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
최서진
파란시선 0033
B6
140쪽
2019년 3월 1일 발간
정가 10,000원
ISBN 979-11-87756-35-4 04810
바코드 9791187756354 0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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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소개 ▄
나는 여러 번 죽었다 태어난다 검은 새가 예정되어 있는 곳으로
최서진 시인의 두 번째 신작 시집 <우리만 모르게 새가 태어난다>가 (주)함께하는출판그룹파란에서 2019년 3월 1일 발간되었다.
최서진 시인은 2004년 <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를 썼다.
““살아갈 이름”과 “자신의 무덤”이 공존하는 시 「진짜 이름이 뭐예요?」의 ‘가방’은 하루하루 짊어지는 우리네 삶 자체를 이를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날마다 새롭다. 매번 거기에 담을 이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주체는 그렇게 “다시 태어난 이름으로” 스스로를 치유한다. 그리고 그것을 둘러매고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을 찾아서 나설 터이다. 저녁마다 부르튼 발을 식히고는, “밖에 두고 온” 무언가가 남았다는 듯이. 하니 이 여정은 완성되지 않고 완료될 수밖에 없다. 전자를 도모하지만 후자로 끝날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삶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저렇게 나서지 않는다면, 최서진 시가 경고하는 것처럼 “진짜 이름”을 모른 채 벌써 죽어 버린 삶을 붙든 걸 수도 있으리라. 「자작나무 숲에 놓여 있는 체스」에서 보았던 “이곳의 배경은 배경을 두고 사라집니다”라는 문장을 헤겔의 묘사와 나란히 놓아 본다. 여기 “세계의 밤이 한 인간의 배경으로 걸려 있다.”(<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 「나븨」에서 정지용이 썼듯이 “시기지 않은 일이 서둘러 하고” 싶은 밤이다. 진짜 “우리 이야기”를 하고 싶은.”(이상 김영범 문학평론가의 시집 해설 중에서.)
추천사 ▄
언제 어디선가 최서진 시인과 스친 적이 있다. 지적이며 우아한 사람이 주는 인상은 차분했고 어느 한편 뜨거웠다. 어제오늘은 그의 시를 읽으며 내밀한 정신의 내레이션에 결기가 있음을 느낀다. 신비한 신중함이다. “속도주의자”(「눈보라 아이」)인 우리의 현재를 저 먼 곳으로 데려다 놓으며 능숙하게 잘 삭힐 줄 아는, 그리고 그 먼 곳에서 현재의 격정마저도 맑게 편집하는 재주가 믿음직하다. 시 세계의 지층을 울리며 흐르는 그녀의 울음 뭉치를 알아챈 것은 이 시집을 두 번 아껴 읽고 나서였다. 그래, 우리가 하늘과 공기 없이는 살 수 없듯 울지 않고는 누구도 살아갈 수 없겠지(실제로 시인의 반쪽은 슬픔으로 차 있다). 시인은 자신과의 내밀한 대화와 질문을 통해 인류 비밀의 실마리를 풀어내려는 자일 것이므로 이제부터라도 시의 방향을 같이해도 되겠느냐 묻고 싶다. 그것이 최서진 시인에게 동의를 구해야 할, 원래의 시인들이 탐험해야 할 목적지인 “인간의 방향”(「밤새도록 호밀밭」)이겠다. 그렇다면 시인들은 지금 어디쯤에 있으며 시인들이 탄 “회전목마가 도착하는 곳은 어디일까”(같은 시). 최서진 시인의 지적인 악보의 진행을 보다 보면 악상의 원천이 마치 새가 그려 놓은 듯한 점선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시인의 시야는 온통 고독한 점선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그의 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들과 사랑에 빠지고 있음을, “사람은 깨지기 쉬우”(「먼 불빛, 내 노을을 만지듯」)므로 고독과 사랑하거나 동시에 불안과 연애하고 있음을 노래한다. 생이 감당하기 어려운 것들의 목록의 재구성을 통해 분명 우리가 어딘가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음이 이 시집이 이뤄 낸 성과일 것이다. 세상의 피부를 벗겨 내 재생해 낼 줄 아는 시인이 있어 이 땅의 시의 숲이 풍성해진 느낌이다.
―이병률(시인)
시인의 말 ▄
검은색이다
검은색으로 날아간다
죽은 말들이 허공에 떠다닌다
나는 여러 번 죽었다 태어난다
검은 새가 예정되어 있는 곳으로
저자 약력 ▄
최서진
2004년 <심상>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시집 <아몬드 나무는 아몬드가 되고>를 썼다.
