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사법인 농지 취득요건 강화해야”
문제점과 개선방향 좌담회 “투기 막으려면 생산 외 분야는 조건 다르게 설정 필요” 의견 정상 운영 업체에 불똥 우려도 관리·감독 실효성 제고 강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농업법인의 농지 투기 문제까지 다시 들춰냈다. 농사를 짓겠다며 결성한 농업법인이 제도를 악용해 농지 투기를 일삼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LH 사태를 계기로 농지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농지 투기에 악용되는 농업법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친환경농업협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농업회사법인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좌담회’를 열고 농업법인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전문가들은 농업법인 중에서도 농업회사법인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농업회사법인이 농업 생산·가공·수출 등 농업경영과는 전혀 상관없이 농지 쪼개기, 농지 투기에 뛰어드는 사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농업회사법인은 2019년 12월 기준 1만3085개로 전년 대비 1468개(12.6%)나 늘어나는 등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반면 영농조합법인은 1만230개로 같은 시기 67개(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무진 전농 정책위원장은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수 대기업이 농업회사법인을 세워 토지를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농업회사법인의 농지 취득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데다 취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보니 농업회사법인이 부자들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업회사법인의 농지 취득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현행법상 농업회사법인은 사업유형에 상관없이 임원의 3분의 1 이상이 농민이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임영환 변호사는 “농업회사법인은 농산물 생산에서 가공·유통·관광 등 그 스펙트럼이 매우 광범위한데, 최소한 생산과 그 외 분야는 구분해서 농지 취득요건을 다르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지 취득요건 강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희 농림축산식품부 경영인력과 사무관은 “농업회사법인의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규제 강화에는 동의하지만 농지 취득요건 강화가 적합한지는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농지 취득요건을 강화하면 현재 정상 운영되는 농업회사법인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농업법인의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해 발의된 여러 법안이 농지 투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 법안들은 ▲설립 시 사전신고제 도입 ▲법인 실태조사 강화 ▲부동산업 영위로 얻은 부당 이익 환수 ▲농지 매입 시 농지위원회 심사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농업법인의 사후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행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은 3년마다 농업법인이 적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실태조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불법적으로 운영되거나 미활동 법인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는 비판이 많다. 임 변호사는 “법에 정해진 대로 정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제대로만 했어도 소위 ‘땅장사’를 하는 농업회사법인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실태조사를 강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지자체가 어떻게 하면 관리·감독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농민신문 2021. 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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