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스쿨링 체험여행 : 중국집 & 강원도립화목원
그룹홈스쿨링하는 아이들과 함께 2월 체험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체험여행의 컨셉은 '외식 & 봄 체감'이다. 입춘은 지났지만 한겨울보다 심하다고 느껴지는 추위 때문인지 봄은 어드메쯤 와있는지 알 길이 없다. 성급하게 봄을 마중하러 남해안까지 갈 일도 아니다. 실내화목원이 대안이다 싶었다.
이번 독서문답 교재 <몰입의 즐거움>에서 '하루 중 사람이 느끼는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때가 점심시간'이라고 읽었다. 이 구절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는 늘 뭘 먹어도 좋아서 먹는 것에 대한 결핍감이 거의 없는 유형이라서다. 오랫동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서운케 했다. 외식도 중요한 체험여행 소재가 되겠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지금까지는 초록손이의 (늘 유난스럽다고 느낀) 요구 때문이었다. 이제 같은 형식, 다른 느낌으로 먹으러 가게 됐다.
당초에 "볼 만한 영화도 없으니 집에서 점심 먹고 출발하겠다. 춘천 가서 화목원 둘러보고 대형마트에 들러 1인당 '10,000원어치 쇼핑'을 해서 돌아와 먹자"고 했다. 한 아이가 그 만원으로 점심, 저녁에 나눠쓰자는 제안을 한다. "오! 좋은 제안! 홍천 최고의 귀빈반점에 가서 점심을 먹고, 잔액으로 저녁을 쇼핑한다. 금액이 작아져 선택의 중요성이 부각되니 더 좋네" 라고 정리했다.

홍천의 허름하지만 감동을 주는 귀빈반점에서 식사
홍천 읍내에 있는 귀빈반점으로 갔다. 이 집은 허름하지만 손님이 아주 많다. 맛도 좋지만, 고기 등 재료도 듬뿍듬뿍 넣는다. 양도 많다. 짜장면에도 간짜장의 1/4 정도의 재료가 들어있다. 베풀어서 복받는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넷이 짜장면 곱배기를 주문한다. 한참 크는 청소년은 위대하다. 나도 위대했던 때가 있다는 기억이 떠오른다. 1인당 4,500원에서 5,000원을 썼다.
얼마 전부터 심미적 가치를 발견하는 삶이 훨씬 풍요롭다는 말을 긍정하고 심미적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며 사는 편인데 사물 뿐만 아니라 음식에서도 심미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짜장면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고 즐기는! 평생 짜장면은 맛있었지만 이번처럼 즐겁게 맛있는 경험은 없었다. 원불교에서는 늘 생활에서 은혜를 발견하라고 한다. 같은 뜻, 다른 표현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다.

춘천시 사농동에 있는 강원도립화목원에 갔다. 실내관은 난대, 관엽, 다육식물원과 생태관찰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룹홈스쿨링하는 아이들에게 화목원 체험에서 세 가지 이상 관찰 대상을 정해 관찰하고, 느끼고, 글로 표현하라 했다. 아이들에게 사전에 <책은 도끼다> 2장에 있는 '김훈 편'을 읽도록 했다. 작가 김훈의 세밀한 관찰력과 이를 토대로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표현력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메타포에 대해서 잠깐 설명했다. 대상을 관찰하며, 어떤 공통점이 있는, 이와 다른 기억 속의 지식 또는 경험을 떠올려서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몇 가지 예를 들었는데 '분노가 술기운처럼 치밀어 올랐다.'는 예는 부적절했다 싶다. 술을 먹어본 경험이 있어야 실감할텐데 말이지.... 하여튼 관찰력과 상상력을 동원하라고 했다.

선인장이다. 이름은 모른다. 선인장 종류는 이름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내 스스로 노력하지도 않는다. 왜 그럴까? 연구 대상이다. 아름답다. 똑같은 외양에서 질서가 보이고 크기의 차이에서 성장이 보인다. 학교 서열 같은 인위적인 질서는 낯설지만 자연적인 질서는 아름답다. 자연의 무질서도 크게 보면 질서정연하다고 한다. 질서는 정말 신비하다.

생태관찰원이다. 목부작과 허브가 함께 있다. 도시에 살 때 아파트 베란다를 이 두 가지로 채우고 자연에 대한 허기를 메우곤 했다. 아이들에게 목부작, 석부작, 분재를 왜 하는지, 어떻게 하는지를 설명하는 내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을 것이다.

실외로 나오니 100년 된 버즘나무가 먼저 반긴다. 한말 경에 들어오기 시작한 수종이라 하니 국내 버즘나무 중 수석원로 되시겠다. 아이들에게 가지에 매달려 있는 알밤 만한 열매로 맞으면 무지 아프다는 경험을 말해주면서 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작은 열매로 내 머리를 때려보니 지압 수준으로 오히려 상쾌하다.
작은 열매는 별로 안아픈데? 했더니 갑자기 작은 전쟁터로 변했다. 특별히 내 뒷머리를 공략하는 녀석도 있다. 이날의 이 기억도 먼 훗날 삶을 풍부하게 할 것이다.

강원도립화목원 내에 산림박물관이 있는 줄은 몰랐다. 밖에 나와 나무, 조경 등을 둘러보다 발견했다.

