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 비호뉴스투데이]
용호상박? 용호상잔!(相盞)
- 트랙 위의 숙적들, 테이블 앞에서는 동지 -
매일 새벽과 밤,
전주 어딘가의 트랙과 주로에서
묵묵히 같은 방향으로
혹은 서로를 의식하며 달리던 용과 호랑이들이
어제는 러닝복 대신 사복을 입고
한 테이블에 앉았다.
바로 전주지역 용띠마라톤 × 범띠마라톤 모임이 있었던 것!
이날 모임은 각자 용띠모임, 범띠모임을 하는 도중
용용이 강용진 씨의 즉석 제안으로 이루졌다고...
훈련으로만 얼굴을 보던 이들이 술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자
첫 반응은 비슷했다.
“어? 형님… 맞죠?”
“아… 사복 입으니까 진짜 못 알아보겠네.”
운동복일 때는 분명 매일 보던 얼굴인데,
청바지와 패딩을 입으니 서로가 서로를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웃음부터 터졌다.
“이렇게 밖에서 보니까 더 반갑네.”
그 말 한마디로 분위기는 금세 풀렸다.
이날 모인 러너들의 상황은 제각각이었다.
계획대로 몸이 착착 올라온 사람,
부상과 타협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사람,
이번 시즌은 과감히 접고 회복을 택한 사람,
기록보다는 즐겁게, 오래 달리는 길을 선택한 사람까지.
하지만 공통점은 하나.
모두 진지하게 훈련했고, 여전히 달리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결국 화제는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로 흘러갔다.
기록, 목표, 그리고 서브3.
“형님들 두고 보세요.
이 중에서 제가 제일 먼저 서브3 합니다.”
테이블 한쪽에서 조용히 선언이 나왔다.
술기운 때문인지, 진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눈빛만큼은 꽤나 진지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날아든 즉답.
“넌 아직 멀었다.
솔직히 말해서… 재능이 없다.”
순간 테이블이 조용해졌고,
1초 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팩폭이었지만, 이상하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러너들 사이에서 이런 말은
욕이 아니라 관심이기 때문이다.
이날 술자리는 누가 더 빠른지 가리는 자리가 아니었다.
서로의 훈련을 인정하고, 부상을 걱정하고, 병원 정보도 교환하는 등
“그래도 계속 뛰고 있잖아” 라고 말해주는 자리였다.
트랙에서는 각자의 페이스로 달리지만
테이블 앞에서는 같은 러너.
용도, 호랑이도, 결국은 땀 흘리는 사람들이다.
하루 저녁쯤 내려놓아도 괜찮다.
어차피 이들은
다시 각자의 주로로 돌아갈 사람들이니까.
비호뉴스투데이는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어제 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 중
언젠가 정말 서브3를 찍는 사람이 나올 확률은…
생각보다 높다.
재능이 있든 없든 말이다.
이날 모임 참석을 위해 멀리 뉴질랜드에서 전주까지 날아온 David씨는 가수급 노래실력과 달리기 실력보다 열배는 뛰어난 술실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또, 김모씨는 이날 화기애애했던 모임에 참석 후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마라톤을 해도 아프지 않았던 무릎이 아프다는 후문이다
한편 용용이 강용진 씨(49세)는
이 날 술을 너무 마셨다며
이번 동마에 서브3를 못하면 이 모임 때문이라는 핑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2년 연속 서울마라톤 DNF를 달성(?)한 그가 마련한 이번 핑계가 과연 통할지?
2026년 3월 15일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