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속에 빠진 한 베트남 이주여성의 죽음입국 한달 만에 추락사했지만 정확한 사고 경위 밝혀지지 않아
매바마 | 2008.02.22 15:26:16
베트남 현지 언론에 보도된 트란 티 란의 결혼 사진 (출처:베트남 익스프레스)
지난 2월 6일 오전 9시 35분 경 베트남 이주여성 '트란 티 란'(Trần Thị Lan,22세)이 경북 경산시 쌍방동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사망했다. 그러나 입국 한지 채 한 달도 안 된 이주여성이 왜, 어떻게 아파트에서 떨어져 사망했는지 그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베트남 건터시 고향집에서 딸의 ‘의문사’ 소식을 접한 어머니 '후이 티 베' (Hùynh Thị Bảy, 51세)는 즉시 호치민시로 올라와 “애가 한 달도 안됐는데 죽었다, 가만있지 않겠다”며 죽음의 원인을 밝히겠다고 절규했다. 어머니는 현재 딸의 갑작스런 죽음 소식에 충격을 받아 호치민시의 한 병원에 입원 중이며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한다.
지난 2월 18일 경산 경찰서는 이주노동자방송국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체를 검시한 결과 구타의 흔적이 없어, 6일 오후 유족들에게 인계하였고 결혼 중개업자를 통해 고인의 유골이 베트남으로 보내졌다”고 말했다.
또 시어머니가 “한국에 입국한 지난 1월 초, 함께 생활해보니 말도 안통하고 살림도 잘 못해 1주일이 채 안되었을 때 협의 이혼을 하자고 해, 며느리도 이에 동의하여 중개업자가 소개해준 통역과 함께 법원에 가서 협의 이혼을 신청 했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베트남 현지 언론의 보도내용은(기사 내용 보기) 사뭇 다르다. 베트남 익스프레스의 2월 15일자 보도에 따르면, 트란 티 란은 고향인 건터에 있는 어머니와 2월 2일 마지막으로 통화했다. 이 날 전화통화에서 고인은 “고향이 그립다, 엄마와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울면서 말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조금만 참으면 나아질 거다”며 우는 딸을 달랬다고 한다.
이 통화내용으로만 본다면 고인은 자신이 한국인 남편과 협의이혼을 신청했으며 가까운 날에 법원의 이혼판결을 받고 시댁에서 준비했다는 비행기표로 고향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고인이 한국인 남편과 중개업자가 소개해준 통역에 이끌려 법원에 가서 어떤 과정으로 협의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는지도 의문이다.
시댁과 남편의 주장대로 이들이 입국 1주일 만에 이혼을 결심했고 고인도 이에 동의하였다면 어째서 고인을 인권단체가 운영하는 타 기관에 보내지 않고 남편과 계속 동거하게 하였는지도 이주여성 인권보호의 차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또 검시 이후 베트남에 있는 가족과 충분하게 논의한 후에 화장했는지도 의문이다.
트란 티 란은 베트남 남단의 건터시에서 자랐다. 가족은 외할머니와 엄마 둘 뿐이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해 9월 호치민에서 한국인 남성과 맞선을 보고 결혼하여 올해 1월 초 한국에 왔다. 고인은 성공하여 고향의 가족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경산외국인노동자센터 김헌주 소장은 “대국 경북 지역의 외국인 지원센터들 중 그 누구도 이 사고에 대해 알지 못했으며, 고인의 유골이 베트남에 돌아갔다는 소식을 지난 16일 언론을 통해 처음 접했다”며 충격을 전했다.
그는 “대구와 경북 지역에 아는 인맥을 통해 수소문해보고 있지만,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인 경산경찰서의 책임 있는 수사 없이는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은폐할 것이 아니라 대국 경북 외국인정책보호위원회와 협력하여 수수께끼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한편 사고를 조사 중인 경산 경찰서 강력계팀은 현재 하양시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수사를 위해 인력을 총동원하고 있어, 입국한지 한 달 만에 의문의 추락사로 사망한 한 베트남 이주여성의 억울함을 밝힐 여력이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