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언 오케스트라(관현악단)의 존재는 오페라의 전신인‘가면극’과‘간주극’이 상연되던 시기까지 소급된다.그러다가 관현악단의 구성과 그 역할은18세기 전반기에 들어서면서 보다 활발해진다. 바흐는 자신의 대규모 종교적 합창음악을 당시 최대 규모로 편성된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공연했고,비발디는 베니스에서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순회공연을 하고 다녔다. 헨델은 영국에서〈수상음악〉과〈왕궁의 불꽃놀이〉를 작곡하며 대규모 편성의 관현악단을 필요로 했다.이러한 초기 단계에서 목관악기군·금관악기군·현악기군으로 구성된 보다 적절한 음향체가 성장하게 되는데, 이것을 우리는‘심포니 오케스트라’라고 일컫는다. 장소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일반적으로18세기 중엽 오케스트라의 보편적인 악기편성이 정립된다. 이와 함께 새로운 음악형식도 확립되며, 18세기의 작곡가들은 이 새로운 음악형식에 따른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심포니(교향곡)’의 발전과 더불어‘현악4중주’라는 음악 장르가 탄생한다는 점이다. 현악4중주란, 4대의 현악기(바이올린2,비올라1,첼로1)로 구성되며,상호간에 아주 은밀한 음악언어를 주고받는 실내악 장르이다. 교향곡과 현악4중주 발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작곡가는 요제프 하이든이며,그는 이 두 장르에서‘고전적 모델’을 제시해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 오페라 서곡으로서의‘신포니아’
‘신포니아(Sinfonia)’라는 단어는 그리스어 ‘심포니아(Symphonia)’에서 파생된 것이며, ‘조화(Harmonie)’를 의미한다. 그리하여 17세기의 작곡가들은 악기들 또는 성악성부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어우러지는 작품에 ‘신포니아’라는 명칭을 붙였다.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ütz, 1585~1672)의 합창과 기악 앙상블을 위한‘〈신성 교향곡(Sinfoniae sacrea)〉’이 이러한 대표적 예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순수 기악곡에만 이 명칭이 사용되게 된다. 근대적 의미의 교향곡, 즉 길이가 길고,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작품으로서의 교향곡은 17세기 말에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성행한 ‘오페라 서곡(Opern-Sinfonia)’에서 비롯되었다. ‘빠름-느림-빠름’의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서곡은 대체적으로 뒤이어 진행되는 오페라와 어떤 음악적·내용적 연관성이 없었기 때문에 연주회장에서 독립된 악곡으로 연주될 수 있었다. 18세기 전반기에 비발디를 비롯한 여타 작곡가들은 이러한 서곡들을 오페라하우스가 아닌 음악회장에서 연주하곤 했다. 이 오페라 서곡(신포니아)은 대략 1720~40년 나폴리,볼로냐,빈에서 활동하는 제1세대 작곡가를 중심으로 발전한다.나폴리의 페르골레시(Giovanni Battista Pergolesi, 1710~36)가 그중 대표적이다. 1740~60년까지의 제2세대 작곡가들은 이러한 오페라 서곡의 형식을 더욱 확장하고 정형화한다.이중 중요한 인물은 나폴리 악파의 대표적 작곡가로서 훗날 독일 슈투트가르트 궁정악장으로 활동한 욤멜리(Nicolò Jommelli)이다.욤멜리는1741년에 작곡한 오페라〈메로페(Merope)〉의 서곡에서 음악사상 최초로 크레셴도를 사용했다. ■ 연주회용 서곡(Konzert-Sinfonia) 한편,이와 병행되어 근대적 교향곡의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 또 다른 유형이 이 시기에 이탈리아 작곡가 삼마르티니(Giovanni Battista Sammartini, ca. 1700~75)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1730년경에 창안된 ‘연주회용 서곡(Konzert-Sinfonia)’이 바로 그것이다. 연주회용 서곡은 처음부터 독자적으로 연주회를 위해 작곡되었다. 