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장 좋았던 캐릭터와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는?
가장 좋았던 캐릭터: 중전 조수영.
극에서 가장 반전의 재미를 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초반부터 등장한 빌런 조원보는 여느 사극에서 등장하는, 욕망캐라 너무 뻔하다고 생각했는데 중전 캐릭터가 그 클리셰를 소거해주었다. 빌런 서로의 비밀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서는 서로를 무너트릴 수 없는 관계성이 매력적이었다. 또한 이 빌런이 처한 결말까지 마무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죽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아들에 대한 기억도 잃고 미쳐버렸다는 서사가 흥미로웠다.
가장 아쉬웠던 캐릭터: 민재이.
민재이는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데다가 심지어 자신이 살인자로 의심을 받는 상황인데 너무 해맑다. 그녀에게 내시로 들어가 세자와 꽁냥댈 여유가 있나? 감정선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또한 사건 해결을 쉽게 해내는 능력캐인 설정인데 그 설정값이 잘 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민폐여주였던듯 싶다. 세자빈이 죽게 될 것이라는 것과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떠한 대비도 없이 무작정 찾아가 죄를 뒤집어 쓰고, 태강의 존재를 앉아있다가 갑자기 떠올라 무작정 달려드는 캐릭터라 매력이 없었다.
2.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 혹은 가장 아쉬웠던 연출은? (캐스팅, 음악, 미술, 촬영방식, 장면전환 등)
가장 인상깊었던 연출: 5화 칼싸움 장면.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부감샷과 함께 빌런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무빙은 액션신의 박진감을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몰입하게 만드는 신이라 인상깊었다.
가장 아쉬웠던 연출: 재이x세자 러브라인 장면 연출이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특히, 4화 엔딩은 최악이었다. ‘능금은 맛있었느냐?’ 대사 하나에 갑자기 설레는 감정을 억지로 담아낸 느낌. 따뜻한 필터도 작위적이다. 계속 같은 사이즈의 구도만 교차 편집하면서 두 주인공이 웃고만 있는데 이렇게 장면을 연출한 이유를 모르겠다. 엔딩점의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3. 극본의 장점 혹은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캐릭터 관계 설정, 개연성, 핍진성, 흡인력 등)
장점
흥미로운 미스테리 서사
퓨전사극치고 빌런이나 그들의 전사를 추적해나가는 서사가 흥미로웠다. 벽천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중전의 캐릭터를 파헤쳐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사람을 세뇌시키는 미혼술이나 팔찌에 담긴 독의 설정들이 신선했다. 하지만 회차가 늘어지면서 이걸 긴장감있게 살려 연출하는 것에는 실패한 듯 싶다.
단점
부족한 개연성
벽천의 사건으로 인한 조원보나 그의 일가에 대한 복수심은 행위의 동기로서 충분히 작용하고 있다. 또한 명안대군을 왕좌에 올려 벽천에 대한 차별을 철폐시키겠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중전이 갖는 왕에 대한 우호적 감정과 세자에 대한 적개심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세자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대의를 위한 일이라며 일을 실행하는 섬세한 감정선이 깔려있었으면 그나마 개연성이 있어 보일듯하다.
또한 왜 재이를 궁 안에 내시로 들이는지도 설득이 잘 되지 않는다. <구그달>의 경우 사내로 평생을 살아오다가 고리대금업자에게 붙잡혀 궁궐 내 내시가 되는 설정값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그 연결고리가 너무 빈약하다. 또한 <구그달>에서는 라온이가 여인인지 세자도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게 언제 들킬까하는 긴장감이 부여되면서 설정값이 사는 반면, 해당 작품에서는 세자가 이미 알고 있어 세자 앞에서 목소리를 깔면서 사내 연기를 하는 재이의 모습도 어색하게 비춰지고 빌런들에게도 너무 쉽게 정체가 발각돼 아쉬웠다.
흥미롭지 않은 캐릭터 관계성
정혼자인 한성온과 민재이의 애틋한 감정이 실체가 없으니 삼각관계 구도의 긴장감을 전혀 가져가지 못했다. 이 세 명의 전사는 어렸을 적 강에서 우연히 만난 게 전부다. 그럼에도 정혼자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있다는 것부터 납득이 가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재이가 성온과 엮이는 장면이 없어 한성온이라는 캐릭터가 이 삼각구도에 왜 있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모르겠다. 그렇다고 메인 관계성인 이환x재이에 몰입하기도 어려웠다.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걸 답을 정해놓고 어설픈 서사를 푸는 느낌이었다.
유치한 설정값
귀신의 서가 극 전체에 깔리며 복선과 빌런의 목표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인물들이 이 귀신의 서에 과몰입하고 두려워하는 게 납득이 잘 가지 않았다. 또한 극의 톤을 가볍게 가져가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 같지만 명진 캐릭터와 만연당에서의 장난들은 개그코드를 너무 낮게 잡아서 유치하게만 보였다. 추리 서사에서도 태강이의 비밀이 쌍둥이었던 것으로 풀리는 것도 너무 오래 전 드라마에서 쓰인 장치이기에 큰 반전으로 와닿지 않았다.
4. 드라마 외적 요소에 대한 평가 (장르 적합성, 시청률, 방송윤리, 혐오표현, 마케팅 등)
혐한&동북공정 논란
중국의 원작 <잠중록>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라고 논란이 일었다. 이로 인해 한국의 순수 창작극으로 만들 것이라 했지만 소재, 캐릭터, 서사까지 원작의 설정을 차용했다고 한다. 제작 지연으로 1년 넘게 편성이 밀리고 인기도 끌지 못한 작품이라 논란이 쉽게 묻힐 수 있다고 본다. 한편으로는 원작자와 어디까지 협의가 됐을지 내부사정은 모르지만 이 정도의 차용이라면 표절로 볼 수 있지도 않은지 의문이 든다.
전소니 연기력 논란
이미지는 캐릭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부족한 연기력 때문에 민재이 캐릭터의 매력도도 함께 떨어졌다고 본다. 사극 여주는 무리였던듯 싶다.
5. 해당 드라마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개선안
능력캐 츤데레 세자, 캔디 남장여주, k-미신 그리고 빌런 추리 서사까지 퓨전사극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모조리 담았는데도 결과물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오히려 서사가 너무 많아서 산으로 가지 않았나 싶다. 일단, 20부작의 호흡이 너무 길어 전체적으로 늘어졌다. 한 12부작이나 16부작으로 줄이고 1)로맨스 라인을 살려 세 명의 감정선을 더 촘촘하게 만들던지 2)러브라인은 동료인지 애정인지 애매한 긴장감만 주고 추리서사를 살려 탐정 민재이의 캐릭터성을 더 살렸으면 지금 작품보다는 개선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