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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화제의 소프트는 <크로노 트리거>(스퀘어)입니다(저자가 글을 쓴 시기는 1995년이었습니다 - 편집자 주). 그런데 게임전문점 앞에서 우리는 아주 기묘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발매 후 채 1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중고품이 잇달아 점포 앞에 진열되어 있는 것입니다.
<크로노 트리거>는 정말 영화와 같은 롤플레잉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반전이 계속되는 등 스토리 전개의 묘미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레벨만을 올리기 위한 배틀 장면도 적어 게임을 척척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 롤플레잉게임으로서 시간도 짧습니다. 십 여 가지의 결말이 준비되어 있는 멀티 엔딩 형식이 자랑이지만 한번만 플레이해도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하고 싶거나 소장하는 유저는 제외하더라도 빨리 중고로 팔고 싶어 하는 유저가 나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중고 매입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관계를 여실히 반영하는 변동 시세입니다. 발매 직후에 신품 품귀현상이 보이는 시점에서는 매입가격도 비싸지만 중고품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시세는 내려갑니다. 그리고 '매입가격이 비쌀 동안에 팔아야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팔려고 합니다.
한 개에 1만엔 정도하는 게임 소프트를 한 달에 여러 개 살 수 있는 유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한 달에 1개 정도 사는 것이 평균적일 겁니다. 아마 아이들이 용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겨우 1년에 4~5개일 겁니다. 그런데 갖고 싶은 신작 소프트는 잇달아 나옵니다. 그래서 당장은 가지고 놀지 않는 소프트를 처분하여 돈을 만들어 구입할 수 있는 게임 개수를 늘리려 합니다.
구입할 때도 신품에 상관없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소프트를 사겠다는 유저의 기분이 이처럼 게임 소프트의 중고시장을 확대시켰습니다.
소프트 회사는 중고판매를 저지하지 못합니다. 저작권법상에도 중고매매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은 없으며 신품을 판매할 기회가 확대되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소프트 회사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가 ‘중고 매매는 게임 시장의 윤활유’, ‘필요악’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게 단념해도 될까요?
<크로노 트리거>의 경우에도 원래 신품이 좀 더 팔릴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중고 시장의 존재로 인해서 그 여지가 점점 좁혀진 것입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소프트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유저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늘리면서 소프트 회사에도 이익이 환원되는 구조는 만드는 것이 급선무 입니다.
2. 게임 소프트의 적정가격
그런데 유저에게 있어서 게임 소프트의 게임 소프트의 적정 가격이란 도대체 얼마일까요? 다른 상품과 달리 이것은 실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재미있고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소프트라면 1만 엔도 아깝지 않다'. 아마 맞는 말일 겁니다. 소프트회사는 그렇게 믿고 희망소매가격을 설정합니다. '플레이하고 싶지 않은 소프트는 500엔이라도 싫다'. 이것도 맞는 말이1일 겁니다. 게임은 기호성이 강한 소프트이기 때문입니다.
유저에게 있어서 그러한 양극은 의외로 판단하기 쉽습니다. 다만 문제는 그 중간에 거대한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플레이해보고 싶지만 신품을 사기에는 너무 비싸서'라든가, '내용 여하에 따라 사고 싶을 수도 있다'는 등 판단하기 어려운 게임이 너무나 많습니다.
