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약사정토’ 왕생을 갈망하다
돈황 제148굴 ‘약사경변상도’
막고굴 벽화 중 가장 규모 커
3련식 구도로 약사경 도상화
경전 내용 풍부하게 표현해내
그림①. 돈황 막고굴 제148굴 동벽 북측 ‘약사경변상도’ 전체 모습. 성당 시기에 그려졌다.
중국 역사상 당대(唐代)는 중국의 문화 예술이 가장 융성했던 최고 절정기였다. 그래서 이를 ‘찬란한 대당세계(大唐世界)’라고 일컫기도 한다. 당대 변상도는 이런 시대성을 잘 반영하고 있으며 돈황 벽화 중에 규모가 가장 큰 제148굴 ‘약사경변상도’를 살펴보면서 당시 문화 예술에 대한 이해를 얻고자 한다.
막고굴의 제148굴의 동벽 북측에 있는 ‘약사경변상도’는 당 현장(旣唆)의 신역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을 기반으로 그려졌으며, 돈황 벽화 중 최고로 큰 폭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 폭으로 구분돼 연결되는 3련식(聯式) 구성인데, 중앙에 약사불국정토, 좌우에는 12대원(大願)과 9횡사(橫死)를 묘사하고 있다.
이런 3련식 구도는 중국 전통의 ‘1당(堂) 2련(聯)’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이와 같은 구성방법은 이 시기 새로운 형태의 벽화 창작으로 흡수되어 나타나고 있다. 수대(隋代)의 단순한 구성의 ‘약사경변상도’에서부터 초당의 ‘약사공양의식’과 ‘약사정토’를 거쳐 성당의 ‘12대원’과 ‘9횡사’에 이르기까지 ‘약사경변상도’는 내용이 완전하고 풍부해졌다. 질병과 재난을 없애고 축복과 장수를 기원하며 과거의 ‘왕생동방약사정토’의 주제가 보다 완전하게 표현된 것이다.
이 경변도는 상·중·하 세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그림의 윗부분에서는 천악(天樂) 무고(舞鼓)가 울려 퍼지며 많은 육신불이 구름 속에 1불 2보살의 형태로 위에는 화개(花蓋)가 달려 있으며 구름을 타고 표표히(飄飄) 흘러가는 모습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황금빛 불꽃이 화개 위쪽으로 부채꼴로 퍼져 광대한 공허까지 비추고 있는데, 이것은 약사여래가 중생의 고통을 보고 육계(흄槌)에서 대방광을 발하여 일체중생의 병고를 소멸하고 안락자재하게 하기 위함이다.
빛의 불꽃 속에서 직사각형의 등(燈)상자가 앙련(仰蓮)위에 놓여있는데, 거기에는 보석상감과 보주로 장식되고 다라니 주문이 새겨져 있다. 화면의 양측에는 중간과 아래 부분에 두 쌍의 다층 조명등이 있다.
전당 건축은 3층 횡렬식으로 서로 연결하는 구조이다. 전각 앞 회랑의 양쪽 끝에는 다층의 화려한 보당(寶幢)이 있다. 뒤에는 화려한 구름으로 둘러싸인 5전각이 불쑥 솟아있으며 중간에 불보살이 거처하며 각 전각은 무지개다리로 연결돼 있다. 동방약사정토의 경옥누각(瓊玉樓閣), 주보연지(珠寶蓮池)에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나 생기 넘치고 영화로운 장면을 연출해내고 있다.
전각 앞에는 좌우로 회랑이 화면을 횡관(橫貫)하고 있는데, 창문이 없으며 내부는 기둥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여러 보살이 우아하고 자유롭고 걷거나 앉아 있으며 새들이 노래하고 있다. 현관의 좌우에는 1불 2보살이 마치 멀리서 오는 것처럼 천천히 걷고 있으며, 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보살도 있다.
화면 중앙에는 약사불이 결가부좌로 화려한 유리 연화대에 앉아 왼손은 선정인을 취하고 있다. 타원형의 후광은 작은 화염 문양으로 그려지고 화염문으로 원형 두광을 형성하고 있다. 위에는 큰 유리 보석 화개가 매달려있으며 약사불 좌우에는 일광보살, 월광보살이 유리 보석이 장식된 연화대에 앉아 있다. 왼쪽의 일광보살은 원형 태양을 손에 들고 있으며 두 보살 모두 머리 위에 유리 보석의 화개가 매달려있다. 뭇 보살과 제자 및 기타 권속들은 약사불의 좌우와 전방의 광대한 중앙 유리평대에 무리를 지어 앉아 있다. 중앙 유리평대는 주위를 난간으로 둘렀으며 무지개 모양의 계단이 놓여있으며 평대의 가파른 벽면은 장방형 벽돌 장식을 하고 격자(格子)는 연꽃 모양으로 처리하고 있다(그림①).
중앙 평대 양쪽에는 단층 전각이 있으며, 전각 내부에는 1불 2보살이 결가부좌로 앉아 있다. 전각의 두 층 누대는 유리로 바닥을 장식하고 가장자리에는 난간이 없으며 많은 공양보살들이 제물을 운반하느라 분주하다. 아래쪽 누대에는 홍교(虹橋) 모양 계단이 연못과 연결돼 있다.
