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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사랑산악회-152차 산행] ♣ 구례 섬진강, 오산(531m)-사성암 (2)
2015년 5월 17일 (일요일)
* [산행 코스] 섬진강 <동해마을>→ 약천사→ 안골→ 벌목장→ 동해삼거리→ <솔봉고개>(팔각정 점심식사)→ 전망대 암봉→ 선바위전망대→ 자래봉→ 매봉능선 삼거리→ 매봉→ <오산>→ <사성암>→ 정자→ 너덜지대→ <죽연마을>
♣ [솔봉고개-암봉까지] — 싱그러운 숲길을 걸으며
☆… 2시 정각, 식사 후 오후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솔봉고개에서 본격적으로 능선 길에 접어들었다. 이제 임간도로가 아닌 숲 속의 산길이다.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황량한 겨울 산이었을 산은 이제 고즈넉한 숲으로 넘실거리고 있다. 제철을 맞은 나무들이 연둣빛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신선한 숲을 이루어 청정한 기운을 내뿜는다. 이 능선에서 가장 높은 솔봉(566m)의 기슭으로 난 산길을 아주 쾌적했다. 그렇게 가파르거나 험한 길이 아니었다. 대원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솔길을 걷는다. 그렇게 능선 길은 계속되었다. 잠시 안부로 내려서는가 하더니 그 다음은 오르막 바윗길이었다. 긴 구간은 아니지만 가파른 암반 위에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가 운치를 더한다. 대원들이 걸음을 멈추고 삼삼오오 모여 그 암송을 배경으로 한 컷씩 셔트를 누른다. 탁 트인 시야, 멀리 동북쪽으로 지리산 연봉이 실루엣처럼 이어져 나가고 저 아래 섬진강의 유장한 물줄기가 이어져 가는데, 그 유역의 너른 들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앞의 우뚝 솟은 한 암봉을 넘어 능선을 타고 가다가, 선바위 삼거리에서 잠시 나무테크 계단길을 내려간다. 그리고 다시 완만한 능선길를 걷는다.
♣ [자래봉-매봉 구간] — 쾌적한 능선의 숲길, 가파른 매봉 오름길
☆… 자래봉(524m)을 지나 조금 걷다가 매봉삼거리에서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매봉으로 오르는 이 길은 숲속의 흙길이지만 아주 가파른 산길이다. 오늘의 능선 구간에서 가장 힘든 구간이다. 매봉(528m)의 이정표가 0.4km 거리의 오산 정상을 가리키고 있다. 하나의 산봉만 더 지나면 오산이다. 한두 차례 오르고 내리는 길을 걷다가 올려보니 팔각정 전망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 [오산의 정상 ‘팔각정’] — 지리산 연봉과 구례 천하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오후 3시 정각, 오산(鰲山)의 정상 ‘팔각정’에 올랐다. 오산은 자라[鰲]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산이다. 이곳은 구례군 일대와 지리산 연봉을 배경으로 섬진강이 굽이 돌아가는 구례군의 일대의 장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이다. 그래서 산정에 팔각정을 세우면서도 건물 한 층 이상 높이의 다리발을 세우고 그 위에 팔각정을 앉혔다.
☆… 전망대에 올라서 바라보면 사위가 확 트이고 사방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바람결이 이마를 스치고, 눈앞의 풍경이 가슴을 환하게 열어준다. 서쪽으로는 곡성과 순천 쪽에서 흘러내려오는 섬진강이 햇살을 받아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멀리 성삼재-노고단-반야봉 등의 지리산 연봉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그리고 눈 아래에는 하동 방향으로 흐르는 섬진강 물줄기가 비단폭을 펼쳐놓은 것처럼 은은하다. 그리고 유역의 구례읍 전경과 천은사로 들어가는 광의면, 화엄사 계곡으로 들어가는 마산면, 산록의 토지면 일대와 형제봉을 중심으로 화개와 악양의 너른 들판과 마을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다. 하동군 악양마을은 박경리의 대하소설『토지』의 배경이 된 곳이 아닌가. 오산(531m)은 그 해발 고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이렇게 지리산의 풍경과 구례-하동 일대의 산야의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이다.
♣ [장엄한 노송이 드리워진 절벽] — 아름다운 섬진강의 풍경
☆… 오산의 전망대 아래 한갓진 곳에 '오산'이라고 적은 사각기둥의 정상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앞은 천인단애의 절벽인데 그 절벽 위에 거대한 낙락장송 두어 그루가 그림 같은 풍경을 보여준다. 노송의 튼실한 가지가 절벽의 허공으로 뻗어 나가고 그 가지 사이로 순천과 곡성에서 휘돌아온 섬진강이 유장한 물줄기가 비단폭으로 감겨든다. 순간 ‘솨~’ 하고 스치는 솔바람이 더운 땀을 훔쳐가니, 더운 산길을 걸어서 무거운 몸도 한결 산뜻하고 가벼워진다. 안내문에서 읽었던 ‘오산을 오르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고, 두 번 다시 가지 않아도 후회할 것이다’ 라는 말이 실감이 가는 것이다. 오산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절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오산 자체보다는 거기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일품이다.
