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구 부전3동 화승삼성아파트 20동 북쪽 찻길 건너, 늘푸른교회의 사잇길 당감천변에는 '이곳이 우리 부산의 정중앙 입니다'라 새긴 돌비가 서 있다. 부산의 동서남북 어디서나 정중앙이 되는 곳을 표지한 것이다. 한데, 정중앙의 정확한 지점은 돌비 곁의 손지태·지인희 씨 부부의 가옥으로 부암3동 548-12번지(백양순환도로 81-22)이다.
부산의 중심은 어딜까 궁금증
동서남북 끝 실측해 부암동서 찾아
맑은 물소리 청량한 당감천변
'여기가 부산의 정중앙' 돌비 세워
부산 한가운데 살고 있다는 자부심
집주인 부부 "집 팔고 떠날 생각 없어"부산의 정중앙은 2001년 SBS 호기심천국에서 방영하는 서울의 정중앙을 본 손 씨의 어린 아들 진화(당시 동평초등 4학년) 군이 방송국에 부산의 정중앙이 어디인지 물어보는 질의엽서를 보낸 것에서 비롯된다. 어린 학생의 당차고 당돌한 질문에 감동한 방송진과 부산대 도시문제연구소가 장비를 동원하여 부산의 정중앙을 찾았다. 부산의 동쪽 끝은 기장군 효암리였으며, 서쪽 끝은 강서구 천성동, 남쪽 끝은 사하구 남형제섬, 북쪽 끝은 기장군 장안리로써, 이곳 정중앙의 좌표는 북위 35도 10분 4초, 동경 129도 2분 17초였다. 이들 끝자락에서 정중앙까지의 거리는 최단 28㎞에서 최장 32㎞였다.
부암동의 주산 백양산 중턱의 선암사 뒤 임도 아래에서 발원하여 동천(東川)의 발원지가 되는 당감천이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려 주택 사이를 맴돌아 이곳으로 흐른다. 냇바닥을 시멘트로 덮었지만 그 가운데 좁디좁은 도랑으로 흐르는 맑은 물소리가 똘똘똘 청량하다.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도 이곳이 도시 한가운데인 사실을 잊게 한다. 차 소리마저 멀리서 간간이 들려올 뿐이다.
내천 위에 놓인 좁은 시멘트 다리도 정겹다. 길은 온통 흙길인데 정작 냇바닥은 시멘트로 덧씌운 것이 우리를 화나게 하지만, 당감천은 이곳 아래에서부터 시멘트 구조물로 복개되기 시작한다. 정중앙 표지석 앞을 흐르던 맑은 물길이 이곳에서 벌써 흐려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덧씌운 복개길을 따라 흐르다가 당감동 536-5번지에서 국제고 뒤편으로 발원한 내와 만나고, 엄광산의 가야공원 계곡과 수정산 동의대 계곡에서 발원한 가야천과 부암교차로에서 만난다. 동천은 이 두 굵은 물줄기(당감천, 가야천) 외에도 성지곡수원지 계곡에서 발원하는 부전천과 연지동 골짜기(화지언)에서 발원하는 전포천, 그리고 범일동과 범천동의 경계가 되는 안창계곡의 호계천 등을 만나므로 비로소 동천을 이루어 북항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2001년 7월 25일 "귀하가 사는 이곳이 부산광역시 중심임을 SBS 호기심천국에서 확인하였기에 이 패를 드립니다"라는 기념패를 아들이 받던 날, 몰려나온 동네 사람들이며, 골목 입구에서 울려 퍼지는 브라스밴드 팡파르로 온 마을이 잔칫날같이 들썩였다. 장한 아들을 둔 지인희 씨의 기쁨은 더욱 컸다. 어렵게 살아온 지난날도 장한 아들 둔 기쁨으로 잠시 잊기로 했다. 십여 년이 지난 7월 중순 필자가 다시 찾을 때도 옛 모습 그대로였다. 그간 정중앙점을 홍보하기 위한 시설을 하겠다고 주택매매 이야기도 오갔으나 손 씨 부부는 이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 비록 가난하게 살지만 부산의 정중앙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은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 8월 부암3동에서 부암동이 부산의 중심마을이 됨을 널리 알리겠다고 돌비를 손 씨 집 근처에 세우고 잔디도 심고 꽃나무도 심었다. 이참에 하천바닥의 시멘트를 걷어내고 냇돌과 수초가 살아나는 친환경적인 생태개천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 냇가에 자연 쉼터를 조성해 보면 어떨까. 도시 골목길 위에 만들어 놓은 메마른 쉼터보다 훨씬 아름답고 정겨우며 풀 내음과 물 내음이 물씬 풍기는 쉼터(소공원)가 될 터인데 말이다.
주경업
부산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