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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노래의 구체적인 가사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내가 과거 써놓았던 「인생예찬」을 가져다 화면에 놓고 이를 들여다보며 수정을 하였다.
인생예찬
가난한 너와 내가 만나
청풍명월 녹음방초 우거진 골에
초가삼간 집을 짓고 살다보면
청산도 우리를 반겨 주리니
강물 같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어도
꽃피는 봄날 꿈결에 날던 나비처럼
우리 사는 동안 행복하였네라
아~, 이제 날은 저물어 숲은 고요하고
낙엽은 지고 찬바람 불어올지라도
붉은 노을 지는 서쪽 하늘에
너와 나 손잡고 떠나는 길 외롭지 않네.
그런데 이 시를 다듬다보니 아무래도 제목을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시는 이렇게 바뀌었다.
아름다운 인생
가난한 시절 그대와 내가 만나
초가삼간 작은 방에 등을 맞대고
소박한 꿈 가꾸며 오순도순 살다보니
눈물도 웃음도 우리를 축복하였네.
강물 같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었어도
그대를 만나 살아온 꿈같은 세월
돌아보니 아름다운 인생 행복하였네
아~, 이제 날은 저물고 숲은 고요해
낙엽 지고 찬바람 불어올지라도
붉은 노을 지는 서쪽 하늘에
그대와 나 손잡고 떠나는 길 외롭지 않네.
그런데 내가 이렇게 가사를 흥얼거리다보니 “강물같~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었어도~” 이 부분의 선율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래서 이 부분의 선율을 반복하여 머릿속에 새기고 나서, 그 아랫부분을 다듬었다. 그러다보니 다시 가사가 이렇게 바뀌었다.
아름다운 인생
(1절)
꽃피는 봄날에 첫사랑이 찾아 왔네.
초가삼간 작은 집에 오순도순 둘러앉아
아이들 손잡고 웃고 울며 살다보니
온 세상 다 가진 듯 행복하였네.
강물같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었어도
그대를 만나 살아온 꿈같은 날들
돌아보니 아름다운 인생이었네
아~, 이제 날은 저물고 숲은 고요해
황혼의 하늘 속으로 떠나갈지라도
그대와 나 함께 가는 길 외롭지 않네.
그대와 나 함께 가는 길 외롭지 않네.
(2절)
가난한 시절 그대와 내가 만나
주경야독 공부하고 일하며
아이들 쓰다듬어 안고 살다보니
온 세상이 우리를 축복하였네.
강물같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었어도
여전히 어여쁜 그대 꿈같은 행복
돌아보니 아름다운 인생이었네
아~, 이제 해는 기울고 낙엽은 지는데
붉은 노을 손짓하며 우리를 부를지라도
그대와 나 함께 가는 길 외롭지 않네.
그대와 나 함께 가는 길 외롭지 않네.
그러나 노래를 유절가곡으로 만들어놓고 나서 반복해서 불러보니 곡이 너무 긴 것 같았다. 그래서 1절과 2절의 앞부분을 하나로 통합하여 최종적으로 통절가곡(通節歌曲)을 만들었다.
아름다운 인생
(1절)
꽃~피는 봄날 우~리는/ 첫~사랑으로 만났네.
가진 것은 없어도/ 사랑스런 아이들 품어 안고
작은 집에 옹기종기/ 오순도순 살아온 날들
어느새 쓸쓸한 둥지 안에/ 우리 둘만 남았네.
(간주)
강물같~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었어도
여~전히 어여쁜 그~대/ 같~이 있어도 그리운 그~대
돌아보면 아름다운 인생/ 봄날~의 꿈결 같아라
아~, 이제는 날은 저물고/ 숲~은 고요해
저녁노을 손짓하며 우리를 부를지라도
그~대의 여윈 손 붙잡고/ 함~께 가는 길이기에 외롭지 않네.