유저는 게임 잡지의 평가, 점원이나 친구에게서 들은 정보에 의존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임 엑스포 등의 전시회, 메이커가 독자적으로 실시하는 캠페인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테스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는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트라이얼 유스(Trial Use)를 촉진하는 구조가 현재의 게임 유통에서는 근본적으로 결여되어 있습니다(PC게임에서는 기능이 한정된 샘플판을 잡지에 부록으로 첨부하는 사례가 증가했습니다만). 중고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유저가 적정 가격을 모색하고 싶고, 시험사용의 수단으로 삼고 싶다는 두 가지 원동력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게임 소프트를 구입하여 자기 나름대로 숙달하고 나서 중고품으로 매각할 때까지가 그 게임 소프트의 사용가치입니다. 즉 사용가치에 해당하는 금액이 바로 소프트의 적정 가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적정가격(사용가치)=구입가격-매각가격'이라는 공식이 성립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소프트를 신품으로 6,480엔에 구입하여 3,000엔에 매각하면 적정가격은 3,480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품구입→중고매각의 경우 현재의 시장 시세를 보면 그 차액은 2,000엔에서 3,500엔 사이에 대부분의 소프트가 분포되어 있습니다. 즉 유저가 생각하는 적정가격도 3,000엔 전후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고시장에 매각하지 않는 경우에는 구입가격(6,480엔)이 그대로 적정가격이 됩니다. 그리고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사용가치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공식도 의미가 없습니다. 시험용으로 하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평가일까요? 그런데 중고샵은 3천엔에 매입한 소프트를 5480엔에 팔려고 합니다(매입가격과 판매가격의 차가 중고샵의 이익입니다). 중고로 구입하고 중고로 매각한다고 상정하면 차액은 2,480엔이 되어 유저의 부담은 조금 경감됩니다.
3. 메이커와 유저가 모두 행복해지는 방법
플레이스테이션 소프트는 5,800엔을 중심으로 리피트 생산 중심으로 등장하고 중고매매는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이 내건 유통 혁명은 '중고시장의 축소'라는 목적도 포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중고시장의 장래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한 가지는 '중고는 역사적 사명을 마치고 쇠퇴하게 된다'이고, 다른 한 가지는 '중고시장은 유저의 절실한 요구가 낳은 것이기 때문에 수요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현 상황은 후자의 견해가 맞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샵에는 플레이스테이션용 중고 소프트가 많이 나돌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입가격-매각가격=3,000엔 전후(적정가격)라는 공식이 적용됩니다. 정가가 5,800엔인 소프트를 2,500~3,000엔으로 매입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유저가 적당하다고 간주하는 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의 괴리가 계속되는 한 중고시장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여러 번 반복하고 싶다는 지속성이 있는 소프트를 제외한다면 배포 매체가 CD-ROM으로 바뀌어도 소프트회사는 중고에 의한 기회 손실을 미리 각오해야만 합니다.
중고 매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회전 수'입니다. 어떤 소프트가 중고로서 1회만 매매된다면 소프트회사의 손실도 적어집니다. 그러나 중고로 구입해서 중고로 매각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즉 소프트 한 개가 중고로 여러 번 리사이클되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소프트 회사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집니다.
시일이 경과할수록 중고 매매가격이 하락한다는 법칙을 깨달은 유저는 구입에서 매각까지의 사이클을 앞당기게 됩니다. 중고라고 해서 싸게 팔지 않으려고 '깨끗하게 사용한다. 신중하게 취급한다'는 의식도 철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적인 대여(렌탈)도 포함하면 신품으로 한 개 판매된 소프트가 여러 명의 유저 사이를 순환하는 구조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유사 렌탈'이라는 중고 매매의 형태도 있습니다. 일정 기간(예를 들면 1주일) 이내라면 판매 가격에서 일정액(예를 들어 1,000엔)을 뺀 금액으로 소프트를 다시 매입할 것을 미리 약속하는 중고 매매입니다. 중고 매매라는 형태를 취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7박8일에 1,000엔'이라는 렌탈과 같은 기능을 합니다.
소프트회사의 엄격한 감독으로 유사 렌탈을 공공연히 실시하는 중고샵은 적어졌습니다. 그러나 샵이 제도로서 실시하지 않는다고 해도 유저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유사 렌탈 기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렌탈을 합법화하는 것이 소프트회사와 유저 모두 행복해지는 선택이 아닐까요?
4. 렌탈 업계의 금기
게임업계 관계자는 렌탈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사고가 정지해 버립니다.
