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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길 일 시: 2018년 11월 8일(목) 장 소: 사랑채 참 석(8명): 최광훈(회장), 고광호, 권정덕, 박정길 11월은 억새, 메타세콰이아, 낙엽송의 달이다. 만추의 낭만과 깊은 고독이 여기에 있다. 자연의 환상과 청정한 영혼이 여기에 있다. 어제가 겨울의 문턱에 접어든다는 입동이었다. 추위 대신 미세먼지 비상이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오늘은 종일 가을비가 내린다. ' 가을비 쓸쓸함을 감추었네, 흩뿌리는 빗물, 물끄러미 바로보누나. ' 아직까지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진 풍경이 난만하다. 단풍은 저녁 노을처럼 눈부시게 아름답고, 낙엽의 송가는 超脱之心에 침잠하게 한다. 구락부회원, 이영희, 정인건, 최흥표 3명이 미국 서부와 캐나다 15박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LA에서 안방호, 손태환, 심명섭, 임영일, 최수원 동기 5명과 저녁 회식을 하며, 그윽한 感舊의 회포를 나누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는 석용태, 김명성 그리고 이시성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거대한 도시, LA, 샌프란시스코, 라스베가스와 그랜드캐년, 모하비사막, 로키산맥 등 광활한 대자연을 품고 돌아온 그들은 앞으로 자이언트로 기억될 것이다. 젊은 시절에 있었던 상대와 심명섭의 좋은 인연이 화제가 되었다. 누군가에 힘이 되고 의미가 되는 감동적인 이야기는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더욱 그 진가가 빛나는 추억거리가 된다. 광호가 점잖게 한마디 거든다. 우리 나이에 이런 이야기들을 해야 한다고. 참으로 이상하다. 큰 소리로 말하는 것보다 작은 소리로 말하는 것이 긴 떨림으로 남는 것은. 영희는 인생이란 추억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산다는 것은 하나의 추억을 완성하기 위해 집요하게 애쓰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꿈을 추억으로 만드는 것이다. 정덕이는 만날 때마다, 나의 건강에 대해 신경을 써준다. 고맙다. 회식 후,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전원 소낙비 내리는 도로를 건너, 매머드 커피숍으로 이동하였다. 흥표가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들과 음악 동영상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마르셀 프로스트의 홍차와 마들렌 과자를 연상시키는, 아메리카노와 과자 스콘은 광호가 계산하였다. 훗날 가을비, 우정 그리고 커피향과 스콘맛이 그리움으로 찾아올지도...? ' 좋은 인연은 내 안에 있는 빛과 같다. ' LA에 있는 옛 친구에게, 내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내 전부를 맡기고 신뢰했던 친구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너와 나 처음으로 만난 순수했던 중학교 시절은 ' 큰 바위 얼굴 ' 을 닮는 게 꿈이었던 시절이었다. 어린 시절 어니스트는 어머니로부터 멀리 산에 보이는 큰 바위 얼굴의 전설을 전해 듣는다. 어니스트는 언젠가 그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이 마을 출신의 위인이 나올 것이라는 전설에 대한 기대를 가진 채, 성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부자, 장군, 정치인, 시인 등이 마을에 나타났지만, 예언이 말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어니스트는 하루 일이 끝나면, 몇 시간이고 큰 바위 얼굴을 쳐다봤고, 그러면서 그 맑은 심성을 배워갔다. 그가 자신의 마음에 담긴 것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때, 그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그의 생각은 진실성과 깊이가 있었다. 그가 살아온 인생과 조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선한 행동과 고결한 사랑의 인생이 그 안에 녹아 있었기 때문이다. 참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큰 바위 얼굴은 사람이 무엇을 보고 사느냐에 따라 사람의 얼굴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 아니라, 자기성찰을 통한 말과 행동의 일치라는 진리를 깨우쳐 준다. 可笑寒山路 而無車馬蹤 가소한사로 이무거마종 聯溪難記曲 疊嶂不知重 연계난기곡 첩장부지중 泣露千般草 吟風一樣松 읍로천반초 음풍일양송 此時迷徑處 形問影何從 차시미경처 형문영하종 - 寒山子 우습구나! 내 가는 한산 길이여! 여기에 차, 말(車馬)의 자국이 있을 수 없네. 골짝의 물은 돌도 돌아 몇 굽이던고, 산은 첩첩하여 몇 겹인줄 몰라라. 풀잎 잎새마다 이슬눈물 맺히고, 소나무 가지마다 바람소리 읖조린다. 내 지금 여기에서 갈 길을 잃었으니, 내 그림자를 돌아보며 ' 어디로 가야 하냐?' 물어보네. 가을색이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신비스런 스펙트럼을 나타낸다. 벚나무, 감나무의 단풍들이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등 갖가지 색으로 물들어 한 나뭇잎에서 가을색의 오묘함을 느낄 수 있다. 산책로 아래 향동천변에서 억새들이 은빛 물결을 이루며 반짝이고 있다. 빛과 바람, 시간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번 다른 빛깔로 나부낀다. 