그대의 여윈 손을 붙~잡고/ 함~께 걸어가는 길이기에 우리 외롭지 않네.
이 곡의 멜로디는 「그대에게」 보다는 비교적 쉽게 떠올랐다. “강물같은 세월이~/ 흐르고 흘러~” 하는 부분이 떠오르자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었어도~”하는 부분도 쉽게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어여쁜 그대/ 같~이 있어도 그리운 그대” 이 부분은 사실 원시(原詩)에는 없었던 부분이었다.
2023년 7월 28일, 나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자전거를 타고 청담하나로마트에 가면서, 이 곡을 외우려고 계속 입으로만 불렀는데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었어도~” 하는 부분을 부르는데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울컥 눈물이 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아내 생각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작시하고 작곡하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우리가 살아온 우리의 인생이었고, 그 속에는 당연히 아내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그녀도 늙고 나도 늙었다. 하지만 우리 인생을 돌아보면 그래도 행복했지 않은가. 아내여, 네가 있어 내가 살고 내가 있어 너도 살았음이니, 그대는 내게 있어서는 여전히 예쁘다, 아름답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 순간 “님도 늙고~/ 나도 늙어~/ 백발이 되었어도~” 바로 다음에 “여~전히 어여쁜 그~대/ 같~이 있어도 그리운 그~대”라는 가사를 넣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또한 이 노래의 마지막 연도 원래는 “그대와 나 함께 가는 길 외롭지 않네.” 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날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이 부분을 부를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아내의 여윈 손이 생각났고, 그래서 가사를 “그~대의 여윈 손 붙~잡고/ 함~께 가는 길이기에 외롭지 않네.~” 로 바꾸었다. 그리고 이 가사를 노래로 부를 때 또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 내려서 나는 도중에 자전거를 멈추고 길가에 한참을 서 있어야 했다.
결국 나는 이 노래를 만들면서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와 내가 스무 살 시절 야간고등학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였고, 우리가 결혼하여 아이들을 낳아 기르며 오순도순 살다보니 어느새 백발이 되었으며, 큰 아이는 결혼을 하여 우리를 떠났고, 작은 아이도 곧 떠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늙어 황혼의 하늘 속으로 사라질 운명이지만, 내가 그녀를 의지하고, 그녀도 나를 의지하고 함께 가는 한 언제 어디를 가든 우리는 외롭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 곡의 가사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멜로디를 다듬어 마침내 완성을 하였고, 2023년 7월 29일에는 내가 직접 멜로디를 악보에 음표로 표기하는 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8일 구광일작곡가와 채보를 하였으며, 2024년 2월 14일 3단악보가 완성되었고, 같은 해 7월 16일 장충동에 있는 신세계장충레코딩스튜디오에서 테너 김승직의 연주와 피아니스트 김윤경의 반주로 녹음되었다. 이로써 나의 세 번째 가곡이 완성된 것이었다.
https://youtu.be/Al7wl3ne11U?si=3VSXECDZPXzrszz3
첫댓글 작곡가 님~
작시, 작곡 배경 잘 읽었습니다~👍🏻
머지않아 제 2의 신혼이 시작되겠군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ㅎㅎ
편안한 밤 보내셔요~🙇🏻♀️🌛🙏🏻
체칠리아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성만 작곡가 님!
우리들 또래의 어린 시절은 누구나 고난의 세월이었지요.
그래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오늘의 '대한민국' 으로 일으켜 세운
대단한 주역들이었고 또한 스스로 자랑스런 우리들이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선생님도 저도 함께 있었으므로 동지애도 느겨지네요.
<아름다운 인생> 들으며 울컥 눈시울이 붉어진 것은
그래도 선생님은 사랑으로 맺어진 인연을 만나 함께 걸어온
세월이 매우 아름다웠기에 참으로 행복한 두 분이십니다.
잘 살아오셨습니다. 부럽습니다. ^^
좋은 사람을 만난 것도 행운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