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 相見禮
양상태
“날 받았어?” 그랬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중요한 행사가 예고되면 복되고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날을 찾아 각자의 방식대로 날짜를 정했다. 어르신들이 그래 왔고 우리도 그랬다.
그러나 요즈음, 결혼 풍속은 유감스럽게도 그러하지 못하다. 바이러스성 질병이 온 세상을 꼼짝 못 하게 묶어 놓는 바람에 미루었던 결혼식이 봇물 터지듯 한다. 이에 예식장이 포화상태라서 예약을 하려면 일 년여를 기다려야 하는 현실에 와 있다. 따라서 예식장의 사정에 따라 택일해야 하는 신풍속도가 생겼다.
꾸려 놓은 륙색에 마음이 들떠 잠을 설치던 소풍 전야와는 달리 이번 둘째 딸 상견례는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개략적인 상대방 정보는 들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옷매무새는 어떻게 하며 어떤 말을 어떻게 할까? 여쭈어볼 것은 무엇인가? 혹여 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뒤척이다 어슴새벽을 맞았다.
나름대로 서둘러 장도에 올랐다. 계절이 계절인 데다 더욱이 토요일이어서 행락 차량인 듯 많은 차량이 도로를 덮고 있었다. 게다가 비까지 뿌리니 마음은 더욱 조급해졌다. 약속 시간은 지나고 긴장된 초행길인 데다 우측으로 차선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동승했던 아들 녀석이 말을 걸어와 아차 하는 순간에 지나치고 말았다. 오랫동안 기다려 준 사돈, 사부인, 그리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다.
처음 만나는 자리인데도 언제 어디에선가 만났던 것처럼,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것처럼 평안한 자리였다. 혹시라도 어디에서 마주쳤을지, 어디 어디 살았노라고 공통분모를 찾으려 애를 썼다. 그 어느 사람 중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순박하고 정다움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우리 때만 해도 부모가 날을 받고 하자는 대로, 그저 주인공이면 되었다. 그런데 우리 애들은 자기들끼리 상의해 날짜는 각자 집안의 사정에 따르고 장소를 예약하는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은 빠짐없이 챙겼다. 또한 양가 부모들의 선물까지도 준비해 주었다.
세상은 참 아름다웠다. 세상은 좋은 사람들의 무대라는 것을 비로소 느껴 본 하루였다. 행복이란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것이다. 내 기준으로 볼 때 딸이 늦은 듯 결혼을 하는데, 시원하고도 섭섭한 마음이야 들지 않겠냐마는 새롭게 출발하는 아이들의 건강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빌어 줄 수 있어 나 역시 행복하다.
참다운 인연을 맺고 지내야 할 사돈과 사부인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한다. 돌아오는 길, 예전처럼 내 차에 오르지 않고 제 짝과 함께 걸어가는 딸애의 뒷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첫댓글 둘째 따님 상견례 축하드립니다.
백년가약을 맺을 귀한 사위와 사돈어른들을 만나는 자리.
얼마나 행복한 낯설기인지요?
한 가문의 물줄기와 물줄기가 만나셨으니 더 큰 행복와 사랑 누리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