상당히 잘 구성되어 있다. 언젠가 다시 들려야겠다. 내가 이왕 할 바엔 제대로 해야 한다는 '본전뽑자주의자'라면 초록손이는 또 오면되니 즐기는 게 좋다는 '억지로안된다주의자'다. 애들한테 "필기구 준비도 안해왔단말야?" 하니까 초록손이가 얼른 "그런다고 될 것 같아? 기분대로 보고 자주 와야지." 하니 애들은 아줌마 편에 찰싹 달라붙는다. 하긴 다릅나무 속무늬가 느릅나무, 가래나무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한 것은 나 뿐이다.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고 재촉하는 것은 마음의 문을 닫으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경쟁이 학력을 높여주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왜 알면서도 경쟁지향성을 완전히 버리지 못할까? 이것도 연구 대상이다.

난 이런 목공예도 좋다. 이런 목공예는 쪽동백만 있으면 된다. 주변에 없다. 재작년 가을 채취한 씨는 발아에 실패했다. 올해 다시 시도해야겠다.

롯데마트로 가서 자기들 먹거리 쇼핑을 하라고 했다. 전엔 둘과 셋, 두 파트로 뭉치더니 이번엔 둘이 셋으로 들어가 한 그룹이 되었다. 전보다 금액이 반으로 깎였으니 더 고민되리라 했더니 전보다 짧은 시간에 쇼핑을 끝낸다. 돌아와 다음날 들어보니 의견수렴 과정이 중편소설 한편이다.
이 팀이 함께 생활한 지 일년이 넘었다. 서로 너무 잘 안다. 아주 이따금 화를 낼 뿐 여간해서는 상대방이 싫어할 만한 말을 하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쌓여도. 사실상 의사소통을 할 줄 몰라 서로를 무용지물로 대한 것이다. 놀이상대로만 유용한.
겨울집중 독서 효과인가, 독서문답을 통해 의사소통 안되는 것에 충격을 받아서인가,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이 통했는가? 이번 달 들어 전에 보지 못한 모습을 아이들을 통해 발견한다. 이제 상대방을 수단으로만 대하지 않고 목적으로 대하는 장면이 간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달라지기 시작했다. 약간 성급한 면이 없진 않으나 민주시민으로 클 수 있는 싹이 난 것이라고 본다. 아주 쉬워보이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수도 있다.
먹거리 쇼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했다. 다음번엔 주사위를 던져 둘, 셋 두 팀으로 나누기로 했다. 의사소통 공부는 투 비 컨티뉴.
첫댓글 팀 나눠서 쇼핑하는건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다음번에 꼭 팀이 잘 걸렸으면 ㅋ
잘 못 걸려도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었으면 ㅋ
ㅠ쇼핑이 이렇게 힘들줄이야.. 상상도 못했던 일이였어ㅠㅎ
팀 멤버가 많으면 많을 수록 더 힘들 것 같아 ㅠㅠ
쇼핑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팀을 짜서 하니까 힘들어ㅠ
팀 탓하면 않되지만 하게 될 것 같은 예감이...팀 탓않하도록 의ㅅ소통 잘해야겠어
이제 상대방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기 보단
관심등을 통해 의사소통이 잘되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완전 동의 ㅎㅎ
의사소통에도 관심,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이되...
무용지물 조심해야겠어
의사소통의 중요성은 정말 대단한듯 ㄷㄷ
지난번처럼 여름 체감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ㅋㅋ (아침고요수목원처럼?)//
지난 1년 동안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태에서 살았던 것을 떠올리면 마음이 답답해져요. ㅠㅠ
쇼핑을 통해 한단계 더 발전했습니다~
나도 쇼핑을 통해 의사소통을 더 발전시켜야겠어^^
벌써 조금 발전 했을지도 ㅋㅋ
나도 이번과 작년 나를 비교해보면 의사소통하는 것이 많이 낳아진 것 같아..
ㅎㅎ 나도^^
나는 제자리인것 같은 생각이...
형도 발전했을거야^^ ㅎㅎ
여름에도 가고 싶어 ㅋ
다음 단계로도 발전 빨리하자 ㅎ
한번에 둘러 보려면 힘도 들고 지겨워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번 와서 보는 것이 좋아요.ㅎㅎ
의사소통이 잘 되도록 꼭 제의견을 표현하겠습니다.ㅎㅎ
맞아~명확한 자신의 의견을 내는것이 중요한 것 같아
나도 형과 같은 부분에 투자 좀 해야겠어 ㅎㅎ
명확한 의견내세우기 중요하지~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도록 하자 홧팅!!
상황봐서 내 의견을 표현않는 경우가 많은데 더 늘려야 겠어
나도 한번가서 완벽하게 하는 것 보다는 박물관 여러번 가는게 더 좋아 ㅋ
자기 의사를 말하는것도 참 중요해..홧팅.
항상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도록하자
나도 ㅎㅎ 홧팅
귀빈반점과 강원도립화목원에서 외식과 봄 체감을 제대로 느끼고 오셨군요.
아이들 곱배기 그릇을 보니 강원도 홍청읍내 귀빈반점 인심이 후하시네요. 귀빈반점 복 많이 받으세요. 유지맘 ^^
연구대상이 많다는 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ㅋㅋ//생활에서의 은혜,아름다움 저도 이런걸 많이 느껴 보고 싶네요ㅠ//
정말이지 소통은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이라는 아저씨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매우 노력해야겠어요..
ㅠ나도 아저씨의 말에 공감~
의사소통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ㅠㅠ
완벽한 의사소통하기가 만만치 않아...ㅠㅠㅠ
나한테는 그냥 어려움 ㅠ
언어 실력을 많이 늘리면 쉬워지겠지..? 같이 홧팅.
사진속 화목원 모습을 보니 봄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 ~ 좋은추억을 경험하게 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