소리없는 소리를 마음에 담는다. 소나무와 잣나무들의 갈변 현상이 완연하다. 가지의 두서너 마디에 붙어있는 변색한 잎들은 낙엽이 되기 직전의 상태이다. 우수수 바람이 일 때마다 그 침엽들이 빗줄기마냥 떨어진다. 잣나무숲은 갈색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대략 1억년 먼저 지상에서 살아온 나무이다. 특징은 잎이 바늘처럼 생겼다는 것과 열매가 솔방울 모양의 구과란 것이다. 침엽 상록수가 늘푸른 것은 변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계속해서 잎갈이를 하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2~3년, 잣나무는 3~4년, 주목이나 전나무는 4~5년이 지난 노엽을 떨구고, 새 잎을 만들어낸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경우 1년에 한 마디씩만 자란다. 해마다 새로 자라는 가지에만 새 잎이 돋아난다. 두째 마디, 세째 마디는 각각 두살, 세살이다. 소나무는 잎이 2개씩, 잣나무는 5개씩 모여달리고, 마지막 질때도 뭉쳐서 떨어진다. 잎이 떨어진 자리에는 새 잎이 나지 않는다. 침엽수 중에서도 낙엽이 완전히 지는 나무가 있는데, 낙우송, 메타세콰이아, 낙엽송이 대표적이다. 낙우송과에는 낙우송(원산지,미국), 메타세콰이아(중국), 삼나무, 금송(일본)이 있으며, 모두 외래종이지만 우리땅에서도 잘 자란다. 삼나무와 금송은 침엽 상록수이다. 낙우송과 메타세콰이아는 비슷하지만, 잎이 붙어있는 모습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낙우송은 잎이 서로 어긋나기로 달리고, 메타세콰이아는 마주보기로 달린다. 낙우송은 긴 선형의 잎이 양옆으로 붙어있어서 마치 새의 날개 모양인데, 낙엽이 질 때 깃털처럼 생긴 잎이 전체로 떨어진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낙우송은 물 속에서도 사는 몇 안 되는 나무 중 하나이며, 오래 사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800~3,000년이 된 나무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탑골 공원에 약200년이 된 낙우송이 있으며, 양재 시민의 숲에 있는 낙우송숲, 포항 낙우송숲, 청남대 낙우송길, 그리고 홍릉숲, 광릉숲, 남이섬 등에 있는 거목의 낙우송이 널리 알려져 있다. 메타세콰이아는 약 2억년 전부터 공룡들과 함께 살았던 나무로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높이 35m까지 자라는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낙엽 교목이다.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수형의 위용은 정말 대단하다. 잎은 침엽수처럼 생겼으나, 자세히 보면 깃털을 닮은 뾰족한 활엽수 잎이다. 우리나라 도로변이나 공원 등에 많이 식재되어 있다. 담양에 있는 메타세콰이아 숲길이 유명하고, 대구, 대전, 공주, 영덕 등지에도 운치있는 숲길이 있다. 상암동 메타세콰이아 길은 10월 끝자락에서 11월 중순에 밝은 적갈색의 단풍이 소실점까지 이어진다. 가장 마지막 순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창연하게 보여주는 붉은 나무들. 하늘공원 둘레를 따라 난 메타세콰이아 길은 오붓하여,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 가을 감성에 빠져들게 한다. 중국에는 상해에서 남경, 북경을 가는 철로변에 메타세콰이아 가로수길이 있다. 이 거리가 만리나 되는데, 중국사람들은 이를 녹색의 만리장성이라 부른다. 메타세콰이아는 봄과 여름엔 거대한 푸르름으로, 가을에는 붉게 물든 단풍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낙엽송은 소나무과 나무이며, 낙엽지는 소나무란 뜻이다. 잎은 10여장 이상씩 모여달리고, 잎이 질 때 하나씩 떨어진다. 순 우리말 이름은 ' 잎을 간다 ' 하여 잎갈나무, 이깔나무라고 하며, 백두산과 개마고원의 원시림(樹海)을 이루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잎갈나무는 모두 일본 잎갈나무이다. 일본 잎갈나무는 60~70년대에 나무심기가 한창일때, 권장 1순위였다. 높이 30m까지 곧게 잘 자라기 때문이다.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는 황량한 무채색 산을 노란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가을을 전송한다. 낙엽송은 산이 조금 깊은 곳이면, 어디서나 쉽게 군락지를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대표 수종이 되었다. 태백산 국립공원 전체 면적의 11.7%(백두대간 보호구역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평창 오대산, 중왕산, 제천 백운산, 봉화, 정선, 횡성 등 고산 지역에 많이 자라고 있다. 지금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노랗게 변한 먼 산을 보게 되면 그 곳이 군락지이다. 순수 우리 잎갈나무는 광릉 수목원 안에 1950년대에 심어진 30여그루가 남한에서 자라는 거의 전부이다. 러시아 숲에 있는 나무의 약 40%가 낙엽송이라고 한다. 낙엽송은 가을잎이 떨어지기 전의 노란 잎, 이른 봄에 돋는 연두색 새 잎이 아름답다. 가을은 우리 곁을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낙엽송의 노란 잎이 흩날리면 겨울이다. 