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걱정과 불안
하고 싶은 일은 참 많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 자연과 함께 하는 일,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
하고 싶은 일은 많았지만, 현실이라는 두려움에 피한 적이 많았습니다.
전공과 관련이 있는가?
재능이 있는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가?
좋아하기만 한다고 할 수 있는 일인가?
수없이 제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미련이 가득하지만 포기하는 일이 하나둘씩 늘어만 갔습니다.
약 3년 동안 사회복지를 전공하면서도 고민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복지는 저의 길이 아닌 듯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사회복지는 기존 저의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사회복지보다는 다른 분야의 일들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습하기 전까지 사회복지사의 역할을 잘못 알고 있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도움 제공하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사회복지가 무엇인지는 정확히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잘 해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사회복지만이 지닌 가치와 매력이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복지를 직접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를 하며 얻는 기쁨, 슬픔, 배움 등을 도전하고, 몸소 경험하기도 전이었습니다.
저는 또다시 포기한 것과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사회복지를 향한 저의 열정은 부족했습니다.
방화11 실습을 지원하며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사회복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자리 잡고 있었나 봅니다.
선배들의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실습이 네가 고민하는 진로 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있어”
사회복지가 아닌 다른 일을 하더라도, 실습만은 제대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사회복지의 매력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미련없이 사회복지가 아닌 다른 일을 선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실습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집 근처 종합복지관 실습 지원을 결정하고, 프로파일 작성도 마쳤습니다.
제출만을 남겨두고 있을 때, 학과 공지방에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 실습 모집 글이 올라왔습니다.
카페에 홀린 듯이 들어가 공지사항을 쭉 읽어나갔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번 2023년 여름 실습에서 할 단기사회사업, 과거 단기사회사업 기록을 찾아봤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단기사회사업 과정이 담긴 글과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사업이든 행복이 잔뜩 묻어난 글과 사진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
“나도 이 속에서 함께 웃고 싶다.”
떨리는 마음을 가득 안고 김은희 부장님께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부장님께서는 실습생 지원사와 프로파일 마감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160시간이 아닌, 200시간 동안 실습한다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한번 해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단기사회사업이 끌렸기 때문이었을까요? EXFP 성향에 맞는 복지관이라는 조교님의 말씀 때문이었을까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방화11종합사회복지관에서 꼭 실습해보고 싶었습니다.
촉박한 시간 내에 지원사도 작성하고, 이전과는 다른 양식의 지원서도 새로 작성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써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부족한 점이 가득하지만, 그래도 일단 써내려갔습니다.
서류 합격 연락을 받고, 면접 준비도 시작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딱딱한 면접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별관 문에서부터 면접 보러 온 저희를 환영하는 글이 보였습니다.
면접이 진행되는 내내 따뜻함, 푸근함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실습 시작 전인데도 제게 안겨주시는 따뜻함에 감사했습니다.
당일 면접까지 합격하고, 남은 날 동안 다가오는 실습만 기다렸습니다.
잔뜩 받은 조건 없는 사랑
일주일 동안 복지요결, 팀별 사업 교육을 듣고 드디어 ‘어린이 여름 여행’ 단기사회사업을 함께할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 모두 개성이 있어 기억하기 쉬웠습니다.
집에 가서도 아른아른 떠올랐습니다.
모든 아이가 강점을 지니고 있었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어떻게 보면 짧은 3주라는 시간 동안 아이들과 참 가까워졌습니다.
말과 글을 통해 아이들의 진심이 담긴 소중한 말도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최고의 하루예요”
“선생님~ 방학 끝나고도 계속 볼 수는 없어요?”
“선생님을 못 만날 걸 생각하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만 같아요”
“보고싶을 것 같아요”
“다음에도 만나고 싶어요”
“선생님과 많이 친해지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단기사회사업하며 아이들에게 수도 없이 많이 받았습니다.
따뜻한 말과 애정이 담긴 눈빛을 받았습니다.
단지 나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주는 조건 없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자연스러운 사랑과 표현
처음에는 어떻게 아이들을 사랑하고 표현할지 궁리했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그런 걱정은 자연스레 사라졌습니다.
한명 한명 존재 자체로 너무나도 소중했고, 어느샌가 저도 모르게 사랑하고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땀에 젖을 정도로 이번 활동을 잔뜩 즐기던 다정한 지우
무뚝뚝하지만 가끔 웃는 모습이 매우 예쁜 성준이
장난끼 가득하지만 넘치는 사랑을 나누어주던 다희
늘 다른 사람 먼저 챙겨주던 듬직한 탁우
다른 친구와 소통도 잘하고 똑부러지는 유솔이
눈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안아주던 유빈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세하
들뜬 분위기를 차분하게 진정시켜주던 하린이
이번 여름 방학, 절대 잊지 못할 소중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실습 이전 제가 흘린 눈물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저에 대한 불확신이었습니다.
이번 단기사회사업을 하면서도 여러번 눈물을 흘렸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힘듦과 슬픔이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향한 고마움, 함께한 시간 속 행복한 추억, 생각보다 빠른 3주라는 시간 속에 남은 아쉬움.
아쉬움도 있었지만, 기쁨과 행복에 가득 젖어 울었습니다.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실감했습니다.
나의 곳, 나의 것
이제는 전공이라서, 어쩔 수 없어서가 아닌, 진심으로 사회복지와 사회사업 하고 싶습니다.
사회복지와 사회사업은 사회복지사가 당사자에게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사자의 곳에서, 당사자의 것으로 이루게 도움으로써 사회복지사도 자신의 것을 얻고 이룰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사회복지와 사회사업을 하며, 저만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소중한 순간들을 잔뜩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더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감사를 전하며
이번 여름 실습을 되돌아보면 행복한 기억만 잔뜩 있습니다.
과 동기들에게도 늘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
“실습 왜 이렇게 재미있지?!”
동료 실습생 선생님들과 슈퍼바이저 선생님들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리더십과 열정이 가득한 주영 언니
웃는 얼굴로 이야기 잘 들어주는 하연 언니
분위기를 재미있고 편안하게 풀어주는 강현 오빠
차분하게 놓친 점을 잡아주는 기준 오빠
고맙습니다.
이번 여름 실습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동료 실습생 선생님들 덕분에 많이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인연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5주 간의 실습은 끝이 나지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끝이 아니길 바랍니다.
늘 따뜻하게 웃으며 맞이해주신 김은희 부장님
방화11이 친정같은 존재라고 말씀해주신 김수재 과장님
저도 모르는 강점을 찾아주신 김현미 팀장님
헤매고 있을 때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신 권대익 팀장님
곁에서 수없는 응원과 격려해주신 유혜숙 선생님
슈퍼바이저 선생님들 곁에서 직접 보고 듣고 배울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곁에 있기만 해도 선생님들의 가득한 열정과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그런 열정과 에너지를 본받아 멋진 사회복지사,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피어난 열정이 꺼지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잠시가 아닌, 꾸준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또 다른 시작
이번 여름 실습 때 느낀 두근거림과 행복을 느낄 날이 앞으로도 무수히 많기를 바랍니다.
지난 5주는 시작을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저의 사회복지와 사회사업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잠자코 기다리기보다는, 두 발로 뛰고 공부하며 많은 순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함께 행복을 나눌 수 있는 날들을 바랍니다.
기쁨에 젖어 우는 날들을 바랍니다.
서로 사랑을 주고받는 날들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