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향해 달렸는데 눈이 어둡다 차창에 가면이 비친다 왜 어두울수록 잘 보이는 것일까 터널을 통과하려 속도를 줄이는 순간 누군가 앞으로 내달려 넘어지고 구간과 구간을 넘어서는 중에 보이는 눈을 잃은 얼굴들
가면은 터널안에서 이리저리 비치거나 혹은 흔들리며 제 위치를 찾는다 빛을 찾다가 나침반의 방향을 포기한 어른 들이 착석하고 있다 아이들은 티를 내지 않고 있다 모두들 골몰하던 창밖에 지나온 나무의 색상 까지도 지우고 있다 그 무표정의 눈매 안으로 서로가 서로를 통과하며 비친다 터널에 얼굴이 겹친다 통과하려면 반드시 겹쳐서 비쳐져야 한다 스스슥 한치의 오차도 없이 심판받는 어둠속에서
눈 먼 가면이 유리창에 있다 도심의 빌딩 숲 조명빛에 절여져 납빛이 된 먼 이국의 변검같은
아직 얼굴을 바꾸지 못한 동료들도 동일한 구간을 지나고 있다 같은 색조로 무표정하게 떠다니고 남산 3호 터널 소리를 질러도 알아듣지 못하고 시끄러운 굉음을 통과하고 있는 가면들 가끔씩 사루비아 핀 어린시절의 안쪽을 뺨 위에 붉게 드러내어 보고
기억은 빛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감각을 잃어간다 기우뚱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몸을 버티며 어둠의 구간을 지나고 있다 서로의 가면을 구분할수 없는 밝은 곳으로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