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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후 하반기 첫 수업~ ■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가 되는 것에는
한 명의 영향력으로도 가능하다고 하와이 카우아이섬 종단연구로 에미 워너 교수는 말합니다.아이의 인생에서 아이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한 어른이 적어도 단 한 명은 존재한다고 말입니다.
울산광역시 교육청에서 교육복지이음단을 만든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故노옥희교육감님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라는 슬로건 아래 창단했었고, 4년째 그대로 이어가는 천창수교육감님이죠. 그 두 분이 십오 년(?) 전에 시작한 이 장소인 더불어숲도서관에는 그런 어른들이 많이 오고가는 곳입니다.
교육청 지원으로 진행되는 무료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놀이터 숲 마을학교'의 부수로 배우는 한자교실이 여름방학 후 어제 첫 수업을 했습니다. 도서관 입구에서부터 우산이랑 부채랑 다 내던지고 달려와 온 몸으로 포옹하는 인사부터 살며시 눈웃음으로만 인사하는 것까지 다양한 친구들의 환대로 만난 반가움은 큽니다.
방학 동안의 안부를 주고 받으며 푹~ 잘 쉬고 왔겠다는 저의 생각은 어긋난 기대가 되는군요. 공부를 하느라고 바빴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잠시 망설이게 되네요. 부모님들은 다른 반응이 있을 것으로,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됩니다. 엄청 더워서 힘들었다는 말은 전혀 없어서 역시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과는 다르구나~ 라는 생각도 듭니다. 충분하게 놀지 못한 아쉬움 가득한 표정입니다. 상반기에는 월 1회로 준비되었던 간식이 하반기에는 매주 준비된다고 합니다. 얇은 지원금을 너무 알뜰살뜰하게 사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오자마자 간식을 먹고는 슬그머니 옥편을 꺼내는 아이도 있고, 간식에는 관심 없이 오로지 장난감(기부받아서 보관 중인)에만 몰입하는 아이도 있지요. 간식도 다른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는, 기운이 없어 보이는 아이도 있답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예요. 아이들도 그날그날 몸과 마음의 상태가 시시각각 달라서 무심한 듯 세심하게 살펴보게 됩니다. 그에 대한 적절한 반응과 방법으로 수업하고 있답니다.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공부가 아니라 숨구멍을 틔워주는 곳으로, 틀려도 괜찮다는 경험이 쌓이게 해서 다른 과목 공부할 때나 삶에서 잘 활용하기를 바라는 사랑의 마음이 듬뿍 깔린 교수법이랍니다. 본인의 진도에 이어서 원하는 만큼 옥편으로 찾아서 한자공책에 쓰기를 하고, 그 진도에 따라 한자카드를 만들어요. 첫수업부터 만들어 두툼한 한자카드 이름을 다 불러주는(기억이 안 나면 옥편찾기로 자연스레 복습하는 과정이 백미죠. 부담없이 찾아보는 경험을 누적하게 하는 것이 이 공부의 과정으로) 이 세 가지를 순서도 마음대로 찜해서 하고나면,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든 놀든 자율적으로 활용하게 합니다~ 그래서인지 집중하는 몰입도는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랍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익어가는 방법이다 보니 꽤 단단해서 평생 지속되는 장기기억인데, 속도가 빠르지는 않아서 저나 부모님들의 인내가 요구됩니다. 그리고 궁금할 때 언제든지 질문을 하도록 하는, 열려있는 공간과 시간입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적으로 학습일정이 변경되어서 시간이 맞지 않아서, 하반기에는 함께 못하는 친구가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