♣ [유서깊은 순수도량 사인암] — 세인을 압도하는, 절묘한 유리광전의 위용
☆… 아름다운 절경을 배경으로 많은 대원들이 개인별로 인증샷을 담았다. 가파른 나무테크 계단을 돌아내려오니 다시 절벽 아래 구례 일대를 바라보는 전망대가 있고 그 깎아지른 절벽을 따라 나무테크의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꼭 중국의 황산 절벽에 붙여놓은 통로와 유사했다. 사성암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렇게 절벽을 휘감아 돌아가니 거대한 암벽 사이에 아담한 ‘山王殿’(산왕전)이 자리잡고 있고 그 앞 길가에 부처님의 불국토를 염원하는 내용의 동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불자들이 지나가며 잠시 치성을 드리는 곳이다. 그리고 돌아앉은 절벽에 붙여서 지은 ‘극락전’이 산뜻하게 남향으로 앉아있다.
☆… 돌담과 울창한 대나무숲길의 계단을 내려가니 예의 사성암의 절묘한 진경(珍景)이 펼쳐진다. 깎아지는 절벽에 붙여 지은 높다란 ‘법당’의 위용이 세인(世人)을 압도한다. 세 개의 굵다란 받침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날아갈 듯한 법당 건물을 앉혀 놓은 것이다. 절벽에 붙여지은 아주 위태롭고 높다란 전각. 전면 3칸, 측면 2칸의 반듯한 사각의 지붕아래 아름다운 단청으로 장식한 이중의 촘촘한 서까래의 열(列)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그 뒤로 이어서 지은 또 하나의 건물은 한 층을 더 높이 올려서 놓았으니 전후의 전각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냈다. 무심한 절벽의 눈부신 건축미를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법당의 현판은 ‘琉璃光殿’(유리광전)이었다.
♣ [이 아찔한 절벽에 법당을 모신 까닭은?] — '백척간두의 진일보'라
☆… 그런데 편안한 자리가 아닌 이 절박한 곳을 택하여 법당을 모신 것은 무슨 까닭일까. 유서 깊은 많은 사찰이 높은 곳, 아찔한 절벽을 택하여 절을 짓고 건물을 앉힌다. 그것은 아, 저 높고 아득한 불국토(佛國土)에 이르고자 하는 염원이 쌓아올린 치성(致誠)이 아닐까. 불교의 말씀에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진일보(進一步)’라는 말이 있다. ‘백 척의 아득한 장대 끝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니 목숨을 담보하는 무서운 수행(修行)과 정진(精進)을 이르는 말이다. 세인들은 다만 이 ‘아찔한 아름다움만’을 보고 그냥 경탄하며 둘러볼 뿐이지만 오로지 성불(成佛)을 향한 불제자의 뼈를 깎는 처절한 구도자(求道者)의 마음을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듯도 하다.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높은 고도(高度)에 있다는 설악산 봉정암이나 저 치악산 상원사의 높은 위치도 만만치 않다. 원효대사가 수도하였다는 설악산 비선대 위의 금강굴도 같은 맥락이리라. 서울 관악산 연주대가 그렇고 금강산 사진첩에서 본 보덕암의 전경이 사인암의 법당과 아주 방불하다. 불자는 세속을 온전히 떠나야 수행이 가능하다. 세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곳이어야 한다. 절체절명의 정신으로 정진한다.
‘사성암(四聖庵)’은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조사(烟起祖師)가 처음 건립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원래는 ‘오산암(鰲山庵)’이라 불리다가, 이곳에서 의상대사(義湘大師), 원효대사(元曉大師), 도선국사(道詵國師), 진각선사(眞覺禪師) 등 네 분의 높은 대덕(大德)이 수도(修道)하였다 하여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 사성암에서 약간 내려와 50m 정도 남쪽으로 돌면 높이 20m가 넘는 벼랑의 암벽에 약사전(藥師殿)이 있으며, 그 안 쪽 암벽에 원효대사가 손톱으로 새겼다는 ‘마애여래입상(磨崖如來立像)’이 있는데 전라남도유형문화재 제220호로 지정되어 있다.
♣ [마을로 내려오는 하산 길] — 고즈적한 숲길과 가파르고 험한 너덜길
☆… 오후 3시 40분, 하산 길에 접어들었다. 사성암 바로 아래 주차장이 있다. 죽마리 죽연마을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승용차나 25인승 셔틀버스가 암자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는 것이다. 우리 대원들은 정해진 ‘산길’을 따라 내려온다. 장대한 활엽수가 싱그러운 숲을 이루고 있는 아주 쾌적한 길이다. 오후의 맑은 햇살을 받은 신록의 숲, 새로이 피어난 초록초록 맑은 잎들이 우리의 가슴을 신선하게 한다. 하산 길 이정표를 따라 완만하면서도 깔끔하게 다듬어놓은 산길을 내려온다. 평자 같은 곳에 높다란 전망대가 나타나고 그곳을 지나면 아주 가파른 내림길이 이어진다. 오산의 바위는 사암(砂巖)으로 되어 있다.
