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2일(목)~ (29일째... Monte do Gozo~ Santiago de Compstela : 4.5km
순례자숙소: 한인민박(보스케, 30유로)
눈을 떠본다.
핸폰의 불빛이 비칠까봐 침낭안에서 살짝 시간을 보니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다.
모두들 곤히 잠들어 있다.
다시 잠을 청해보려 하건만 눈망울이 더 뚜렷히 그 길의 종착지를 떠오르게 한다.
가슴에 가만 손을 얹혀본다.
영화의 장면처럼 분주히 자막이 이어지고 마치 내가 그 영화속 주인공이 되여
프랑스 생장의 '피레네' 산맥을 넘어 '레온'의 대평원을 지나고 있다.
'갈리시아' 지방의 산높고 골깊은 산속을 홀로 걸으며
지독한 향수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가족생각에 눈물 흘리던
내 발품의 파노라마가 이제 그 종막의 장을 내리려한다.
새벽 먼동이 언제쯤 찾아올려나...
이리저리 뒤척이다 살포시 잠이 들었다.
새벽 7시 반경 알베르게(숙소)를 나선다.
카미노 친구 몇몇이서 숙소 앞 가로등빛 아래서 서성이고 있다.
안개 자욱하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대로를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강렬히 비추며 질주를 한다.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는 '오브라도이로' 광장까지는 4.5km...
느긋이 걸어도 두시간 정도면 충분히 도달할 수 거리이다.
그리 바쁠일도 없으니 이 아침의 여유가 한가롭다.
낮으막한 건물의 지붕들이 정겹게 느껴진다.
한시간여 길을 걷다 어느 바(Bar)에 들러 고소한 빵 2개와 따끈한 우유한잔으로
아침을 때운다.
그곳 주인장이 샐요를 찍어주며 축하의 악수를 청해온다.
'사우스 꼬래아'라고 했더니 웃으며 단번에 알아본다.
어느 젊은 청년도 박수를 쳐주는데 어깨가 으쓱하다^^
카미노 이방인들을 대하는 이곳 사람들의 제스쳐가 익숙하다.
잘 가라며 다시 손을 흔들어 준다.
'산티아고' 시내에 들어서니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조용한 풍경이다.
건물들도 그리 높지 않고 고풍스럽다.
길을 물어보는 이방인에게 친절히 가르켜주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 또한 돋보인다.
거리도 한적하고 깨끗하다
상쾌한 기분이 든다.
아직도 안개가 살짝 드리워 있다.
길에 박혀진 '조가비' 형상을 따라 대로와 몇구비 골목을 휘돌아 서니
멀리 '산티아고' 대성당 첨탑이 보인다.
그토록 열망하던 나의 로망의 종착지가 바로 내눈앞에 보이다니...
덤덤하려 애쓰지만 두근거리는 이내 마음을 어이할까나...
저 계단을 내려서니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넓은 광경이 바로 펼쳐진다.
길의 종착점에 다다른 것이다.
아니 어쩌면 새로운 길의 출발점에 다다른 것인지도 모른다.
별들의 벌판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궂이 종교적 이야기를 제쳐두고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벌판에 웅장한 대성당이 우뚝 서있다.
나의 어떤 바램을 안아 주실런지...
설령 그렇지 않은들 어떠하랴...
길이 그곳이 있기에 그저 걸어왔을 뿐일진대...
성인 '야고보'상(像)이 첨탑 중앙에 서서 그 아래 세상을 굽어 살펴보고 있다.
지금 대성당은 묽은때를 벗겨내고 새단장을 하는 중이란다.
아주 섬세하고 세세하게 한조각 한조각씩...
서둘지 않는 고풍스러움 그대로 오랜 시간을 거쳐 원형의 미(美)를 그려내고 있다.
존경스럽다.
비록 생각했던 만큼의 감흥은 받지 못했지만 새 단장을 하고
어느 화창한 날에 제차 본다면 더 고풍스럽고 웅장한 모습으로 다가오리라.
언제 다시 이곳에 올수 있으려나...
먼훗날 기약의 다짐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이 감동의 마음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
평생 잊지못할 '산티아고' 카미노!...
'오브라도이로' 광장의 아침은 조용하다.
그곳에서 '부산'에서 왔다는 예쁜 아가씨를 만났네요^^
서로를 자축하며 기념으로 사진한장 찰칵...
먼길을 걸어온 카미노 친구들과 이방인을 스스럼없이 대해주는
밝은 웃음과 미소를 지닌 그들이 있어 행복하다.
길에서 만나는 고운 인연이다.
