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는 1월 1일은 집에서 쉬는 날이었다. 어느날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게 좀 거시기하게 여겨졌기 때문 ...
그런데, 올해는 왠지 새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했다. 그럴러면 우선 목욕재계를 해야한다. 목욕은 온천이 제격이다. 수안보가 떠 오른다. 그러나 마눌이 수안보 가는 걸 싫어한다. 재작년 여름에 마눌과 아들이랑 수안보를 갔었는데 썰렁해서 별로였었다. 그래선지 "그런 곳에 왜 가?" 하며 반대를 하니 ... 여인이 반대하는데 일을 저지르면 낭패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목적지를 변경, 화성의 온천으로 가려고 유명한 온천을 검색하니 휴일엔 사람들로 북적인다나~!
그래서 결국 남한산성으로 결정. 가을에 남한산성을 가려고 고속도로에 올랐다가 성남 출구가 얼마나 막히는지 걍 패쓰한 경험이 있어서 오늘도 무지 막힐걸로 예상했는데 ... 무안 제주항공 사건 때문인지 차들이 없어서 거의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고속도로에서 성남으로 진입했다.
남한산성 오름길!
차들이 거의 없어서 순식간에 산성을 올라 성내로 들어갔다. 그런데 ... 산성은 이미 만차다. 차를 주차시키고 수어장대에 올라 서울을 내려보며 모처럼 "호연지기 (浩然之氣)"를 마음에 담으렸는데 다음 기회에 하기로^^
주차장마다 만원이고 골목 또한 차들로 빼곡하다. 우선 요기를 해야한다. 한정식당에 들러 정식을 시키니 내가 좋아하는 취나물이 나오고 도토리 묵, 부추전, 호박된장 찌개, 황태 구이 ... 맛도 먹을만 하다. 요샌 입맛들이 전국화 돼 적당히 요리를 내어 놓으면 금새 입소문이 나서 망한다. 친절 + 맛 = 성공의 비결
식후, 주차장이 넓직한 카페에 앉았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인데 손님들로 북적인다. 부럽다. 난 75세에 은퇴 후, 도담방을 만들고 옆에 토종 찻집을 열고 말거다. 길벗들이 모여서 도담을 즐기는 장소로 소문나면 이보다 더 좋을 게 어딨는가!!! 돌아 오는길! 산성 오름길에 차들이 늘어 서 있다. 불과 2시간 여 차이인데 차들이 엄청나게 불어났다.
마음엔 그래도 소중한 염원을 담았다. 뭐 태백산 꼭대기의 천제단까지 가서 하늘에 고하는 건 거시기하다. 마음은 모든 것을 담으니까 ... 흰눈을 기다린다.
울 부부는 새해 첫날을 남한산성에 올라 겨울의 기운을 맘껏 들이켰는데, 아들이 자꾸 맘에 걸린다. 얘가 친구들과 밤 늦도록 술마시다가 독감에 걸려 집에서 쉬고 있다. 그래서 안양 평촌의 농수산물 센터에서 과일을 사다 주려고 갔더니 지난 눈폭탄에 지붕이 주저앉아 청소하느라 여념이 없고 오늘은 장사를 안한다고 ...
이마트에 가서 과일을 사고 한우를 샀는데 한우는 50% 세일이라 북새통을 이룬다. 아들네 아파트에 가서 건네주고 돌아서니 마음이 홀가분하다. 확실히 내리사랑이다. 애가 결혼 전에는 매주 집엘 오더니 요샌 얼굴보기가 임금님 뵙는 것보다 힘들다. 올해는 문자적으로 다사다난하리라. 그래도 나는 늘 제자리를 지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