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예레 11,18-20. 요한 7,40-50)
1. 성경의 두 봉우리:
성경에 우뚝 선 두 개의 거대한 봉우리가 있습니다. 성경의 두 기둥이고 핵심입니다.
첫째 봉우리는 구약의 출애굽입니다.
출애굽은 엑서더스(Exodus) 곧 ‘탈출’ ‘출발’이란 뜻입니다. 히브리들이 약 430년 동안 이집트에서의 긴 노예생활 끝에, 하느님의 사람 모세의 인도로 그곳을 탈출하여, 하느님과의 계약백성(언약백성)으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출애굽의 백미는 ‘홍해 사건’입니다. 히브리들의 뒤에서는 이집트의 군대와 병거와 기병이 이들을 멸족시키기 위해서 추격해오고 있었습니다. 걸음을 재촉하던 이들의 앞에는 검붉은 홍해바다가 가로 막았습니다. 진퇴양난이었습니다. 이때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명을 내리셨습니다.
“너는 어찌하여 나에게 부르짖기만 하느냐?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진하라고 명령하여라. 너는 너의 지팡이를 들고 바다 위로 팔을 뻗쳐 물을 가르고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걸어 건너가게 하여라. 나는 이집트인들의 마음이 굳어지게 하리라. 그리하여 그들이 너희를 뒤따라 들어서게 되면 내가 파라오와 그의 모든 군대와 병거와 기병을 쳐서 영광을 드러내리라.”(출애 14,15-17)
승패와 성패, 생사의 주권은 오직 하느님께 있습니다. 인간은 그저 노력할 뿐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도 하느님께 있습니다. 결국 모든 역사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흘러갑니다.
하느님의 명령대로 모세가 바다를 향해 팔을 뻗치자 홍해바다가 두 쪽으로 갈라져, 앞 쪽의 히브리들은 구원을 받았고 그들을 뒤쫓던 이집트군병들은 모조리 수장(水葬)되었습니다. 홍해는 사람들의 운명을 생(生)과 사(死), 둘로 갈라놓았습니다. 하느님께서 하신 일이십니다.
둘째 봉우리는 신약의 갈보리입니다.
예수님께서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시고 희생의 제물이 되어 십자가에 처형되신 사건입니다.
“아담의 범죄의 경우에는 그 한 사람 때문에 죽음이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은총의 경우에는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로 풍성한 은총을 입어,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를 거저 얻은 사람들이 생명의 나라에서 왕노릇 할 것입니다.”(로마 5,17)
갈보리의 백미는 ‘십자가 사건’입니다. 십자가 사건에 담긴 하느님의 계획과 섭리, 속량과 은혜를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부활과 영생을 얻게 되고, 불신하며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심판과 죽음에 빠지게 됩니다. 예수님의 우편과 좌편에서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렸던 강도들의 갈라진 운명이 그 결과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사람들의 마지막을 영생(永生)과 영멸(永滅), 둘로 영원히 갈라놓습니다.
2. 군중은 예수님 때문에 서로 갈라졌다:
예수님께서 처음 세상에 오실 때부터 인간은 둘로 갈라졌습니다.
그분을 맞이한 사람이 있었고 거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요한 1,11). 동방박사들처럼 달려와서 그분 앞에 엎드려 경배한 사람이 있었는가하면, 헤로데처럼 그분을 찾아서 죽이려고 한 사람도 있었습니다.(마태 2,11-13) 제자들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나선 사람이 있었는가하면, 가진 것이 너무 많아서 울상이 되어 떠나간 사람도 있었습니다.(마태 10,22) 말씀하시는 것을 그대로 믿고 순종하여 치유 받은 사람이 있었는가하면, 주님의 고향 사람들처럼 편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도무지 믿지를 않아서 고침 받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마태 13,53-58) 이처럼 세상은 예수님을 그리스도 주님으로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으로 갈라졌습니다.
오늘 복음(요한 7,40-50)의 말씀입니다.
“말씀을 들은 사람들 중에는 ‘저분은 분명히 그 예언자이시다.’ 또는 ‘저분은 그리스도이시다.’ 하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있겠는가? 성서에도 그리스도는 다윗의 자손으로 다윗이 살던 동네 베들레헴에서 태어나리라고 하지 않았느냐?’ 하고 말했다. 이렇게 군중은 예수 때문에 서로 갈라졌다.”(요한 7,40-43)
세상은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 복음의 편에 선 사람과 그 반대편에 선 사람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불과하지만, 본질로는 최후의 운명을 가를 굉장한 차이가 있음을 명심할 것입니다.
♬ 고상하고 아름답다 진리 편에 서는 일, 진리 위해 억압 받고 명예 이익 잃어도,
비겁한 자 물러서나 용감한 자 굳세게. 낙심한자 돌아오는 그날까지 서리라. ♬
대한성공회 천안 부대동교회
전재식(사무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