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어 갈 때 쯤이면 새벽 산책길에 청계산을 바라보고붉게 물든 단풍의 아름다운 경치를 접 할때, 아-아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머지않아 눈이 내리며, 새해가 오고,곧 진달래 능선에 진달래 꽃이 만발하면나의 얼굴에도 주름살이 늘며,그 주름살 넘어로 어둡고,밝은 또 하나의 그림자가 생기겠지 하며, 걷기를 계속하지...이용이 노래 해 히트 친 '잊혀진 계절(10월의 마지막밤을)'을,그리고 젊은이들의 한이 담긴 '테스형'을 들으며...걸어야 건강해 진다.이름이 스스로 하루 한끼 식사를 집에서 해결하는자 일식(自一食)인 나야말로 매일 빠쁘다. 새벽 산책하고, 아침 밥 해 먹고, 청소하고,기타 쳐야지, 당구,골프 등산해야지,주식 들여다 보아야지,투자회사에 가서 감독해야지.. 동양 철학에 빠져 사서 삼경 공부해야지,선물 받은 난 관리해야지, 버릴순 없지 않는가?일주일이 빠쁘게 돌아간다.어떤이는 얘 엄마가 '이남자! 이남자!'라고불러서 성은 이씨로 이름은 남자로 이름을 고쳤다나...'이남자'보다는 自일식이가 훨씬 자유스럽다.밥 해달라는 아양을 안 떨어도되니까...그러나 마누라님은 시간이 많아 답답하고 지루한지, 청소기를 들고 뛰다가, 세탁기를 돌리다가TV와 전화통 들고 하루를 보내다가요즈음은 동내 친구들이 생겼는지 평생 좋아하지 않던 등산을 매일 다니고,밤도 주어와 삶아 주곤 한다. 코로나가 인간들의 생활습관을 바꾸고 있다.세상이 바뀌어도 많이 바뀌었나 보다.자연의 이치는 자꾸 변한다고 하는데, 우리집안도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다.오래 살고 볼 일이다.부부동반으로 오래 전에 처음으로 친구 동기생들 일행과 몇 년 전에남성대(영동에 있음) 체력단련장에서 라운딩을 하던 기억이 나, 마누라가 한번 가자고 해서,얼마 전 그곳을 다녀왔다.군대생활 20여년 넘게한 보답으로군 체력단련장 회원권을 육,해,공 합쳐 26개나 가지고 있다.어떤 현역군인이나 예비역들은 군인들을 국가에서 푸대접 한다고 불평이지만,나는 군에서 크게 출세는 못했지만군인으로 20년간 복부한 것을 너무 감사해 하고 행복해 한다.이런 혜택을 촌놈인 나에게 준 국가와 지도자에게 감사하고 있다.남성대는 원래 서울근교 성남에 있었는데,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척되면서행정학교가 영동으로 옮기고, 하남시가 되면서 남성대 군 골프장이 없어지고,동여주,처인 ,특전사 ,행정학교등 체력단련장인 골프장을 4개나 대신 받은 것이다.거리는 멀고, 시설은 옛 남성대만 못 하지만,여러개의 골프장이 군 부대에 새로 생긴 것이다.영동은 감과 포도, 그리고 포도주를 생산하는 포도 주정공장이 있어서해마다 포도주 축제를 한다.또 금강의 지류인 영동강 일급수에서서식하는 올갱이가 특산물로 유명하다.포도주 공장이 코로나로 문을 닫은 바람에 관람은 못하고,첫 날은 이름난 소고기 등심 집에서 테슬라(테라맥주+참이슬)로 한잔하고좀 누추하지만 여관에서 쉬었고, 다음 날 라운딩을 했는 데분지와 같은 넓은 평원에 조성된 나인 홀에서 주변 경치를 보면서, 잔디 파기로,그런 대로 하루를 즐겼다. 골프를 잘 칠려면,골프공과 빨래 줄 그리고 쪽파를 가마솥에 삶아서그 국물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공복에 한 잔씩 하고 왔더라면,싱글을 할 수있었을텐데...유우머는 언제나 들어도 웃긴다.빨래줄은 드라이브가 빨래 줄처럼,쪽파는 파를, 공복은 공에 복이 붙어있다는 의미라고....