렌탈이 재앙을 가져오는 원흉이라도 된 것처럼, 마치 아마겟돈(최후의 전쟁)인 것처럼 싫어합니다. 미국에서는 렌탈이 일찍이 제도화되어 게임 시장 확대에 기여했습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왜 도입할 수 없는 걸까요?
음악이나 비디오의 렌탈을 유저가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게임은 왜 안돼는 걸까요? 이러한 의문에 대해서 이치에 맞게 설명해주는 업계 관계자는 없습니다. 물론 플레이 시간이 긴 게임은 렌탈에 맞지 않는다는 설명에는 납득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실시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유저의 기호도, 시장 환경도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메이커는 하드건 소프트건 국내외에 똑같은 전략을 세우려고 합니다. '부정한 복사(카피)를 조장한다'. PC의 플로피 디스크라면 경계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PC의 보급 초기에는 허락 없이 렌탈이 횡행했습니다. 유명 소프트 회사에는 그 현상의 '박멸투쟁'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플로피 디스크와는 달라서 ROM 카트리지도, CD-ROM도 복사방지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복제물을 만들 수 있는 기기를 유저가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실험이 여러 번 있었지만 뿌리내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시대를 주름 잡는 SNK의 <NEO GEO>도 처음에는 렌탈 방식으로 시장에 참여했습니다. <CD-I>의 렌탈도 시도했습니다. 모두 보급 초기에 하드와 소프트를 일괄해서 렌탈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충분한 성과를 얻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저층이 넓지 않은 마니아적인 상품을 렌탈을 바탕으로 보급시키려는 발상에 근본적으로 무리가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요 게임기는 당당하게 렌탈을 실험해 본 일이 한번도 없습니다.
게임 소프트의 판매개수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고도 합니다. 소프트 회사에 있어서는 이것이 가장 염려되겠지요. 하지만 중고 유통에도 똑같은 위험이 따라다녔습니다. 그리고 렌탈의 구조를 연구하면 이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렌탈을 기피하는 이유에 설득력이 없는 반면에 소규모 점포가 몰래 실시하고 있는 렌탈 행위 적발에 착수하는 움직임도 별로 볼 수 없습니다. 10분에 20엔의 요금을 받고 게임 소프트를 빌려주어 점포 앞에 설치된 게임기로 놀게 하는 광경도 자주 눈에 뜁니다. 이처럼 실질적으로는 렌탈 행위라고 할 수 있지만 판매 촉진으로 이어진다면 괜찮다고 묵인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5. 게임 온 디맨드(Game On Demand)
'게임 온 디맨드(Game On Demand)'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CATV망이나 통신회선을 사용하여 유저가 원하는 게임소프트를 데이터베이스에서 꺼내어 즐기는 서비스 형태입니다.
세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즈가 전국의 CATV 시설로 GOD의 '작은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습니다(저자가 글을 쓴 시기는 1995년이었습니다 - 편집자 주). 일본의 통신 인프라 속에서 GOD가 꽃을 피우려면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러나 GOD를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도 렌탈을 제도화해야 합니다. 왜일까요? GOD는 본질적으로는 렌탈 서비스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비디오 온 디맨드'가 렌탈 비디오점을 축출한다는 속설이 있듯이 멀티미디어로 상정되는 서비스의 대부분은 렌탈 서비스의 네트워크화라는 의미가 강한 것입니다.
GOD에서는 유저의 단말기에 축적된 게임 테이터가 일정기간(예를 들어 1주일)이 경과하면 지워지도록 시스템이 설계됩니다. 유저에게 패키지 상품과 같은 복제물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GOD에서는 사용한 타이틀마다, 혹은 플레이 시간에 따른 요금 부과 시스템의 도입을 상정했습니다. 정말 렌탈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점두에서의 렌탈은 허용하지 않고 네트워크에서는 허용한다는 것은 너무 변칙적입니다. 비디오(영화), CD(음악) 등은 이미 렌탈 비즈니스 시스템 속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유통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알력이 예상되지만 멀티미디어로서의 이행이 제도적으로는 문제가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의 경우에는 양상이 조금 다릅니다. 비즈니스 시스템 속에 렌탈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데 그보다 앞서서 GOD로 간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유저에게 렌탈 습관이 없는데 갑자기 멀티미디어로 가는 것은 조금 무모한 일입니다.
