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apple)와 사과(apology어폴로지)
진짜 사과는 아프다
그는 사과apology를 하고 싶었던 거다.
다만, 쑥스럽다는 이유로 그냥 사과apple를 내밀었을 뿐.
사과의 한자를 살펴보면 그 뜻이 분명해진다.
사과의 사謝에는 본래 '면하다' 혹은 '끝내다'라는 의미가 있다.
과過는 지난 과오다. 지난 일을 끝내고 사태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행위가 바로 사과인 것이다.
먹는 사과의 당도가 중요하듯,
말로 하는 사과 역시 그 순도純度가 중요하다.
사과의 질을 떨어뜨리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하지만'이다. '~하지만'에는
'내 책임만 있는 게 아니라 네 책임도 있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런 사과는 어쩔 수 없이 하는 사과,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으로 변질되고 만다.
사과에 '하지만'이 스며드는 순간, 사과의 진정성은 증발한다.
언젠가 정중히 사과를 건네는 사람의 표정을 들여다본 적 있다. 그는 어딘지 힘겨워 보였다.
숨을 내쉴 때마다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왜일까.
엉뚱한 얘기지만 영어 단어 'sorry'의 어원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안함을 의미하는 'sorry'는 '아픈' '상처'라는 뜻을 지닌 'sore'에서 유래했다. 그래서일까.
진심 어린 사과에는 '널 아프게 해서 나도 아파'라는 뉘앙스가 스며 있는 듯하다.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다.
ㅡ 언어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