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서예 에세이 한글 서예를 읽다 - 31
잣솔 장혜자의 궁체 흘림
‘동창이 밝았느냐’
석야, 신 웅 순 | 시조시인․평론가․서예가, 중부대 교수
잣솔 장혜자의 궁체 흘림 ‘동창이 밝았느냐’
2007년 봄호 『시조예술』 잡지에 써준 국민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휘호이다.
잣솔의 글씨에는 어떤 마력이 있는 것 같다. 평원을 질주하는 청마의 말발굽 소리, 천길 벼랑으로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줄기 소리. 거침없이 달리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웅혼의 기상이 넘친다. 시·서의 결합은 묘한 매력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시·서의 매력에 빠지고 만다. 그 자체가 바로 힐링이기 때문이 아닐까.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치는 아희 놈은 상기아니 일었느냐
재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이 권농가는 기사환국 때 서인의 영수로 지목되어 강릉으로 유배되어 갈 때 지었다는 설이 있고 어린 세자를 생각해 장희빈을 사사하지 말 것을 숙종께 주청하다 용인으로 낙향, 거기에서 지었다는 말도 있다.
반포체, 효빈체를 거쳐 지금의 궁체가 되기까지 궁체는 많은 굴곡의 세월을 거쳐왔다. 오랫 동안 우리의 호흡으로 정제된 궁체는 이제는 다양한 모습으로 현대화되어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한글이 한문에서 나왔으나 우리 겨례는 우리만의 위대한 문화, 궁체를 창조해 냈다. 이젠 한글 글씨가 한국의 고유한 문화로 자리잡아 전 세계를 향해, 먼 미래를 향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문학자이신 최현배 선생이 작사한 한글날 노래 가사 중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이라는 구절이 생각납니다.
갈물 한글서회는 오늘날까지 한글과 한글 서예를 사랑하고 연구하며 발전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 을 해 왔습니다. 또한 대한민국 문화의 터전을 마련하는데 중요한 몫을 담당해왔습니다.
-2013. 제 52회 ‘갈물한글서회전’ 인사말씀에서
잣솔 같은 많은 서예인들의 한글 사랑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궁체가 지금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가 우리글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우리글을 사랑해줄 것인가.
잣솔의 글씨는 용사비등, 명경지수이다. 물방울 하나 튀기지 않고 입수하는 섬세한 터치는 그 누구의 범접도 허락하지 않는다. 거센 풍랑이 잣솔의 손끝에서 잔잔해고, 거센 폭풍우가 잣솔의 붓끝에서 평온해진다.
님은 갈물한글서회전 특별전으로 ‘한글서예 자료전’도 열었다.
한글서예는 우리문자인 한글로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정확하고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전통문화입니 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한글서예의 미래, 한글서예의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예술의 중요한 과제이며 고민하는 부분이 법고창신의 정신입니다. 법고 정신은 글자 연구의 토 대인 옛자료들을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되어야할 것입니다. 이번 자료전이 한글서예를 사랑하고 연구 하는 여러분들에게 창신 정신을 모색해보는 작은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갈물한글서회전 특별전, ‘한글서예 자료전’ 인사말씀에서
사람들은 화사한 꽃과 탐스러운 열매를 보며 감탄하고 즐거워한다.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틀실하다는 말은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뿌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론과 실기가 겸비되어야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법고창신의 정신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 참예술은 넓고도 깊어야한다는 메시지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요새 망초꽃이 천지이다. 망초꽃은 무더기로 피었을 때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핀 꽃도 있고, 피는 꽃도 있고, 봉오리도 있습니다
봄비가 지나간 내 빈칸들입니다
-필자의 시 ‘망초’
비어있어야 바람소리, 빗소리, 물소리를 담을 수 있다. 잣솔의 한글 흘림이 그렇다. 그래야저 무구한 하늘도 담아낼 수 있지 않겠는가.
말복, 입추가 지났다. 구름도 높아지고 산도 가까워졌다. 아침 새소리도 한층 맑고 깨끗해졌다. 새벽, 저녁 바라소리도 가까이에서 들려온다.
이 대목에서 시조 한 수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넘치는
그릇보다
빈 그릇이 아름다워
바람도 담아보도
달빛도 담아보고
청정한
저 하늘까지도
담아볼 수 있기에
- 김옥중 시조 ‘빈 그릇’
-출처 :서예문화,2014.8월호,33쪽.
첫댓글 잣솔선생님의 훌륭한 작품.
감상 잘했습니다.
군더기 한점 없는 깨끗한 필력에 반합니다.^^
좋은글 감사하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