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인정한 사회적기업 세운 작은 교회
[4.24 부산]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사례 교회 소개 8 새날교회
목회멘토링사역원과 공동체지도력훈련원, 부산중앙교회(최현범 목사),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호산나교회(유진소 목사)는 4월 24일(월) 호산나교회에서 제8차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을 엽니다. 워크숍에서 총 10개 교회 사례를 발표합니다. 교회 본질을 추구하면서 마을을 아름답게 섬기는 10개 교회 이야기를 연재 글을 통해 미리 소개합니다. 워크숍 참여하시는 데 도움 받으시길 바랍니다. |
부산시와 환경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재활용 특화 단지가 부산시 강서구 생곡동에 들어섰다. 여기에 1,500평 규모의 폐가전 회수 센터가 사회적기업 형태로 건립됐는데, 그 중심에 부산의 한 작은 교회가 있었다.
현재 폐가전 회수 센터(에코라이프 살림)에는 총 26명이 일하고 있다. 그중 70%가 지역 내 저소득가구 주민 또는 고령층 주민들이다. 센터에서 취급하는 폐가전은 선풍기, 전화기, 헤어드라이기 등 온갖 중소형 가전제품들이다. 냉장고, 세탁기 같은 대형 폐가전에 비해 재활용 빈도가 낮고 회수되지 않은 채로 폐기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품목들을 수거해서 재활용 공정을 진행한다.
폐가전 회수 센터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환경을 훼손하는 사각지대에 일손을 투여한다. 쉽게 버려지고 수거/재활용은 안 되는 가전제품들을 모아서 재활용 벨트에 올려놓았다.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사회 소외 계층에게 돌아간다. 이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받는 동시에, 생업을 감당하면서 공적인 이익도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 부산시 폐가전은 우리가 회수한다. 환경도 살리고 일자리도 만드는 새날교회. 영상 제공 새날교회.
새날교회(안하원 목사)는 2009년부터 사회적기업 에코라이프 살림이란 기업으로 폐소형 가전제품 수거 사업을 전개해 왔다. 부산에서 ‘제1호 재활용 사회적기업’을 시작했다. 쪽방 및 저소득층으로 지내면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웃들을 위해 마련한 사업장이었다.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고전의 연속이었다. 폐가전 중 소형 제품은 수거를 하는데 일손은 많이 드는 반면, 수리해서 재판매를 하거나 재활용센터로 보내도 원자재 값이 낮은 관계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투여되는 노동에 비해서 이윤을 창출하기에 쉽지 않아서 기업운영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
그렇게 8년을 꾸려왔다. 운영이 어려우니 중간에 접을 생각은 안 했을까. 질문을 던졌더니 '그러면 그럴수록 교회가 해야 하는 일 아니겠나'는 대답이 돌아왔다. 환경도 살리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도 도울 수 있는데, 이윤은 안 남고 아무도 안 하려는 일. 그 일에 교회가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 새날교회의 이웃 섬김 사역은 IMF 시절 쪽방 사는 실직자들을 돕는 데서 본격화됐다. 지금은 쪽방 상담소를 통해 451명의 안위를 살핀다. 사진 제공 새날교회.
새날교회는 1989년 부산의 한 공업 단지(사상공단) 인근에서 시작됐다. 신학생 시절 서울 영등포에 있는 산업선교회에서 훈련을 받았던 안하원 목사는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꿈꾸며 새날교회의 문을 열었다. 교회가 문을 열고 처음 만난 이들은 소년/소녀 산업체 학교를 다니는 노동자들이었다. 새날교회는 어린이집(새날탁아원)과 노동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웃들의 벗이 되려고 노력했다.
이후 1997년 IMF가 터지면서 부산에서 실업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별로 없었던 실직 노숙인들이 부산역 인근으로 모여들었다. 당시 실직자를 위한 쉼터가 부산에는 하나도 없었다. 새날교회는 1998년에 부산 최초로 교회를 실직자 쉼터로 개방했다. 실직자 쉼터에서 만난 건설 노동자들과 함께 건설일용노동조합을 건설했다.
노숙인 문제만큼이나 쪽방에서 지내는 실직자들의 문제도 심각했다. 오래된 여관이나 여인숙에 장기 투숙을 하는 이들은 적게는 1년, 많게는 20년 이상 작은 골방에 지내면서 일용직이나 막일를 하면서 생활을 근근이 이어 가고 있었다.
▲ 새날교회 안하원 목사는 18년 동안 다양한 이웃 섬김 사역을 하면서 단 몇 사람이라도 남기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김재광.
새날교회는 노동자 사역과 함께 쪽방 상담소 사역을 병행했다. 2000년부터 복지부와 부산시의 위탁을 받아 부산 최초의 쪽방상담소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사회 안전망이 제대로 갖추어지기 이전부터 교회가 사회 취약 계층의 돌보미 역할을 자처한 것. 18년째 쪽방 상담소 사역을 이어오면서, 지금은 부산역 인근 쪽방에 거주하는 이웃 451명의 안위를 돌보고 있다.
상담소에서 주로 하는 일은 쪽방에 거주하는 분들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일자리를 알선해 주고 기초적인 법률 상담이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서 인문학 강의나 주거 안정 계획 세우기 프로그램 등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일도 하고 있다.
이렇게 2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쪽방 상담소 사역이 지난 2009년 재활용 사회적기업으로 확장되었고, 작년부터는 부산시가 조성한 ‘재활용 특화 단지’ 내에 폐가전 회수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면서 재활용 사회적기업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새날교회 취재를 위해 부산을 찾은 날 안하원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일, 여러 만남이 있지만 결국 남는 건 단 몇 사람이다. 쪽방 생활을 하다가 교회의 도움을 받고 고향에 돌아간 분, 실직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다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분 등 이런 분들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 사역 초기에 차비가 없어서 1시간을 걸어다닌 적도 있었다. 하지만 늘 즐겁고 행복했다. 지금 나는 성공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새날교회로 찾아오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4월 24일 부산 호산나교회에서 열리는 ‘제8회 마을을 섬기는 시골·도시 교회 워크숍’. 새날교회는 교회가 어떻게 지역의 어려운 형편의 이웃들의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을 나눈다. 특히 사회적기업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가이드를 전해 줄 예정이다. 안하원 목사는 4년째 부산시 사회적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어제와 오늘을 말하고, 앞으로의 과제와 교회의 참여 기회 등을 놓고 진지한 토론을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