산림청이 후원하는 산림치유 연구단은 국내 주요 수종의 피톤치드 배출 특성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피톤치드란 나무가 해충과 병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자연향균물질로, 삼림욕을 하여 피톤치드를 마시면, 심리적 안정과 심폐기능 강화, 살균작용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톤치드를 풍부하게 내뿜는 시기는 여름부터 초겨울이다. 사업단은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 편백나무, 주요 침엽수 4종에 대해, 여름철 피톤치드 배출량을 조사했는데, 그 결과 소나무의 피톤치드 배출량이 편백나무보다 4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잣나무, 낙엽송도 편백나무보다 더 많은 피톤치드를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많은 소나무, 잣나무, 낙엽송도 피톤치드 배출량에서 편백나무에 못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한대를 본 남자는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이다. 하늘이 내린 인도 빈민가의 수학천재 라마누잔. 그의 머리 속에는 수 많은 공식이 있었지만,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해 직장을 구하기조차 어려웠다. 간신히 얻은 직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 준 인도인 상사와 영국인 사장의 주선으로, 영국 왕립학회 수학자 하디에게 자신의 수학이론을 보낸다. 그의 잠재력을 알아본 하디교수는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그를 불러들인다. 두 사람은 성격도, 가치관도, 신앙심도 다르지만 수학에 대한 열정으로 함께 하며, 모두 불가능하다고 여긴 수학공식의 완벽함을 증명하기 위해 무한대로의 탐험을 떠난다. 라마누잔은 영국에서 유색인종의 차별 속에 5년간 연구하여, 수리분석, 정수론, 무한급수와 같은 순수수학에서 많은 공식과 이론을 증명하였다. 그는 인도인으로 두번째로 영국왕립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노트에 가득 적힌 공식들을 보고, 아내가 라마누잔에게 ' 이게 다 뭐하는 거죠? ' 묻는다. ' 그러니까, 그림같은 거야. 보이지 않는 색깔로 칠해졌다고 생각해봐. 모래도 아주 가까이 볼 수 있다면 한 알 한 알 다 보이겠지. 입자 하나하나까지. 모든 것에는 패턴이 있어. 빛의 빛깔에도, 물에 비치는 영상에도, 수학에서 이 패턴은 아주 놀라운 형태를 보이지. 너무도 아름다워. ' 몇몇 일화들은 라마누잔의 천재성을 보여준다. 하디교수와의 대화내용이다. ' 늦어서 미안해. 택시기사가 길을 잃어서. 번호부터 영 별로더니. ' 교수가 타고온 택시의 번호가 13의 배수인 1729이었다. ' 아뇨, 아주 흥미로운 수인걸요. 1729는 12³+1³과 10³+9³으로 풀어지니, 두 쌍의 세제곱수 각각의 합이 일치하는 정수 중 가장 작은 수죠. ' 수학은 숫자로 이루어진 언어와 같다. 수학이 갖는 논리체계를 따라가다 보면, 합리적인 사고 도출의 결과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 영화속에서 그의 천재적인 수학적 직관이 돋보이는데, 신앙심과 종교적 사색이 그의 직관에 많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 신의 생각을 나타내는게 아니라면, 제게 방정식의 의미는 없어요. ' 다시 영국으로 오겠다는 기약을 남기고, 인도로 돌아간 라마누잔은 아내, 어머니와 함께 지내다가 이듬해에 폐결핵이 재발하여 3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는 신이 그에게 허락한 무한대를 이 세상에 모두 남기고 떠나간 것이다. 그의 이론은 다른 수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그의 무한대 값은 블랙홀을 수학적으로 밝히는데 이용된다고 한다. ' 우린 단지 완벽에 도달하려, 무한대를 탐험할 뿐입니다. ' ' 수학을 올바른 시각으로 보면 진실뿐 아니라, 궁극의 미를 담고 있다. ' - 러셀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우주의 근원에 수가 있다. 태양계의 각 행성간의 거리도 ' 피보나치 수열 ' 에 따라 배열되어 있고, 각 행성의 공전 역시 ' 황금비율 ' 에 따른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스인들은 수와 비례를 가리켜 ' 로고스 '(Logos)라고 말했다. 수와 비례는 이성을 바탕으로 한 확고한 법칙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수학적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음악에서의 미는 피보나치 수열에 바탕을 두고 있는 음정의 비율이다. 마찬가지로 표현예술에서의 미는 기하학적 크기의 적절한 비율이다. 자연의 속성에 내재되어 있고, 인간이 보고 느끼기에 가장 조화롭고 아름다운 안정적인 비율이 황금비율이다. 黃金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빛나는 황금처럼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비율)는 건축과 조각, 회화와 공예 등 조형예술의 분야에서 통일감을 주는 하나의 원리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피보나치 수열과 이 수열이 만들어내는 황금비는 생물은 물론 자연과 우주 어디에나 숨어있다. 훌륭한 사람의 영혼에서도 피보나치 수열의 경이로움과 황금비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 만물은 수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것에서 수를 없애보라. 그러면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릴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