비록 카미노에서 만난적 없는 사이지만 이곳에서 전해지는 마음은 꼭같은 심정이리라...
무탈의 완주를 응원하고 축하하고 먼길을 걸어온 여정의 사연들을 서로 교감한다는 것...
이제 그들과 헤여짐이 아쉬울 뿐이다.
안녕 친구들...
눈빛속 그 모습들이 절절하다.
쉼없이 물 한모금 내려주는 축복의 성수를 담아낸다.
비록 내가 성당의 신자가 아닌들 어떠하랴.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다.
아침 일찍 걸음을 재촉한지라 아직 '산티아고' 순례자 협회 사무실 문이 닫혀있고 골목길 풍경도 한산하다.
오전 10시에 문을 연단다.
배낭을 문옆에 세워두고 동네 구경에 나섰다.
멀리 가진 못했지만 한 30여분 골목길을 누비다 와보니 아직도 시간이 조금 남아있다.
서서히 한두명씩 혹은 서너명씩 무리를 지어 카미노 친구들이 몰려온다.
낮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너무 반갑다.
10시 정각에 어김없이 문이 열리고 내가 제일 먼저 순례자 여권과 패스포트를 제출하니
그곳 봉사자가 반가히 웃으며 꼼꼼히 확인을 하고선 '산티아고' 완주증과 거리 확인증을 건네준다.
작은 감동이 밀려온다.
마음이 찡하다.
더욱이 그곳에 있던 다른 남녀 카미노 친구들과 서로 축하의 악수와
연신 포옹을 나누느라 완주의 뿌듯한 기분이 두배로 느껴진다.
이제 하나 둘씩 제갈길로 발길을 돌린다.
그렇게 다시 길이 이어지고 있다.
왠지 모를 아쉬움이 진하게 밀려온다.
만나고 헤여짐의 인연들...
'Good-B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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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 사진이 '산티아고 카미노 완주증...
아랫쪽은 프랑스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까지 775km를 완주한 거리 확인증...
이 완주증의 의미를 두고두고 곰곰히 생각해 보렵니다.
지나간 것은 그리움이고 추억의 회상일 듯 합니다.
만감(萬感)이 교차하는 시간의 흐름이였습니다.
한올한올 곱게 옥구슬에 꿰메여 나의 책갈피속 일기록의 진솔한 기록으로 남기려 합니다.
그렇게 눈가의 이슬이 맺히고 순수한 감성의 자아(自我)를 그려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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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완주증을 받아들고 '오브라도이로' 광장에 다시 들어서니 프랑스에서 이곳에 견학온 학생들이
지나가는 카미노 나그네에게 환호를 하며 큰 박수로 반겨줍니다.
구김살 없는 모습들에 둘러쌓여 사진 한장을 남기는 큰 행운을 얻었습니다.
나중에 다른 카미노 친구들이 이 사진을 보더니 모두들 부러워하는^^...
가을 햇살 포근한 날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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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외곽에 있는 어느 한인민박집을 찾아 이리 헤메고 저리 헤메기를 세시간여...
뻐스를 타고 갈까하다가 걸어서 한시간여의 거리라 시내 구경도 할겸 찾아나섰는데 그만 길을 잘못 들어섰네요.
사방팔방 헤메다 겨우 들어선 이곳은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풍경이 지친 나그네를 맞아줍니다.
더욱이 주인장 내외의 친절함과 유치원에 다니는 귀엽고 예쁘장한 딸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네요.
저녁 식탁에 차려진 한국음식에 반가움이 앞섭니다.
실로 한달여만에 맛보는 고향의 향수입니다.
더욱이 한국분들과 오손도손 이야기 나누며 와인한잔 곁들인 저녁 맛이라니...
저녁을 끝내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하룻밤 묵을 방으로 들어서니
폭신폭신한 침대가 마냥 어색하기만 합니다.
너무 바뀌어진 잠자리 탓일까요.
문득 알베르게(숙소)에 묵어있을 그들이 생각납니다.
밤새 코골이에 불면의 밤을 보내고 시끌벅적 하던 그 기억이 불과 하루전이건만
마치 먼 엣날의 이야기처럼...
나혼자 편안히 지내는 미안한 마음이 앞서네요.
이밤 그리 어이 보낼꼬...
이제 내일이면 다시 서쪽 유럽의 땅끝 '묵시아'와 '피니스테라'를 찾아
4일동안의 미답의 길을 떠납니다.
대서양 그 대해의 하얀 파도가 금방이라도 눈앞에 밀려올 듯 합니다.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해 집니다.
'산티아고' 그밤의 여운이 깊어갑니다.
이 밤이 새고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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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축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