨을 맛보았다.
(2016. 6.
7.)
첫댓글 참으로 삶을 알뜰하게 사시는군요. 우리 몸에 제일 좋은 마늘과 양파 수확을 축하드리며
그와 더불어 좋은 글까지 쓰시고 참으로 부럽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윤동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