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월 30일에 고속버스로 해남에 내려가 찜질방에서 자고
새벽에 땅끝마을행 버스를 타고 그곳으로 갔어요.
제가 10여년간 꿈꾸었던 우리땅 걷기를 하려고요.
도착하고 조금 후 소낙비도 쏟아져서 비옷을 챙겨입느라 부산도 떨고
승선장 부근의 바다에 떠있는 두개의 바위가 참 멋있어서 사진을 찍고
출발을 했어요.
정말 시작하려는가 싶으니 감회가 새롭고 참 막막하기도 했어요.
땅끝에서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통일전망대까지 23일을 잡고 출발을 했어요.
참 막막하고 겁나기도 한 여행의 첫 발걸음을 시작하고 19일만에
통일전망대를 밟았네요.
혼자한 도보여행이였기에 더 멋진여행이었다는 생각이에요.
혼자든 여럿이든 여행은 참 귀한 것이라는 생각이에요.
장정만한 떠돌이개에게 물릴뻔한 일,
충주에서 원주로 가는 날 넘던 산길이 다섯시간이나 이어지며
해가 빠져 낯선 산 속에서 무서움에 떨며 걷던 일,
걸으며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인정,
해남의 금당리 고옥에서의 하룻밤 숙박,
강진의 성전, 문화수퍼마켙에서의 숙박과 마을사람들과의 만남,
논산 연무의 노인요양원에서의 숙박등, 참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평생 잊지못할 일들을 길위에서 만났네요.
참 좋은 혼자만의 여행을 물빛님께도 추천합니다.
단 하루라도 자신의 고향땅을 밟아본다든지,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서 발품을 팔며 열심히 걸어보라고
권합니다.
물빛님들의 후원으로 이렇게 무사히 아름다운 우리땅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늘 고맙습니다.
*
詩論 ■ 5
고창수
시인이여 그대는
우주의 들판에 핀
만 가지 꽃 가운데
몇 개만 따서
하나의 꽃다발을 만드는 것이니,
만가지 꽃을
다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니
너무 욕심 부리지 말지어다.
눈물처럼 정말로 영근
꽃만 몇 개 엮으면 될 것이니.
첫댓글 참 아름답고 멋진! / 메나리 05-10-21 07:16
메나리
애님, 홀로여행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제가 다 꿈만 같습니다.
일정을 잡는 것은 무엇을 참고해서 했나요?
집에서는 반대하지 않던가요?
혼자 잘 때 무섭지 않던가요?
발바닥, 발가락은 무사한가요?
여러 가지 궁금한 것이 많지만 답은 이미 짐작할 수 있기도 하지요.
무사히 다녀오신 것이 신이 나서 괜히 이것 저것 여쭈며 수다를 떨고 싶네요.
꿈을 꾸고 그 꿈을 실천하는 애님의 몸과 마음, 참 아름답고 멋집니다!
애님!!! ^^* / 카타르시스 05-10-21 16:06
카타르시스
애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렇게 큰 일을 이루어 내셨군요. 혼자서 국토행단을 하셨다니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부럽습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셨어요? 존경심이 느껴집니다.
23일 일정을 잡으셨는데 19일 만에 목적을 이루셨으니... 정말 열심히 걸으셨군요.
큰 일을 해내신 애님! 혼자서 국토행단을 하신 분이 제가 아는 분이라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낍니다.
애님, 몸이 많이 지쳐 있을텐데 몸 관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나머지 여행담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 애 05-10-21 18:32
애
김밥 몇 줄을 사서 단 하루라도 쉬임없이 걸으면 아마도
25킬로미터에서 30킬로미터는 걸을 수 있답니다.
저는 많이 걸은 날은 50킬로미터도 더 걸었어요.
발은 여기저기 물집 잡히고 터지고 아물고 하느라고 너무 흉하네요.
출발한지 16일까지도 발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더라고요.
10월 1일을 출발일로 잡고 5만분의 일 지도를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지도는 안사고 예순넷에 혼자서 우리땅 횡단을 한 황안나 아주머니의
'내 나이가 어때서?' 만 사가지고 집에 왔습니다.
선 채로 다 읽을 수 있었지만 마음이 걸려서 샀습니다.
그 분이 미리 걸은 길을 지도에 형광펜으로 칠하고 저도
그 길을 따라 가고자 계획을 했습니다만 전혀 다른 길로 몇 번의
수정을 하며 걷기를 마쳤습니다.
혹 누군가 우리땅걷기를 하신다면 저처럼 무리하게 하지 마시기를 권합니다.
하루에 3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가 적당하고 25일 정도면 마칠 수 있거든요.
혼자서 여관에 잔 날은 딱 이틀 뿐이에요.
그것도 찜질방이 없어서 여관에 잤고요.
나머지 16일은 찜질방에서 잤거든요.
혼자 여관에 잔 날은 무서워서 방입구와 화장실과 방 모든 곳에
불을 켜놓고
애
불을 켜놓고 잤어요.
혹 이 방에서 예전에 살인사건이 난 곳이 아닐까 하는
맹랑한 생각을 하니 어찌 안 무서울 수가 있겠어요.
이 여행을 위해 작년 가을에 이미 가족에게 알렸어요.
그리고 올 3월에도 또 상기를 시켰고요.
그리고 출발 한 달전인 9월초에도 또 상기를 시켰고요.
아들은 방관자이고 딸은 적극적으로 제 여행을 후원하고 도왔어요.
이 일을 끝내고 보니 모든 일에 자신이 생기네요.
고생만 한보따리를 했는데도 일생에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에요.
눈에 보이는 소득은 하나도 없지만 누구나 이 길을 걸으면
사람이 깊어지리라는 생각이에요.
칸나님, 반갑습니다.~.~
우와! / 황석주 05-10-21 22:25
황석주
애님을 떠올리면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지요,
고운 애님.
그런데 도데체 어디에 이토록 강한 모습이 숨어 있었을까요!
정말로 대단하십니다.
'참 좋은 혼자만의 여행'
잊고 있었던 귀한 것 일깨워 주신 애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