차례 ▄
시인의 말
제1부
자작나무 숲에 놓여 있는 체스 ― 13
양파의 방 ― 14
새에 관한 학설을 따라 ― 16
그늘을 모으다 ― 18
먼 불빛, 내 노을을 만지듯 ― 20
조용한 의문들 ― 22
밤새도록 호밀밭 ― 23
자정의 심리학자 ― 24
밤의 한가운데로 흐르는 탱고 ― 26
안개의 기술 ― 28
유리문에 머리를 부딪친 새를 보았다 ― 30
머나먼 아르헨티나 ― 32
노을의 잠 ― 34
날마다 물새 ― 36
제2부
주름치마 ― 41
이상한 들판 ― 42
어두운 기원 속으로 걸어가는 바다달팽이 ― 44
나는 붉은 노을에 단련된다 ― 45
새들의 힘 ― 46
싱아, 수천의 다른 이름이 되어 ― 47
봄이나 여름이 우리를 계속 씹는다 ― 48
달리는 버스의 형식 ― 50
그 여름의 섀도복싱 ― 52
사람으로부터 풍등 ― 54
끝없이 동물원 ― 56
저녁 달팽이 ― 57
당신이 하나쯤 품에 지니라는 말 ― 58
주사위를 던지다 ― 60
달아나는 풍선 ― 62
바다의 입안에서 완성되던 우리는 ― 64
제3부
바다 옆에 혼자 ― 67
빛나서 한순간에 사라질 이야기 ― 68
내일의 날씨 ― 69
얼룩말이 사는 방 ― 70
내 몸을 빠져나간 검은 피처럼 ― 72
나비 기념일 ― 74
나무를 잃어 가던 몸 안의 낮달 ― 76
꽃의 방아쇠를 당긴 적이 있다 ― 78
한밤의 산책자 ― 80
누군가 나를 꺾어 화병 속에 ― 81
눈보라 아이 ― 82
흉터의 모양 ― 83
날마다 숨을 쉬는 법 ― 84
물 쪽으로 물이 깊어진다 ― 86
오른쪽으로 아홉 번을 뒤척이는 밤 ― 88
끝없이 귀 ― 90
헛기침 같은 구름들 ― 92
제4부
진짜 이름이 뭐예요? ― 95
데드블레이 ― 96
가위는 새로운 스타일이 필요하다 ― 98
몸의 집 ― 100
동전이 사라진 곳 ― 102
우리의 호른처럼 ― 104
매화를 완성하다 ― 106
설탕 시럽과 구름을 뒤섞으면 어떤 맛이 나는지 ― 108
꽃이 무엇이고 나무가 무엇인지 ― 110
유리창의 실금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무서운 것들이 생긴다 ― 112
새벽의 발명 ― 114
땅따먹기 게임 ― 115
토끼의 귀 ― 116
벽과 문은 같은 색이다 ― 118
침착한 사과 ― 119
나의 미아보호소 ― 120
죽은 아버지가 여섯 시에 가닿는다 ― 122
바냔, 내버려 두었지 ― 123
해설
김영범 당신의 진짜 이름 ― 125
시집 속의 시 세 편 ▄
자작나무 숲에 놓여 있는 체스
체스 말을 따라가면 자작나무 숲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손가락과 달이 뜨는 방향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거짓말 같은 운명을 모릅니다 달리다가 싸우다가 무덤 앞에 이르러 허공을 보고는 심장이 멈출지도 모릅니다 이곳의 배경은 배경을 두고 사라집니다 떨어지는 저녁 해처럼 둥근 접시 위에 담겨 있는 두 개의 복숭아
주말의 운세를 맞혀 드립니다 체스 말판에서 힌트를 찾아보세요 궁전의 보물을 찾아보세요 가장 밝은 정오에는 체스 판을 달릴 예정입니다
자서전의 문장 사이에서 바스락거리며 자라나는 짐승 폐허의 억양이 혀 밑에 숨어 있습니다 누가 먹다 만 과일이 있습니다
정오의 파란 대문을 지나 다음 날 붉은 아침까지 왕의 명령을 따라 한 칸씩 피 흘리며 웃는 숲
불가능한 왕비처럼 ***
얼룩말이 사는 방
줄무늬 사이에 연한 줄무늬
사랑과 미움이 배에서부터 엉덩이까지 있다
서로 다른 줄의 무늬를 가지고 있어
몇 번 더 어둠에 닿는다
시각과 후각이 예민해
나는 곧 여러 사람이 될 것 같다
지진이 나서 정신이 없다
말을 타고 좁은 방을 돌아다니며 피를 흘린다
아픈 발로 서서 풀을 먹을 때
아름다운 세로 줄무늬가 나타나는 것처럼
긴 꼬리가 신발에 묻은 사막을 때릴 때
알 수 없는 것들이 어둠에 닿는다
바람이 많은 곳에서 갈기가 자라고
걸으면서 닳아 가는 발굽이 있고 한가한 주말이 있네
얼룩말은 얼룩말
천적은 사자와 표범 그리고
내일로부터 먼 기다란 다리
두 발을 뗄 때에는 날아가는 기분을 사랑했네 ***
진짜 이름이 뭐예요?
우리는 모두 죽어요
새는 이름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의 창문을 열어야겠지
모래와 얼음이 뒤섞인 검고 붉은 기분 같은 저녁놀
운동화 끈을 풀자 발이 붉다
진짜 이름이 뭐예요?
어둠은 있는 힘을 다해 저녁을 빠져나간다
그녀는 가방에 살아갈 이름을 넣고 자신의 무덤 안쪽을 들여다본다
공중은 발을 망각하기에 좋은 곳
들판으로 죽은 바람이 분다
날아가는 새와 불 꺼진 창 사이
다시 태어난 이름으로 회복하는 중이다
나는 까만 고양이를 밖에 두고 온 사람
어쩌면 그것을 모르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