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 아니고 똥푸
발제일 : 2021.7.6.화.
작 가 : 차 영 아.
발제자 : 이 진 희.
《쿵푸 아니고 똥푸》
쿵푸 아니고 똥푸?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다. 왠지 스멀스멀 냄새가 나는듯하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 책을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이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화장실 실수에 관한 이야기. 올해 초1이 된 딸이 입학할 때 혹시나 이런일이 생기면 어떡하지하며 걱정했던 지난 3월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필리핀 엄마를 둔 주인공 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 일어났으면 있을법한 에피소드로 끝났겠지만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 1학년 아이들에겐 사건 중의 사건이었을 터.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하면 되는 그 말을 못해 실수하는 게 더 창피한 일이고 얼굴색이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똥색을 가지고 있다는 똥푸맨의 말에 용기를 얻은 탄이가 규영이에게 던진 한마디.
“너, 번개맨이 출동하기 전에 꼭 하는 일이 뭔지 알아? 똥 싸는 거.
그래야 악당을 물리칠 수 있거든!” p.18~19.
일침을 가하며 목소리를 냈을 때 “까맣게 탔니?, 똥장군!에 이어 똥싸개로 불릴뻔하는 위기를 극복해내는 모습에 휴~ 안도의 숨이 내어졌다.
“~걱정 마. 탄이 너에게 어려운 일이 생기면 이 똥푸맨은 언제든 올게.”p.17 든든한 지원군 똥푸맨도 얻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 탄이.
아빠가 허리를 다쳐 입원하는 바람에 똥푸맨을 만나기 위해 힘든 상황임에도 위대(?)한일을 하기 위해 밥과 싫어하던 반찬도 잘먹고 생계수단인 딸기밭을 살리기위해 똥푸맨과 지렁이를 이용 거름도 주고 엄마 고향인 필리핀에도 가게 되는 해피엔딩 결말이 희망적이어서 좋았다.
산다는 건 백만 사천이백팔십아홉 가지의 멋진 일을 만나게 된다는 뜻이에요. 똥싸개가 된 날 똥푸맨을 만나게 되는 것처럼요. 또오오오오옹푸! p.30
우리에게도 이런 멋진 일이 올까요? 우리 아들은 고민있는 친구에게 이책을 소개주고 싶다는군요~.
《오, 미지의 택배》
언제부터가 어른인 걸까?
어른이 되고 싶은 아홉 살 미지는 분명히 정해 두었다. 껌씹을 때 딱딱 소리날 때, 큰길에서 손 흔들어 택시가 설 때 스마트폰 게임을 맘껏할 수 있을 때, 자기 앞으로 온 택배 상자를 받게 된다면! 바로 그때부터가 어른인 거라고.
그런데 4월 3일 수요일에 미지의 아홉 살 인생에 첫 택배가 도착한 날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의문의 정체불명의 택배 상자엔 심심해 보이는 하얀색 끈 운동화가 들어있고 제품설명서를 읽고는 마음의 준비도 없이 몸이 먼저 움직인다. 하얀 운동화를 신고, 만나고 싶은 누군가의 이름을 세 번 부르고 세번 폴짝폴짝 뛰란다. 최고의 속도로 달리란다. 눈앞이 노래질때까지 달리란다. 온 마음과 온배 힘으로 외친다.
“봉자야, 봉자야, 봉자야!”
여기에 체육대회 달리기 꼴찌따윈 문제가 안된다. 간절함의 승리이다.
알고보니 봉자는 학교에선 친구들이 잘 놀아 주지도 않는 인기없는 미지지만 이야기도 들어주고 공던지기도 하고 꼭 안으면 오리털 이불보다 더 따뜻했던 키우던 강아지 이름이다. 암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가슴아픈 이별이 오롯이 남아있던 미지에게 온건 봉자가 보낸 천국으로가는 운동화였다.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
“세상에 살 때 가장 행복했던 곳이 그대로 하늘나라에 만들어져서, 자신의 마을이 되는 거야” p47.
“너한텐 이 공원이 가장 행복했던 곳이구나?”
미지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의 장소인 공원이 봉자마을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봉자는 하늘나라에서도 미지가 너무 걱정이 됐대. 내가 없다고 매일 울진 않을까? 이젠 공놀이도 안 하고 혼자 방에만 있진 않을까?” p48.
다시 만난 그 시간 동안 꽉 채워진 사랑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일상으로 돌아온 미지가 봉자는 가고 없지만 함께한 추억이 있기에 이세상에도 봉자처럼 사랑해야 할 것들로 가득차 있고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어 당당히 학교를 향해 뛰어간다. 이제 미지는 진정한 어른으로의 첫발을 내딛는다.
