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1975년 2월 28일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용산역에 육장 친구들 모두가 집결을 하였다.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못 가겠는지 술을 한잔 마신
친구도 있었다.
어둠을 헤치며 군용열차는 용산을 출발했다. 창밖에는 볼이 빨간 어느 소녀가 울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열차는 곧 한강철교를 건너게 되었는데 열차 안이 술렁이자 호송병이었던 상병이
"이 새끼들 머리박아!"
라고 소리쳤다.
그 고함소리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우리는 일제히 머리를 숙였다.
논산역에 도착하니 3월 1일 새벽이었고 버스를 타고 수용연대 내무반에 도착하니 4시쯤이 되어 어느새 입대 이틀째가 되었다.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인원을 점검하고 아침식사를 타러 갔다.
식깡에 밀이 썩인 밥을 담고 바께스에 콩나물국을 배식받아 내무반으로 가져왔는데 그 냄세가 어찌나 역하게 느껴지는지 도저히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식사시간이 끝났지만
식사를 한 친구들이 없어
식사는 배식을 받은 그대로 였다.
식당으로 가서 식깡을 비우고 나니 식깡을 씻을 물이 없었다. 밥을 비운 식깡에 달라붙어 있는 밥풀을 바닥에 조금 고여있는 시커먼 물로 겨우 떼어 내었다.
그날 저녁, 불안하고 풀이 죽어있는 우리들에게 상병인 내무반장이 오락회를 하라며 기타를 가져왔다.
고인선이 기타를 치며 노래를 선창하면 우리들이 따라 부르는 형식으로 오락회가 진행되어 여러 곡의 노래를 합창하였다.
그러다 고인선이 "사랑해 당신을"이란 노래를 선창하였다.
우리들도 그 노래를 따라부르다 그만 목이 메여 그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하였다.
그 노래로 인하여 저마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이 밀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오락회는 끝나고 말았다.
그날의 기억은 아프고 아름답다.
그런데 왜 그날의 추억을 회상하면 눈물이 나지! 우방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