戲言荊妻 (今朝, 妻向發于光陽梅花村)
아내에게 장난삼아 말하다
(오늘 아침에 아내가 광양 매화마을로 떠났다)
花鄕味炙不須辭
爲我煩君折一枝
莫怪夫郞尤酷好
林逋無婦是梅痴
꽃고장의 마로화적(馬老火炙)
마다하지 마시고
날 위해 매화 한 가지만
꺾어다 주시구려
매화를 유난히 좋아하는 서방님
이상타 여기지 마시오
서호처사(西湖處士) 임포는
매화와 혼인한 매치(梅癡)였다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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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로화적: ‘마로’는 광양의 옛이름이요, ‘화적’은 숯불구이다. 예부터 광양에서는 숯불구이가 유명하였다.
㈜ 임포(967∼1024)는 중국 북송 시기 시인이며 은사다. 절강성 항주(杭州) 사람으로 자는 군복(君復), 호는 서호처사다. 항주의 서호 근처의 고산(孤山)에 은거하여 문밖으로 나가지 않고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며 유유자적 살았다고 한다. 평생 혼인을 하지 않았는데, 후일 임포의 일화에서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자식으로 삼다’라는 뜻의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말이 유래하였다.
〔해설〕
오늘 아침 일찍 나는 서울로, 집사람은 광양을 향해 집을 나섰다. 한 사람은 논문 발표를 위해 다른 한 사람은 오래전에 잡은 상춘여행(賞春旅行)을 위해 제 갈 길을 떠난 것이다. 어제 항공사진을 통해 본 광양 매화마을의 전경은 실로 환상적이었다.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매화마을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것이 한이다. 아내에게 실없는 농담을 하였다. 매화 한 가지만 꺾어다 달라고. 또 홍매와 백매의 묘목 세 그루씩만 사다 달라고.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탁인줄 뻔히 알면서도 둘이서 한 바탕 웃었다. (상평성 支韻, 2024.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