패키지 판매→렌탈→네트워크화라는 흐름은 소프트 유통의 진화과정으로 일반화될 수 있습니다. 즉, 장래의 멀티미디어를 생각하려면 먼저 현실의 렌탈에 찬성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미디어 컴플렉스'화의 흐름 속에서 비디오 CD를 렌탈하는 주요 체인점은 다음 상품으로 게임 소프트를 탐내고 있습니다.
업계 단체인 <일본레코드 렌탈 상업조합>은 94년에 <일본 CD렌탈 상업조합>으로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그리하여 CD라는 매체를 사용하고 있으면 음악 소프트뿐만 아니라 CD-ROM으로 유통되는 소프트도 취급하고 싶다는 의향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렌탈 제도화에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레이저디스크(LD)는 파는 상품으로서 시장의 성숙기(정체기)에 들어가고 나서 렌탈을 제도화했습니다만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없었습니다. 렌탈은 시장이 성장단계에 있을 때에 제도화해야 합니다. 게임 렌탈은 지금이 기회입니다.
6. 새로운 렌탈 방식 PPT
'PPT(Pay Per Transaction)'라는 새로운 렌탈 방식이 있습니다. 렌탈점이 소프트메이커에게서 매입하는 기존 방식과는 달리 '영화 흥행'의 발상을 도입한 렌탈 방식입니다.
렌탈점은 소프트를 제조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매입합니다(비디오의 경우에는 1,500엔 정도). 렌탈의 대출 회수를 POS 단말기로 소프트마다 단품 관리합니다. 그리고 렌탈의 매출을 소프트 판매원과 렌탈점이 일정비율로 나눕니다. 영화의 흥행 수입을 배급회사와 영화관이 나누는 방식과 같습니다.
PPT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가 상품 유통과 매출액 분배 등 소프트 판매원과 렌탈점을 중개합니다. 에를 들면 미국에서 PPT를 개발한 렌트럭 사와 가장 큰 비디오 렌탈 체인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이 합작으로 <렌트럭 저펜>이라는 PPT 운영회사를 90년에 설립했습니다. PPT 대상 상품은 독자적인 바코드를 달아서 구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렌탈점은 PPT방식에 의해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매입이 가능해지고 신작 발매 직후의 기회 손실이 억제되어 상품회전도 좋아지는 이점이 있습니다. 재고 부담 리스크도 적어지기 때문에 하급 타이틀도 포함하여 상품을 다양하게 갖출 수 있습니다. 소프트 판매원에 있어서는 실제의 렌탈 회수에 따라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는 것이 이점입니다.
지금 까지는 렌탈점에 소프트를 도매한 매출액이 렌탈 수입이었습니다(출하 단계에서는 미리 렌탈 사용료를 추가하는 'The Charge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소프트가 아무리 많이 대출되어도 소프트 판매원에게는 아무것도 환원되지 않습니다. PPT 방식에서는 소프트의 인기에 따라 소프트 판매원에게 계속적으로 이익이 환원됩니다.
PPT 방식은 정보 시스템을 활용하여 '비디오 온 디맨드'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비디오 렌탈의 경우에는 기존의 렌탈 방식의 속박이 강해 PPT로 좀처럼 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 소프트의 경우에는 아무런 속박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렌탈 방식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게임 전문점 체인을 중심으로 점포의 정보화(POS 단말이나 네트워크에 의한 매출, 재고관리)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PPT만으로 렌탈을 제도화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게임기 메이커가 대동단결하여 렌탈 제도 관리를 담당하는 업계 단체를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그러나 렌탈 허락에 대해서 최종적으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라이센서인 게임기 메이커간에 상당한 견해차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렌탈 허락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게임기 메이커가 중심이 되어 소프트 하우스, 유통업자, 주요 체인점, 정보 시스템 회사 등과 제휴하면서 PPT 방식의 렌탈 운영회사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 입니다.