운동이 끝나고 올갱이국을 먹고 싶어, 물어 물어 찾아간 곳이 '뒷골집'이었는 데'원조의 원조 올갱이 집'이란다.제대로 찾은 것이다.올갱이는 동의보감에 따르면 숙취해소에 좋고, 당뇨 예방과 눈을 맑게 하는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또 껍질 속 알맹이는 작지만 아미노산 덩어리로예로부터 간염이나 간경화를 고치는 약으로 흔히 써왔다.특히 올갱이를 끓이면 우러나는 파란 물이 올갱이 피의 푸른 색소인데,이 청 색소가 사람의 간 색소와 닮아 ,간 기능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그 옛날 어려웠던 시절, 온 식구가 둘러 앉아 바늘로 다슬기 알맹이(올갱이)를 빼먹고국물을 후룩후룩 들이 마시며 허기를 달랬던 시절이 있었다.이젠 그런 추억을 뒤로하고 웰빙 시대에 숙취, 해독, 간, 위를 보호하는 건강 보양식을먹으러 영동 올갱이 해장국을 찾는 이들이 많아 졌다고 한다.후배 한 사람은 술이 과해 ,간이 너무 나빠져 이 올갱이국을 한 달간 먹고건강을 회복했다는 경험담을 들은 적이 있다.술 좋아 하는 나로서는 좋은 소식이 아닐수 없다.얼갈이 생배추와 된장,그리고 갖은 양념에 올갱이를 넣어 끓인 국물은구수한 된장 맛에 올갱이 맛이 더해져서 시원하다고 할까!아무튼 좌석이 열석 정도 되는 이름에 걸맞은 '뒷골집 '식당이었는데식당 여사장이 어찌보면 젊어보이고 ,어찌보면 나이가 들어 보이기도 하다.영특해 보이기도 하고, 어리숙 해 보이기도 하나, 젊어서는 제법 똑독했을성 싶다.제법 우리 일행의 말을 받아 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으며,그 많은 손님들로 부터 들은 풍월이었으리라.홀로 살면서 40여 년간 다슬기 알맹이를 바늘로 빼내,올갱이국 장사로 뒷골집이 포함된 빌딩을 지었으며,자식들 대학까지 다 보내고 지금은 노후를 손님들에게 봉사하며사노라고 하면서 푸짐한 올갱이국을 한사발 덤으로 준다.그러면서 삶의 철학을 얘기하는데, 철학과 교수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논어,맹자,대학,중용에 나오는 말씀들을 서슴치 않고 얘기한다.어려운 삶에서 스스로 체득한 삶의 철학일 것이다.인문학에 도사처럼 어렵게 살아온 삶의 철학을 늘어 놓는다.나는 당신 만큼은 여려움을 덜 겪어었지만 칠십평생 살면서 ,파란만장한좌절과 실망을 많이 한 사람인데...속으로 읊조리면서,밥 한 그릇 국물에 말아 금방 해치웠다.그녀의 말로는 나이가 일흔 네살이라면서 ,얼굴 주름살 넘어로 총명한 눈빛이아직도 무슨 일이 든지 해낼 자신이 있다는 표정과 언변인 것이다.,나와 어렸을 적에 같은 동내에 살았더라면짓굿게 치마를 헤치며 같이 놀았을, 그런 개구쟁이, 꼬막쟁이 친구였을거라는 생각을 하고,비록 조그마한 식당에서 올갱이국 장사를 하지만,곱게 그리고 의식주해결과 자식 교육을 至誠으로 실천하며 열심히 살아온그 뒷골집 여사장이 나 보다는 더 성실하고 보람되어 행복한 삶이 아니었나 생각하며그녀의 삶을 아름답게 평가하고 존경하며,그리고 정성이 가득한 오갱이국의 시원함을 뒤로 하고,새파란 진국이 우러나오게 끓인 5인분의 올갱이국을 포장하여 트렁크에 실고운전수로서 서울로 향했다.친구들! 코로나로 너무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다.영동에 가서 시원한 올갱이국이라도 한그릇 먹으면...그동안 술로 찌든 간을 해독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사랑해! 친구들! 한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