이년전 아버지를 암과 합병증으로 떠나보내고 한동안 울수도 웃을 수도 없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주어진 일상이 있어 슬퍼할 겨를 없이 직장이 생기고 바쁘다보니 아버지가 없는 그 빈자리를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내어주신 기회같았다. 평생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준 아버지가 있어 지금의 내가 있고 부끄럽지 않은 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오늘도 열심히 산다. 아버지가 보고싶을 땐 나도 추억한자락 꺼내보며 그때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라면 한줄》
어째서 이름이 ‘라면 한줄’일까? 먹이를 구하러 갈 때 쪼르르를 세 번만 하면 도착하는 라면가게에 가서 쓰레기봉투 속의 라면 한 줄을 낚아채 돌아오니 그렇단다. 그것도 매일 밤마다~
베짱 큰 친구들 집에선 항상 맛있는 냄새가 나고 ‘쪼르르’를 사십 번 해야 하는 김밥집, 동태머리는 ‘쪼르르’를 육십 번‥‥‥ 머리가 핑 돌 정도에 힘이 나는 맛인 삼겹살은 백 번쯤 ‘쪼르르’를 해야 한단다. 엄마는 하수구 밖을 절대 나가지 않고
“세상은 하나의 커다란 쥐덫이란다.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해.”p62 하며
놀라는 시궁쥐를 “요스요스 야호 쥬스쥬스 야하.” 하며 자장가로 달래준다.
세상을 멋지게 쪼르르 다닐 때 먹어보았지만 왠지 엄마는 먹으러 가고 싶진 않은 모양이다.
며칠 후, 삼겹살을 구하러 나간 시궁쥐 세 마리가 고양이에게 잡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양이 목에 딸랑딸랑! 방울을 걸면 된다는 시장의 제안에 엉뚱하게도 하수구 시에서 제일 겁많은 나 ‘라면한줄’이 당첨되고 만다. 성실함 빼면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라면 한 줄.
천둥 같은 박수 소리가 내 심장을 주먹으로 치는 것 같았어. p70~
엄마와 나는 절 때 피하고 싶은 이순간 시장은 아빠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난데없이 웬 쥐 한 마리가 달려가 털보의 발뒤꿈치를 찍 하고 물어 버렸거든! 쥐덫은 부서지고 네 엄마는 살아났지. 그 웬 쥐 한 마리가 바로‥‥‥” p73.
“우리 아빠군요!” 인정한 순간 거부할 수 없는 원정을 나서게 된다.
“딸아, 잘 들으렴! 내가 쥐덫에 걸렸을 때…… 나 이제 죽는구나. 너무 무섭고 외로웠을 때, 문득 엄마의 엄마가 불러주던 자장가가 생각났어.”p76.
“넌 이미 아빠처럼 용감한 시궁쥐란다. 매일 밤 혼자서 라면 한 줄을 구해 왔잖니. 겁이 났을 텐데도 말이야. 너 자신을 믿으렴” p77.
쪼르르, 쪼르르, 쪼르르 라면집, 세탁소, 빵집, 김밥집도 지나 낮잠자고 있을 외눈박이 고양이를 찾기위해 마음이 급해진 나는 좀 더 용기를 내기로 한다. 갑자기 마주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순간, 오히려 두 명의 남자아이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허공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외눈박이의 눈과 마주친 순간 도와 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아빠와 같은 용기있는 선택을 한다.
아이들은 고양이보다 시궁쥐가 더 무서운가 봐.
“ 라……면 한 줄…… 네 친구들에게…… 가서 말해. 삼겹살을 구하러…… 매일 밤 와도 된다고. 앞으로 라면 한 줄의 친구라고 하면……카아 …… 절대 해치지 않을게.” 두려움의 대상인 외눈박이에게 승리보다 더 값진 평화의 약속을 받아내고 유유히 돌아온 시궁쥐는 ‘진짜, 완전, 엄청 대단한 라면 한 줄’이라고 불려진다. 자장가가 나를 살렸다는 자장가의 의미는 “사랑이 항상 이긴다”란다.
매일 밤 진정한 용기를 불어 넣어준 엄마의 시궁쥐에 대한 사랑의 승리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딸아이는 시궁쥐가 자기를 소개할 때
난 내 또래 친구들 중에서 제일 키도 작고 말랐어. 그리고 배짱도······ 제일 작고 마른 것 같아.p62
시궁쥐가 자기와 같다고 하더니 고양이 목에 방울다는 일을 해야한다니 이런일이 있다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구요. 우리도 이런 상황이 되면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어른들의 우려와는 달리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고 있고 경험을 하며 무럭무럭 잘 자라도록 작가는 희망을 주고 싶은 듯하다. 동화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힘을 얻게 되고 어려움이 있을 때면 도망가거나 물러서지 않고 한번 부딪쳐 보라고 그래도 된다고 이야기해 준다는 느낌이 들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