☆… 사성암에서 죽연마을로 내려오는 산길은 한참동안 아주 가파른 너덜길이다. 사암의 돌조각이 산 위에서 길게 쏟아져 내린 산록을 따라 지그재그로 길을 내었다. 그 너덜지대 곳곳에는 높이 2~4m의 수많은 원추형 돌탑이 조성되어 있는데, 크고 작은 돌들을 하나하나 짜맞추어 야무지게 쌓아올렸다. 탑(塔)을 쌓는 마음, 그것은 자비심을 키우는 아름다운 고행(苦行)이며 치성(致誠)의 불사(佛事)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파르고 험한 너덜지대 길은 그 돌탑을 쌓으면서 만들어진 것이리라. 지금은 자연스럽게 요긴한 등산로의 역할을 하니 이래저래 지극한 공덕(功德)이 아닐 수 없다. 자비의 불심이 만든 길이다. 그 너덜지대는 길고 가팔랐다.
♣ [오후의 섬진강] — 마을과 들판의 풍경이 평화스러운 …
☆… 너덜지대를 지나고 나니 확연히 시야(視野)가 열렸다. 눈 아래 섬진간의 고요한 물줄기가 번뜩이고 그 유역의 마을과 들판이 고즈넉하게 눈에 들어온다. 하얀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오솔길을 내려오니 완만한 기슭에 과수원이 펼쳐지고 여기저기 농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다. 오후 4시 30분, 모든 대원들이 무사히 하산을 완료했다. 죽연마을 큰길, 이른바 ‘섬진강 벚꽃길’로 내려온 것이다. 봄이면 벚꽃길이 아름다워 원근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마을이다. 산록에는 과수원도 있고 길에서 가까운 농가에서는 한우를 사육하는 우사(牛舍)가 있다. 그리고 들판 너머에 섬진강이 호수처럼 이어져가고 있다. 길갓집 담장가에 빨간 열매가 금방 터질 듯이 촘촘히 열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꼭 앵두같이 생겼는데, 남정균님은 그 나뭇잎을 살피더니 앵두는 아니라고 했다.
♣ [에필로그]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하는 마음으로!!
☆… 오후 4시 40분, 귀경길에 올랐다. 구례에서 완산-익산-논산을 거쳐 천안J.C에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안성부근부터 길은 심한 정체를 보였다. 버스전용차로가 있었으나 그곳마저 정체된 곳이 많았다. 그러나 정체는 그리 오랜 시간을 끌지 않았다. 요령 있게(?) 운전하는 기사님 덕분이었다. 저녁 9시경 서울의 구의동에 도착했다. 오늘은 꽃구름 한영옥 부회장 내외분이 저녁식사를 제공했다. 모든 대원들이 구수하고 푸짐한 맛이 일품인 민속집 칼국수를 나누며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왕복 8시간 넘는 장거리 여정을 끝낸 대원들은 따끈한 칼국수를 들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아침에 라이스버거를 제공한 소슬바람 부회장과 저녁 식사를 흔쾌히 제공한 꽃구름 내외분께 깊이 감사를 드린다. 오늘도 참 행복한 하루였다. 모든 대원들의 건승을 빈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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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산행을 함께 하심에 감사드리고 역시 고문님이 오시니 생기가 돕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동안 회장님의 노고가 많았습니다.
"새재 가족"은
언제나 정답고 건강하게 나아갈 것입니다!!
오산을 세번인가 갔는데 고문님의 사진 면면에 예전 기억이 납니다..
정상근처의 정자는 새롭게 건립된 거 같구요..
의미깊은 산행기와 사진 덕분에 감상 잘 하고 갑니다..
항상 건승하시길요...
감사하오!
모리안!!
모리안의 건각이 보고싶어요!!
전국의 팔도 명산을 혼자서 "뒤지고 다니는"
호산가!!
산행기를 읽으니 제가 마치 다녀온 기분이 드네요. 저는 전날 설악산 입산금지 해제에 맞춰 공룡능선 다녀오느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고문님 몸은 많이 나으셨는지요?
늘 염려해 준 덕분에
네, 그런 대로 살아났습니다.
바람처럼 님은
오, 바람처럼 설악으로 날아가
'공룡의 등'을 타고 바람을 갈랐군요!
아주 시기가 절묘합니다.
백두대간 구간 가운데 가장 극적인 기암의 파노라마를 펼치고 있는
공룡의 등 -
싱그러운 오월의 바람을 가르는 바람!
담에 꼭 만날 수 있기를 --
네, 고문님. 다음 산행때 뵙겠습니다.
위의 들꽃 사진 중
하얀 찔레꽃 아래의 보랏빛꽃은
이 야생화 분야에 눈이 밝은 분에 의하면
'등갈퀴나물꽃'이라고 하며
털이 있으면 외래종 '털갈퀴'라고 하는데
내 소견으로는 외래종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앵두'의 진위 논란이 있었던, 저 빨간 열매는
'보리수 열매'라고 하는군요!
정성으로 조언해 주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