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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백내장 수술 하나 하고 난 후의
일상이 이토록 엉망진창인데
다른 많은 육신의 아픔을 심하게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은
얼마나 지치고 힘들까 생각하고
어쩜 내 외롭고 고단한 하루 하루조차도
누구에게는 사치스럽게 들릴 것 같아
그들에게는 미안하고
내 자신에게는 이만하면 참 다행이다 싶다.
그나마 나머지 한 눈을 수술하고 나면
온전한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될 테니.
요며칠 내내 하늘이 오락가락 한다.
비가 오다가 흐리다가
잠시 개였다가.
그 틈을 타
용두산 공원도 올라 가 보고
비에 젖은 광복동 거리와 남포동 거리 여기 저기를
다녀 본다.
새로 개업한 카페에 들어 가 커피 한 잔도
맛보고
계속 내리는 비를 비해
지하 상가로 발 걸음을 옮겼다가
다시 잠시 비가 그치면
롯대백화점 옥상 가든까지 올라 가 본다.
좋은 날도 좋지 않고
나쁜 날씨도 나쁘지 않은 요즘
마치 우리네 삶의 한 켠을 만화경으로 들여다 보는 것 같다.
우리네 인생은 다들 그런 걸.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먼 곳에서 바라다 보면 희극이라고.
또한 매일 매일 일희 일비가 교차 하는 것이
내 일상이지 아니한 가.
누구 말대로
반갑게 백만년만에 소식 하나 왔다가
눈 깜짝 하는 순간에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는 인연 인연들.
내 탓도 아니고
그의 탓도 아니다.
그저 마음에 허기가 잠깐 찾아 온 것 뿐이니.
갑자기 배가 고프다.
10층 식당가로 내려가
아주 오랫만에
조방낙지로 허기를 달래 본다.
술 한 잔이 생각 나지만
술 대신 음료를 한 잔 주문한다.
순한 맛을 주문했음에도 내 입에는 맵다.
나이가 들수록 매운 음식을 자주 먹고
좋아하라고 하건마는 그게 잘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즐기는 커피이지만
매운 음식을 먹고나니
커피가 더 당긴다.
다행히 커피 숍은 근처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오늘은 그라운드27을 찾았다.
카페가 큰만큼 손님들도 많고
종업원도 많다.
그럼에도 카페 내부는 넓고 시원하다.
식사도 하고 커피를 마신 후
다시 시내를 한 두 바퀴 돈 후 집으로 오니
어둠이 깔려 온다.
점심을 그토록 거나하게 먹었음에도
살짝 배가 고프다.
언제나 그렇지만
외식은 먹을 때는 맛나고 푸짐하지만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그래서 집밥이 제일인가 보다.
그러나 저녁을 많이 먹을 수는 없다.
샌드위치와 두유 그리고
약간의 야채만 해도 충분하다.
내 육신도 내 영혼도 아직은
그다지 허기지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