7. 렌탈을 촉진시키는 소프트의 변천
<일본 CD렌탈 상업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CD-ROM을 발매하고 있는 소프트 판매원(게임계 포함)의 49%가 '렌탈에 관심이 있다'라고 회답했습니다. 그러나 '렌탈을 허락할 의사가 있다'라고 적극적으로 회답한 회사는 11.5%에 머물렀습니다(95년 2월에 정리한 <CD 비즈니스 연구회>보고서에 의하면).
렌탈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로 허락하여 비즈니스를 전개하기에는 두터운 벽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에 따라서는 허락할 의사가 있다'는 회답도 40.4%나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정확한 대출 회수에 입각하여 저작권 사용료를 회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게임이라는 상품은 렌탈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긴 플레이 시간이 긴 롤플레잉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게임을 렌탈로 즐기려는 유저는 적겠지요. 그러나 아케이드에서 이식한 게임, 인터랙티브 무비, 파티 게임 등 플레이 시간이 비교적 짧은 게임은 렌탈하기에 적합합니다(아케이드의 본질은 '플레이 한 번에 100엔'의 렌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히 고유명사를 쓴다면 <폭소!! 올 요시모토 퀴즈왕 결정전>과 <D의 식탁> 등은 무비형의 새로운게임입니다. 하지만 8,800엔이라는 희망 소매가격이 유저에게 적정가격일지는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2박 3일 1,000엔'으로 렌탈할 수 있게 되면 해보고 싶어 하는 유저가 증가하지 않을까요? 그 렌탈 요금의 절반(500엔)이 소프트 판매원에게 환원된다고 하면 유저 10명이 빌리면 한 개 판매하는 것에 해당하는 이익이 소프트 판매원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게다가 렌탈에는 시연회와 유사한 판매촉진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몇 시간 플레이 해보고 마음에 들면 유저는 일부 소프트를 구입하려고 할 것입니다.
실제로 음악 업계에서는 최근 10년 동안 랜탈의 상승효과에 의해서 시장 전체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렌탈이 등장한 초기단계에는 적대관계였는데 이제는 레코드회사가 렌탈점을 중요한 판매촉진 수단으로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렌탈은 저작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판권 비즈니스를 확대해 가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장르에 혁신이 일어나면 유통형태의 혁신도 불가피 해 집니다.
렌탈에 관해서는 백 번 논의하는 것보다 한 번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조 만들기라는 '입구' 단계에서 아무리 논의를 많이 해도 상황은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테스트 케이스도 괜찮으니 먼저 렌탈을 실시해보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 성공사례가 생기면 거부반응도 옅어질 테니까요.
8. 렌탈 합법화로의 실험 가동
게임소프트는 렌탈의 합법화가 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이상론, 원칙론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95년 후반에는 구체화되는 움직임이 활발해져 업계전체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그것은 CD 렌탈 단체인 <일본 CD렌탈 상업조합>이 실험 점포를 개설하는 프로젝트의 실시방침을 굳혔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일본 CD렌탈 상업조합이 94년도에 실시한 '활로개척 비전 조사사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통산성도 조사를 돕는 등 적극적으로 후원할 방침입니다.
'미디어 컴플렉스화'의 흐름 속에서 CD 렌탈점의 대부분은 비디오 렌탈, 중고 매매를 포함한 게임 소프트의 판매를 겸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 CD렌탈 상업조합에서는 전국 20개 점포 정도의 실험 점포를 선정하여 게임 회사로부터 실험목적으로 렌탈 허락을 받아 게임, PC용 CD-ROM의 양면에서 시장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렌탈 매출을 점포와 권리자가 절반씩 가지는 PPT 방식을 시행할 것입니다.
