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23
이재명 당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이 구속되면서 이재명 사법처리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재명 사법처리 국면은 일개 정치인의 부정비리를 넘어 한국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먼저 지적할 것은 이재명 사법처리에 대한 국민 여론이다. SBS의 지난 11월 10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당 탄압을 위한 정치 보복 수사라는 응답은 44.8%,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는 응답은 48.8%로 나타났다.
11월 10일이면 이재명 수사의 윤곽이 상당히 드러난 시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는 응답이 48.8%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 48.6%와 사실상 같은 것이다. 11월 10일경 다수의 여론조사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65.1%인데 그 중 56.0%가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답할 정도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력한 비토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상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현재의 국민여론은 강한 진영대결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이재명 사법처리를 보고 있다. 그리고 윤석열 반대여론의 강도를 고려하면 이재명 사법처리가 진행되더라도 이에 심정적으로 저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00년 이래 민주당의 정치지형은 촛불로 상징되는 직접민주주의, 급진적인 사회경제적 개혁을 주장하는 정치세력이 꾸준히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이들은 노무현, 문재인 정부를 온건, 타협적이라고 비판하며 거리민주주의를 통한 급진적 변화를 주장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여의도 정치의 문맥을 뛰어 넘어 거리 대중과 민심의 힘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 이재명이었다.
이들의 관점에서 지난 대선은 검찰과 같은 기득권층에 의해 조작된 선거로 승복해야 할 정치과정이 아니라 뛰어 넘거나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는 대선 시점에서 이미 존재한 문제임에도 굳이 이재명을 당대표로 선출한 것은 그들이 대선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재명 당대표의 사법처리는 단순한 일개 정치인의 부정비리를 넘어 지난 20년 정도 범야권을 관통해온 정치적 체질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재명의 사법처리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매주 윤석열 퇴진을 외치며 거리 시위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주장은 코미디 그 자체이다.
그들은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되었음에도 이재명 수사에 대한 별다른 입장 없이 윤석열 퇴진 주장을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다. 그들이 밝히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모호하기 그지없고 연설과 주장 모두 터무니없는 논리와 비약으로 가득하다.
흥미 있는 것은 그들의 저항이 미국처럼 물리적인 투쟁으로 발전할 것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필자는 10월 22일 보혁(보수와 개혁/혁신) 대오가 충돌하는 장면을 유심히 지켜 본 바 있다. 보혁을 막론하고 발언이 과격한 것과 달리 그들 모두 행동적으로는 온순하고 평화적이었다. 그 만큼 한국 사회는 폭력행위에 대한 강한 내성을 갖고 있거나 비폭력에 대한 상당한 사회적 합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규모가 어떠하든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 민심의 영향력은 거의 없거나 제로에 가깝다. 이재명 수사를 정치탄압이라 주장하고 윤석열 정부에 대한 강한 저항감을 갖고 있는 국민 다수의 여론도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 민심과 유사하다.
이재명 사법 처리가 나름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남는다.
첫째. 범야권의 질서재편이 가능한가이다. 정상적이라면 이재명 사법 처리를 인정하고 이재명 없는 야권 질서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한국 정치가 다시금 정당정치, 협치로 복원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가는 미지수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이재명 또는 이재명스러움에 너무 깊이 포박되어 있고 이런 경향은 오랜 기간 공고하게 발전해온 민심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좌익 포퓰리즘과 결합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둘째. 이재명 사법처리 이후 윤석열 정부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민주당과의 진영 대치 속에서 나름 인정되는 것이 있지만 진영 구도가 해체. 이완될 경우 온전한 실력을 통해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진정한 실력과 역량을 발휘해야할 시점이다. 아마도 2024년 총선이 승부처일 것이다.
셋째는 민심이다. 이재명 사법처리가 되더라도 민심은 윤석열 정부에 적대적이다. 2023년 정세에서 중요한 것은 안보와 경제이다. 우크라이나. 북핵 문제 등은 한미동맹. 안보의 중요성을 부각하며 윤석열 정부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반면 경제에서 경기침체의 심화는 취약한 윤석열 정부의 지지기반을 위협할 것이다. 아마도 민주당 세력은 서민대중의 생존권을 내세우며 포퓰리즘에 기대고 윤석열 정부와 비판적인 거리를 두고 있던 서민대중이 이에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필자가 보기엔 이 지점이 최대의 승부처가 아닐까 싶다.
민경우 / 시민단체 대안연대 상임대표
데일리안
민경우
1983년 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했으나 입학 후 학생운동을 위해 학교를 중퇴하고, 다음 해 같은 학교 국사학과에 다시 입학해 1987년에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학생회장을 지냈다.
이후 1995년부터 10년 동안 조국통일범민족연합(약칭 전민련) 남측본부의 사무처장을 지냈지만 다른 운동권과는 달리 제도권에 발을 들이면 기득권이 되는 것이라며 정계에 발을 들이지 않았다.
현재 대안연대 상임대표 겸 민경우수학교육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