이 곡들은 오페라의 시작을 알리기 위한 기능성을 벗어던지고,오로지 작품 자체로서 존재가치를 지녔다. 뿐만 아니라, 삼마르티니 자신의 모든 작품에서 두 개의 상이한 성격을 지닌 주제를 도입했으며, 이 두 주제가 상호간에 갈등을 가지며 전개되도록 했다. 바로 이러한 생각에서 음악적 생각의 ‘발전’이라는 것이 결과적으로 만들어졌으며,이 기법은 교향곡이라는 장르의 질을 결정적으로 격상시켰다. 삼마르티니의 교향곡들은 순식간에 전 유럽에서 연주되었으며, 잘츠부르크의 모차르트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요한 크리스티안 바흐,보케리니,하이든 등은 그의 작품을 칭송하면서 진지하게 연구했다. ■ 교향곡의 순환형식 교향곡의 순환형식은 이탈리아의‘ 오페라 서곡(Opera-Sinfonia)’의 ‘빠름-느림-빠름’의3악장 체계에 이미 그 토대를 두고 있다. 그러다가1740년경에는 만하임(요한 슈타미츠)과 빈(몬,바겐자일)에서 동시에 미뉴에트 악장을 도입하여 교향곡은 4악장 체계로 확대되었다(아주 예외적으로6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도 있었다. 하이든의 교향곡 제60번이 그러하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와 중·북부 독일의 교향곡 중심지에서는18세기 말엽까지3악장 체계를 고수했다. 교향곡의 제1악장은 약1730~40년경부터 ‘소나타 형식’에 의해 구성되었다.빠른 템포(Allegro)의1악장은 종종 느린 템포의 서주부에 의해 이끌려지곤 한다. 제2악장은 느린 템포(Andante)이며, ABA의 가요 형식,론도 형식 또는 변주곡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제3악장인 미뉴에트은A-B(Trio)-A의3부분으로 구성된다.하이든이 말년에 작곡한12곡의〈런던 교향곡〉에서는 민속풍의 미뉴에트 성격에서 벗어나면서 ‘성격소품’적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하이든은 훗날 일반화된 ‘스케르초(Scherzo)’라는 명칭을 -현악4중주와 피아노 소나타와는 달리-그의 교향곡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 명칭은 베토벤의 2번(1804)과 3번(1806)교향곡의 3악장에서 사용되었으며,곡의 성격도 비로소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향곡의 제4악장은 대부분의 경우 론도 형식으로 구성된다. 18세기의 마지막 30년 동안에는 론도 형식과 소나타 형식이 혼합된 ‘소나타 론도 형식’이 애용되기도 했다(하이든의 교향곡 제102번). 이때 두번째 ‘쿠플레(Couplet)’는 마치 소나타 형식의 ‘발전부’처럼 확대되며,첫번째 쿠플레의 음악적 소재는 마지막 쿠플레에서 다시 나타난다.그러니까 이것을 도식화하면 ABA(제시부), C(발전부), AB′A(재현부)로 요약된다. ▲ 소나타 형식 18세기 초에 소나타와 협주곡을 쓰는 작곡가들은,길이가 긴 음악작품을 위해서는 보다 강렬한 긴장감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 음향이론에 의하면 으뜸음(토닉)에 가장 자연스럽게 보충되는 음은5도 윗음(혹은4도 아랫음)인 딸림음(도미넌트)이다(‘도’가 으뜸음일 경우 딸림음은‘솔’이 된다). 길이가 긴 음악작품이 만족스럽게 전개되기 위해서 토닉은 도미넌트로 이동하고,이때 새롭고,그 이전 주제와는 대조적 성격을 지닌 주제가 도입된다. 이 두 주제는 서로 대조를 이루며 대립관계를 형성한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다시 조성을 바꾸어가며 계속되고, 그러다가 궁극적으로는 으뜸조로 되돌아온다. 그리고 바로 이 으뜸조에서는, 도중의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했던 본래의 두 주제가 다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을 바로‘소나타 형식’이라고 한다.
제시부 으뜸조로 된 제1주제, 새로운 조성의 제2주제 발전부(전개부) 주제들의 새로운 취급 여러 개의 조성으로 바뀜 재현부 제1, 2주제가 으뜸조로 환원됨 <출처:서양음악사100장면(2), pp.49~53.>
◆ 감상: Haydn <교향곡 제45번‘고별(Farewell)’> * 위 동영상 : “나 휴가 보내 줘요!” 에피소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