렌탈 문제는 논의를 거듭해도 사태가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먼저 실험해봐서 소비자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운영상 어떤 방식이 필요한가, 렌탈에 적합한 소프트는 무엇인가 등의 문제를 검증해 나가야 합니다.
닌텐도가 95년 7월 21일에 <버추얼 보이>를 발매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렌탈점을 통하여 하드에 소프트를 넣어 실험 캠페인을 실시했습니다. 렌탈료를 지불하고 집으로 가져가 해보고서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그럴 경우 판매가격에서 렌탈료를 뺀다) 방식입니다.
이처럼 새로운 개념의 상품일수록 '실험사용'이 구입을 결정하는 결정타가 될 것입니다. 한편 게임 회사 중에는 중고판매의 매출에서 저작권 사용료에 해당되는 부과금을 징수하려는 움직임이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게임 소프트가 영화의 저작물에 해당되고, 유통 형태를 저작권자가 컨트롤할 수 있는 '반포권'이 인정되고 있는 한 중고판매도 회색지대인 것은 틀림 없습니다. 중고 판매와 양도의 금지를 명시하고 있는 권리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필요악으로서 묵인되어 왔지만 중고시장의 팽창과 신작의 판매저조로 인해 권리자의 기회 손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만 현실문제로서 부과금을 어떻게 징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묘안이 없습니다. 이익 면에서는 중고판매에 의존하고 있는 샾으로부터의 반발도 클 것입니다. 실제 상태가 훨씬 앞서가는 가운데 새로운 규칙을 도입하려고 하면 커다란 마찰이 생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아무런 제약 없이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렌탈은 중고 판매로의 부과금 도입에 관한 대안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렌탈을 합법화하면 중고매매 수요의 일부는 렌탈 수요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렌탈과 중고매매 양면에서 권리자와 판매점간의 흥정이 활발해지는 '권리의 계절'이 조만간 막을 올릴 것입니다.
9. 번들의 잘잘못
게임관련기업의 95년 3월기 결산은 이익이 감소한 기업이 많았습니다. 그 요인으로서 각사가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미국 시장에서의 재고 증가입니다. 확실히 미국에서는 게임뿐 아니라 PC용 CD-ROM 소프트도 '샾에서 소프트가 팔리지 않는' 상황이 심각한 모양입니다.
미국이 그런 상황에 빠진 원인의 하나가 하드웨어에 소프트 여러 개를 한데 포장해서 판매하는 '번들' 전략의 과열입니다.
번들은 확실히 이점이 많습니다. 메이커는 손쉽게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번들의 대상은 통상적으로 인기가 높은 소프트입니다. 소프트를 별도로 구입하는 수고도 필요 없고 하드웨어를 사서 돌아오면 바로 플레이할 수 있기 때문에 유저로서도 고마운 존재입니다. 소프트회사에서도 일정 개수가 매입 보증되기 때문에 번들은 재미를 보는 비즈니스입니다. 미국에서는 세가가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단계에서 이 번들 작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공을 세웠습니다. 그 후 3DO 등 새롭게 등장하는 게임기도 대부분이 번들 작전을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 지나치면 폐해가 생깁니다. '소프트는 하드웨어의 덤으로 따라오는 것'이라는 의식이 유저에게 침투되기 때문입니다. 통상적으로 대가를 지불하고 소프트를 구입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일지도 모릅니다. 한 개에 5,000엔 이상 되는 소프트도 하드에 무료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를 대가로 지불하는 습관이 뿌리내린 미국의 소비자마저 번들 작전이 과열되자 평상시의 마음을 잃어버립니다. 더구나 소프트에 대가를 지불하는 감각이 없는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번들 작전이 전개되면 모처럼 시작된 소프트 유통의 자립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일본에서도 현재 멀티미디어 PC 부분에서 번들 작전이 과열되기 시작하였습니다. 20만엔짜리 하드웨어 본체에 30만엔이 넘는 소프트가 들어가 있는 예도 흔합니다. 이 때문에 CD-ROM 샾 등에서는 심한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게임기 시장에서는 아직 번들이 나타나있지는 않지만 차세대 게임기 전쟁이 시작되면 메이커가 즉효를 노려 번들 작전을 펼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끼워팔기'와는 다른 차원에서 시장의 자멸을 초래할 위험성도 있습니다. 번들이라는 수법을 쓰지 말 것을 메이커에게 부탁하고 싶습니다(저자가 글을 쓴 시기는 1995년이었습니다 - 편집자 주).
