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대칭과 비대칭
외모가 대칭일수록 호감… 내장은 효율 위해 비대칭이죠
입력 : 2023.04.04 03:30 조선일보
대칭과 비대칭
▲ /그래픽=진봉기
인체는 외적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코를 기준으로 몸 가운데에 세로 선을 그어보면 양쪽의 눈과 귀, 팔, 다리가 마치 데칼코마니를 해놓은 듯 좌우 대칭을 하고 있거든요.
그러나 몸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죠. 심장과 위는 모두 왼쪽에, 간과 맹장은 오른쪽에 치우쳐 있어요. 둘이 똑같아 보이는 기관들마저도 자세히 보면 꽤 다르게 생겼어요. 왜 겉모습은 대칭을 이루면서 몸속은 비대칭인 걸까요.
좌우대칭일수록 건강한 유전자
대칭은 축을 중심으로 한쪽 모양을 다른 쪽으로 옮겨도 원래 모양과 같은 것을 말해요. 크게 구(球)대칭, 방사(放射·중앙의 한 점에서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모양)대칭, 좌우대칭 등으로 나뉩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좌우대칭이에요. 중심을 지나는 축이 하나이면 좌우대칭, 여러 개이면 방사대칭이지요. 거의 모든 생물체는 한 가지 이상의 대칭을 이루고 있어요.
진화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물은 외모가 대칭을 이루는 상대에게 더 호감을 느낀다고 해요. 이는 양쪽 뇌가 똑같은 자극을 받아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래요. '황금비율'과 '좌우대칭'을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또 좌우대칭이 완벽할수록 더 좋은 유전자를 가져서 건강하고, 건강한 유전자는 자손 번식에 유리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설도 있어요. 만약 코나 입이 어느 한쪽으로 몰려 있어서 외모가 비대칭이라면 상대의 유전자 품질이 나쁠 거라고 판단한대요.
양쪽 신장 각각 다르게 생겨
사실 사람의 얼굴이든 몸이든 아주 완벽한 좌우대칭은 없어요. 양쪽 발의 크기가 같은 사람보다는 다른 사람이 훨씬 많아요. 통계에 따르면 오른손잡이 3명 가운데 2명꼴로 왼발이 크다고 해요. 또 큰 틀에서 인체를 보면 비대칭에 가까워요. 내장 때문이에요.
사람의 내장은 좌우가 같지 않아요. 폐의 경우 오른쪽은 3엽(葉), 왼쪽 폐는 2엽으로 구분되고, 왼쪽 폐가 오른쪽보다 작아요. 몸의 왼쪽에 있는 심장이 왼쪽 폐를 계속 눌러 크기가 줄었다고 해요. 심장은 오른쪽 심실에서 혈액을 강하게 내뿜고 왼쪽 심실은 조용히 받아들이기만 해서, 받아들이는 쪽인 왼쪽으로 약간 치우치게 됐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에요. 간은 하나인데도 코나 입술처럼 몸 가운데 있지 않고 오른쪽에 있지요. 두 개의 신장 또한 각각 다르게 생겼어요. 간이 오른쪽에 있다 보니 오른쪽 신장은 왼쪽에 비해 아래쪽에 있어요. 대장의 좌우 길이도 다르답니다.
그럼 이런 비대칭은 왜 필요한 걸까요. 만일 내장이 척추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진화생물학자들에 따르면, 내장들이 대칭을 이룰 경우 쓸데없이 빈 공간이 많아져 내부적으로 기능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해요.
예를 들어 인체에서 길이가 가장 긴 소장(6~7m)을 몸 중앙에 예쁘게 쫙 펴놓으면 몸에 다 못 들어가게 되죠. 그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없게 돼요. 소장은 음식을 소화해 영양분을 흡수하는 일을 하는데요. 복잡한 기관을 갖춘 고등 동물일수록 많은 양분이 필요해, 양분을 최대한 흡수하려면 소장 길이를 충분히 확보해야 해요. 그래서 빈 공간을 줄이고 구불구불 돌리며 비대칭으로 꽉꽉 욱여넣은 거예요.
또 내장은 상대의 눈에 보이지 않아 모양을 살필 필요가 없다는 점도 작용했어요. 미적인 대칭성보다는 효율적인 면을 더 추구하도록 진화한 것입니다.
두 눈 모여 있는 넙치의 비밀
동물의 비대칭 또한 놀랍습니다. 특히 두 눈이 몸 한쪽에 몰려 있는 넙치는 매우 독특하지요. 그런데 사실 이 물고기는 부화 직후에는 몸을 세워서 떠다니고, 몸의 양쪽에 눈이 각각 하나씩 달려 좌우대칭을 이뤄요.
그러다가 바다 밑바닥에서 옆으로 누워 살기 시작하는 3주 후부터 생김새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한쪽 눈이 다른 눈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죠. 눈 한 개가 모래 속에 묻혀 '외눈박이'가 되는 걸 막기 위해, 바닥에 파묻히는 쪽 안구의 골격이 뒤틀리며 파묻히지 않는 쪽으로 옮겨가는 거예요. 바닥에 눕는 행동은 넙치의 생존에 유리하거든요. 넙치는 몸을 옆으로 눕힌 채 죽은 척하며 먹잇감을 기다리는 방식으로 사냥한답니다.
유전자가 결정하는 식물의 대칭
식물도 살아남기 위해 대칭과 비대칭 모습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요. 나뭇잎이나 꽃들은 특별한 규칙 없이 아무렇게나 피어난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대부분의 나뭇잎 하나를 잘 살펴보면 가운데 축을 기준으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죠. 두 개의 잎은 줄기에서 반대편을 향해 자라나는 좌우대칭을 이뤄요. '신시나타'라는 유전자가 좌우대칭의 잎을 만드는 데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반면 꽃받침·꽃잎 등은 방사대칭을 이루는 경우가 더 많아요. 완벽한 대칭 모양의 꽃들은 많은 벌을 끌어모아 진화 경쟁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고 해요.
그런데 한 나무에서의 잎을 자세히 보면 아래 잎이 위의 잎보다 끝부분이 더 넓어지면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비대칭의 모습이 눈에 띄어요. 이는 신시나타가 그 부위에 더 많이 작용해 세포분열이 활발하게 일어났기 때문이에요. 위의 잎에 가려진 아래 잎이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아 광합성을 많이 하기 위해 끝 쪽이 더 넓어지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도 자연도 대칭과 비대칭, 둘 다 있어야 존재한답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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