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강] 로마의 지배와 헤롯 대왕: "때가 차매(Fullness of Time)"
주교재: 플라비우스 요세푸스 《유대 고대사》 제14권~17권
핵심 성경: 갈라디아서 4장 4절, 마가복음 1장 15절 ("때가 찼고")
1. 서론: 독수리의 날개 아래 놓인 유대
BC 63년, 유대 땅의 하늘이 바뀝니다.
서로 왕이 되겠다고 싸우던 하스몬 왕조의 형제들(힐카누스 2세 vs 아리스토불루스 2세)이 어리석게도 당시 떠오르던 로마의 장군 **폼페이우스(Pompey)**에게 중재를 요청합니다.
이것은 늑대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불러들인 꼴이었습니다. 폼페이우스는 예루살렘으로 진격하여 성전을 장악합니다.
[요세푸스의 충격적 기록]
폼페이우스는 호기심에 이방인이 절대 들어가선 안 될 **'지성소(Holy of Holies)'**의 커튼을 젖히고 들어갑니다. 그런데 깜짝 놀랍니다. 그 안에 황금 신상이나 보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기(Empty) 때문입니다. (언약궤는 이미 소실됨).
그는 "유대인들은 허공을 믿는 무신론자들이다"라고 비웃으며 나왔지만, 이 사건은 유대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겼습니다. 이제 유대는 로마의 속국이 되었습니다.
2. 가짜 왕의 등장: 이두매 사람 헤롯 대왕(Herod the Great)
이 혼란을 틈타 역사상 가장 교활하고 잔혹한, 그러나 유능했던 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헤롯입니다.
목사님들, 헤롯의 출신 성분을 성도들에게 꼭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신약이 보입니다.
헤롯은 유대인이 아닙니다. **'이두매(Idumean)', 즉 '에돔 사람'**입니다.
야곱(이스라엘)과 에서(에돔)의 질긴 악연 아시죠? 에서의 후손인 헤롯이 야곱의 후손인 유대인을 다스리는 왕이 된 것입니다. 이것은 유대인들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헤롯은 평생 **'열등감(Complex)'**에 시달렸고, 유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두 가지 전략을 씁니다.
① 헤롯 성전 건축 (요한복음 2장 20절)
솔로몬 성전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성전을 증축합니다. 무려 46년(완공까지 80년)이 걸린 대공사였습니다. 유대인들은 헤롯은 싫어했지만, 그가 지어준 성전은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겉만 화려하고 속은 비어있는 당시 종교의 상징입니다.)
② 잔혹한 편집증 (마태복음 2장의 배경)
그는 왕권을 뺏길까 봐 아내(미리암)와 세 아들, 장모까지 처형했습니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헤롯의 아들이 되느니 차라리 헤롯의 돼지가 되는 게 낫겠다"**고 조롱했습니다.
이런 미치광이 왕이었기에, 동방박사들이 "유대인의 왕이 나셨다"고 했을 때 베들레헴의 두 살 아래 아기들을 눈 하나 깜짝 않고 학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헤롯이라는 **'최악의 왕'**이 다스리던 그 암흑의 끝자락. 백성들은 절규했습니다.
"에돔 사람 가짜 왕 말고, 다윗의 자손 진짜 왕을 보내주소서!"
3. 로마의 평화(Pax Romana): 복음의 전용도로
하나님은 이 끔찍한 로마의 압제조차도 복음을 위해 이용하셨습니다.
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Roman Roads)
로마는 통치를 위해 전 세계에 돌로 닦은 도로를 깔았습니다. 해적을 소탕하여 지중해 뱃길을 안전하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을 **'팍스 로마나(Pax Romana)'**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길을 누가 가장 많이 이용했습니까? 군인일까요? 상인일까요?
아닙니다. 훗날 사도 바울과 전도자들입니다. 하나님은 로마 군대를 시켜 전도자들이 달려갈 **'복음의 고속도로'**를 미리 닦아놓으신 것입니다.
② 디아스포라와 회당 (Synagogue)
로마 제국 전역에 흩어진 유대인들은 가는 곳마다 **'회당'**을지었습니다. 이곳은 성경을 읽고 하나님을 예배하는 곳이었습니다. 바울이 선교 여행을 갈 때마다 맨 먼저 어디를 갔습니까? 바로 회당입니다. 회당은 복음 전파의 **'전초기지(Base Camp)'**였습니다.
4. 결론: 갈라디아서 4장 4절의 완성
자, 이제 400년의 퍼즐을 맞춰봅시다.
언어: 헬라어로 통일되어 누구나 복음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1강)
성경: 70인역으로 번역되어 이방인도 성경을 읽을 수 있습니다. (1강)
영성: 수전절과 순교를 통해 부활 신앙이 생겼습니다. (2강)
갈급함: 바리새인의 위선과 헤롯의 폭정에 지쳐, 진짜 메시아를 목마르게 기다립니다. (3강)
인프라: 로마의 도로가 뚫려, 복음이 순식간에 퍼질 수 있습니다. (4강)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되었습니다. 더 이상 뺄 것도, 더할 것도 없는 그 순간.
성경은 이 순간을 이렇게 선포합니다.
"때가 차매(When the time had fully come),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갈라디아서 4:4)
이것이 바로 신구약 중간기 400년의 결론입니다.
하나님은 침묵하신 것이 아니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드라마의 '무대'를 완벽하게 세팅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강의를 맺으며: 목회자를 위한 파송의 말]
사랑하는 목사님, 그리고 동역자 여러분.
우리는 4강에 걸쳐 침묵기 속에 흐르는 하나님의 섭리를 보았습니다.
목회하다 보면, 우리네 인생에도 '신구약 중간기' 같은 침묵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기도해도 응답이 없고, 상황은 헤롯의 통치처럼 암울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성도들이 "목사님, 하나님이 주무시는 것 같아요"라고 울며 찾아올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이 400년의 역사를 펼쳐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선포하십시오.
"성도님, 하나님은 결코 주무시지 않습니다.
알렉산더를 움직이고, 로마를 움직여 길을 닦으셨던 그 하나님이
지금 성도님의 인생 뒤편에서 가장 바쁘게 '때'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조금만 더 기다립시다. '때가 차면', 반드시 주님이 오십니다."
이 믿음의 고백이 목사님의 강단과 성도들의 삶에 가득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