10. 디스크 시스템의 재평가
게임 유통의 미래를 생각할 때 디스크 시스템의 발자취는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86년 발매 당시, 닌텐도가 ‘앞으로 소프트는 디스크로 공급됩니다’라고 선언했듯이 디스크 시스템은 게임유통의 하나의 이상형이었습니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디스크 시스템이 좌절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의 해결책도 실은 디스크 시스템 발상의 개작일 것입니다.
첫 번째 'ROM 카트리지에 비해 대용량이며 더구나 소프트 가격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하는 근본적인 발상입니다. 디스크 소프트의 가격은 2,500~3,000엔으로 가격은 카트리지의 거의 반액이었습니다. 현재의 CD-ROM과 구조는 같습니다. 그것이 소프트 제작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었습니다.
예를 들어 스퀘어는 DOG(디스크 오리지날 그룹)라는 전문 레벨을 만들었습니다. 뛰어난 제작력이 있으면서도 자본 부족 등의 이유로 라이센서가 될 수 없는 소프트하우스의 작품을 스퀘어가 창구가 되어 세상에 내놓은 방식이었습니다.
두 번째. 500엔으로 소프트를 바꾸는 ‘개서’라는 방식은 기능적으로 '렌탈'과 같은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싫증이 났으니 다른 게임으로 바꿔야지'라며 유저는 많은 게임을 가볍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선전자의 <니조라 랜드>와 같이 잡지 감각으로 구성한 전자출판형 소프트도 등장했습니다. 명작 퍼즐게임 <기네코(절구공이)>(아이렘)와 같이 추가 데이터집을 디스크 시스템 전용으로 발매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다만 닌텐도, 소프트하우스, 소매점에 이익폭이 좁은 것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완전히 제외된 도매상의 반발도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개서라는 악몽이 현재 남아 있는 '렌탈 알레르기'의 원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위법 카피와 해적 음반이 횡행하고 방어의 강화와 악순환을 반복했다는 악몽도 있습니다.
세 번째. '미디어 믹스형, 유저 참가형의 이벤트 전개'입니다. 예를 들어 <나카야마 미호의 도키메키 하이스쿨>(닌텐도)처럼 아이돌을 기용한 어드벤처 게임으로 화면상에 표시되는 전화번호에 전화를 걸어 힌트 등을 듣고 게임을 진행하고, 결과를 디스크 팩스로 전송하면 상품이 나오는 방식이었습니다. 다모리와 우치다 유키를 기용한 수퍼패미컴 아워의 게임 자키 프로그램은 그러한 이벤트의 발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얼 타임으로 탤런트와 함께 게임을 플레이하는 즐거움이 추가되었기 때문입니다. 닌텐도는 수퍼패미컴 아워를 가지고 디스크 시스템형 비즈니스 모델에 재도전하려는 것입니다. 단지 사용하는 매체가 위성방송과 RAM으로 진화된 것입니다.
디스크 시스템이 실패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검증하고 현재의 시정과 기술의 동향에 초점을 맞추어 어떤 형태로 그 비즈니스 모델의 부활이 가능할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의외로 그 속에서 게임 유통의 미래상이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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