화면 아래 부분 중간의 유리 평대에 깔린 양탄자 위에서는 꽃무늬 치마를 입은 두 명의 무용수가 손에 리본을 들고 춤을 추고 있는데, 호선경무(胡璇勁舞)이다. 그 앞에는 인수조신(人首鳥身)의 두 가릉빈가가 그들을 상대하여 춤을 추고 있는데, 발소리와 북소리 리듬에 맞춰 뛰고 있다. 그 옆에는 좌우 네 개의 유리 평대 위에서는 대형 악대가 연주하고 있다. 상서롭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화면 하단의 양쪽에는 대형 유리 보석 평대가 있으며, 각각에 한 부처님이 앉아 있는데, 보살과 권속들이 에워싸고 있으며 부처님 앞에는 다양한 공양물이 놓여진 긴 탁자가 있다. 화면의 좌우 모서리에는 두광이 없는 6명의 약차 장군이 앉아 있으며, 초당 시기 이래로 열두 명의 약차 장군의 위치는 변상도의 중간 또는 아래쪽에 상대적으로 고정되어 있다.
그림②. 돈황 막고굴 제148굴 ‘약사경변상도’ 좌우 부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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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의 중간과 아래 부분에는 큰 연못이 있는데, 연녹색 맑은 물 위에 연꽃이 송이송이 떠 있고 연꽃에는 수 많은 사바세계에서 왕생한 화생동자가 있다. 초당 시기부터 나타나는 약사변상도의 연못은 성당에 이르러 약사정토 연못은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서방정토변상 연못과 구별이 되지 않는다.(그림②)
조폭(條幅)의 그림은 12폭의 작은 그림으로 나뉘며, 맨 위의 2폭은 1불 3인이며, 아래 10폭은 1불 2속인이다. 화면 속의 약사불은 연화대에 앉아 있으며, 그 앞에는 법문을 듣는 신도들이 있다. 매 설법도 옆에 방제(旁題) 있다. 모두 13개 방제가 있는데 문수청문 1폭 12대원 각 1폭씩이다. 부수적인 방제는 그 흔적만 남아 있다. 12대원의 대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빛이 작렬해 무량무변 세계를 비추고, 32상 80종호에 까지 이르길 바란다. 둘째, 자신의 몸이 유리와 같아 빛이 광대하게 발하기 바란다. 셋째, 중생의 물질 사용에 결핍이 없기를 바란다. 넷째, 사악을 행한 이도 대승의 피난처를 얻길 바란다. 다섯째, 계율을 따르겠나이다. 여섯째, 중생의 형상이 항상 단정하기를 바란다. 일곱째, 모든 병고를 제거되게 하소서. 여덟째, 여자를 혐오하면, 남자로 변할 것이다. 아홉째, 일제 외도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열 번째, 왕법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열한 번째. 좋은 음식을 먹고 몸이 만족하길 바란다. 열두 번째, 가난하여 옷이 없지만, 지금에 만족하고자 한다.
약사불은 단정히 앙련 좌대에 앉아 있으며 원형 두광과 신광 그리고 위에는 화개가 매달려있다. 전방 좌우에 세 명의 속인이 무릎을 꿇고 예불을 드리고 있다. 옆에는 제2대원 즉, “자신의 몸이 유리처럼 밝고 광대하길 바란다.”라는 방제가 있다.
변상도 남측의 조폭 그림은 ‘9횡사(橫死)’를 표현한 것이다. 당 현장(旣唆)의 번역본에 따르면, 그림의 위에서 아래로 줄거리가 나눠지는데 △1횡은 ‘경미하게 아픈데 의사가 없거나 간병인의 오진으로 인한 죽음’ △2횡은 ‘왕의 법에 의해 주살 당해 죽음’ △3횡은 ‘탐욕과 방종으로 남을 해쳐 죽게 됨’ △4횡은 ‘화재로 죽음’ △5횡은 ‘익사’ △6횡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음’ △8횡은 ‘독약, 저주, 원귀 등에 의한 죽음’ △9횡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음’이다.
이 그림은 “모든 유정(有情)들이 등불을 밝히고, 번을 만들고, 복을 닦기 위해 방생하며, 고액(苦厄)이 없길 기원”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의 오른쪽의 전각 안에는 7층 반등(盤燈)이 있는데, 흰 옷을 입은 남자가 등을 공양하고 있다.
전각 안에는 높은 기둥이 직립하고 있으며 밖에는 매달려있는 색번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본 전각에는 약사불이 공양을 받고 있으며, 좌측에는 세 명의 승려가 <약사경>을 염송하고 있다. 좌측 주방에서는 한 스님이 음식을 먹고 있다. 맞은편 열린 공간 큰 탁자 위에는 다양한 음식물이 놓여 있는데, 한 스님이 음식을 먹고 있다. 좌측 상단에는 한 사람이 방생을 하고 있다.
제148굴 약사변상도가 그려졌던 시기는 토번(吐番)이 사주(沙州)를 침략, 관부와 민간 그리고 승려와 돈황의 화가까지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도시와 가정이 파괴되던 때였다. 이런 시대에 변상도를 통해 여유, 행복 그리고 안녕을 추구했는데, 그것이 바로 동방약사정토로 사람들이 갈망하는 행복한 하늘나라였다. ‘12대원’과 ‘9횡사’는 사람들이 갈망하는 건강과 평온, 풍요로운 의식(衣食), 재난의 소멸 및 장수의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