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집안에서 쿵쿵거리며 뛰고 놀 때가 많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그럴 때면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미안하고 불안한 마음에 나가서 놀라며 내쫓기도 한다. 요즘 같은 추운 겨울인데도 아이들은 눈싸움도 하며 아파트 놀이터가 여간 즐겁지 않다.
그러나 아이들과 함께 밖에 나가 놀아줄 수 없는 사정이다 보니 잘 놀고는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부모 된 마음이라고 본다. 그래서 집안에서도 놀이터의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한눈에 지켜볼 수 있도록 텔레비전의 한 채널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아파트놀이터 채널' 사라진 유료 케이블방송 _1 그런데 무슨 사유인지는 모르지만 공중파 방송만 보다가 유료 방송을 보게 된 뒤로는 아파트 놀이터 채널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2번부터 시작하여 999번까지의 방송채널을 몇 번이나 돌려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문의해보았지만 유선방송사에서 불가하다 말한다며 직접 그곳으로 연락해 보라고 했다. 그러나 어렵게 연결된 상담직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전에는 사용자께서 공중파 무료채널을 보았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현재는 유료채널이어서 불가하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아파트는 방송 난청 지역이라고 하여 자체 공청안테나 대신 유선방송에 의존해왔다. 별도로 유료가입자들에게는 많은 채널을 볼 수 있도록 제공하는 한편, 무료가입세대에는 KBS를 비롯한 MBC와 SBS등 공중파방송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말은 서비스차원에서 유료세대와 함께 관리해준다고 했지만 속내를 보면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았다. 디지털방송이 시작되고 선명한 화질의 방송을 제공하겠다며 귀가 아프게 떠들어댔지만 실상 우리 집 텔레비전의 화면은 별로 좋아진 것이 없었다.
유선방송사에 서비스 신청을 하여 몇 번이나 기사가 방문을 하였지만 기사의 말이 걸작이었다. "텔레비전이 구형 브라운관이네요" 하며 다른 집들도 다 이 정도면 잘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안테나선만 빼었다 꽂아보고 돌아가며 하는 말이 "한 달에 당시 7천 원만 내면 되는데..."라며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을 알려주었다.
물론 유료케이블을 연결하다보니 구형 브라운관텔레비전이지만 상관없이 잘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아파트 놀이터에 대한 채널도 전처럼 유지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더 나은 서비스를 받기 위해 유료가입을 했던 것인데 필요한 기본 채널마저 볼 수 없다면 앞뒤가 맞지 않은 일이다.
너무 상업적이지 않은가. 999번이라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채널 중에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존의 채널마저 없앴다는 것은 속이 보인다. 유선방송사의 사정은 있을지 모르지만 소비자의 입장을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
절대로 그런 일이 없어야 하겠지만 아파트 놀이터에서 만에 하나 뜻하지 않은 사고가 난다면 어쩌겠는가. 이는 각 가정에서 실시간 모니터 하는 것과 못하는 것과 그 차이는 말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이제는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세월호사건도 무리한 상술에서 용량을 늘리고, 복원력을 떨어뜨린데 그 주된 원인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또 환풍구 추락 사망사건도 우리가 너무나 무심한 가운데 미처 생각지 못했던 안전사고였다.
우리아파는 최근에 놀이터시설을 새로 설치하여 많은 아이들이 즐겨 놀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대다수 세대들이 유료케이블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만큼 이런 안전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서도 그동안 수차례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해당 유선 방송사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아파트놀이터 채널' 사라진 유료 케이블방송 _2
여기 카메라가 무색한 가운데 어찌 우리아파트만의 일이겠는가. 이 케이블방송은 전국에 걸쳐 그 망을 형성하고 있는 대단위 사회적 기업인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유로가입자들이 이런 식의 안전사각지대에 무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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