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치(治)를 논(論)하다
一. 외감(外感)의 두통(頭痛)은 표증(表證)이 있는 점에서 살필 수 있다.
신(身)이 반드시 한열(寒熱)하고 맥(脈)이 반드시 긴삭(緊數)하며 청체(淸涕)가 많거나 해수(咳嗽)를 겸하거나 척배(脊背)의 산통(痠痛)을 겸하거나 항강(項强)을 겸하여 좌우(左右)로 돌아보지 못하니, 이는 모두 한사(寒邪)가 경락(經)에 있어서 그러한 것이다.
한사(寒邪)를 산거(散去)하면 그 통(痛)이 저절로 그치니, 천궁(川芎) 세신(細辛) 만형자(蔓荊子) 시호(柴胡)의 종류(類)가 모두 가장 마땅하다. 만약 한(寒)이 심(甚)하면 마땅히 마황(麻黃) 계지(桂枝) 생강(生薑) 총백(蔥白) 자소(紫蘇) 백지(白芷)의 종류(類)로 하여야 하니, 그 허실(虛實)을 따라 가감(加減)하여야 한다.
一. 화사(火邪)의 두통(頭痛)은 비록 각 경(經)에 모두 화증(火證)이 있지만, 유독 양명(陽明)에 가장 많다. 바로 양명(陽明)의 위화(胃火)는 두면(頭面)에 성(盛)하여 두유혈(頭維)에 직접 도달(達)하므로 그 통(痛)이 반드시 심(甚)하고 그 맥(脈)이 반드시 홍(洪)하며 그 증(證)은 반드시 내열(內熱)이 많고 혹 두뇌(頭腦)가 지끈지끈(:振振zhenzhen) 통(痛)하면서 창(脹)을 겸하니, 표사(表邪)가 없다면 반드시 화사(火邪)이다.
양명(陽明)의 화(火)를 치료(治)하려면 백호탕(白虎湯)에 택사(澤瀉) 목통(木通) 생지황(生地黃) 맥문동(麥門冬)를 가한 종류(類)가 지고(至高)한 세(勢)를 누르는(:抑) 것보다 나은 것이 없으니, 그 효(效)가 가장 신속(速)한다. 다른 경락(經)의 화(火)에 대해서는 작약(芍藥) 천화분(天花粉) 황금(黃芩) 황연(黃連) 지모(知母) 황백(黃栢) 용담초(龍膽草) 치자(梔子)의 종류(類)를 선택(擇)하여 쓰지 않을 수 없다.
단지 화(火)를 치료(治)하는 법(法)에서 승산(升散)으로 좌(佐)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으니, 외사(外邪)의 화(火)는 산(散)하여 거(去)할 수 있지만 내울(內鬱)의 화(火)는 승(升)을 얻으면 더 치(熾)하게 되므로 이를 기(忌)하는 것이다.
一. 음허(陰虛)의 두통(頭痛)은 곧 혈허(血虛)의 속(屬)이니, 구병(久病)에 대부분 있다.
그 증(證)은 대부분 수(水)가 휴(虧)로 인하므로 허화(虛火)가 쉽게 동(動)하니, 화(火)가 동(動)하면 통(痛)하고 반드시 번열(煩熱) 내열(內熱) 등의 증(證)을 겸한다.
그 치료(治)는 마땅히 장수(壯水)를 위주로 하여야 하니, 당연히 자음팔미전(滋陰八味煎) 가감일음전(加減一陰煎) 옥녀전(玉女煎)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화(火)가 미(微)하면 마땅히 육미지황환(六味地黃丸) 사물탕(四物湯) 삼음전(三陰煎) 좌귀음(左歸飮)의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一. 양허(陽虛)의 두통(頭痛)은 곧 기허(氣虛)의 속(屬)이니, 또한 구병(久病)에 있다.
그 증(證)은 반드시 오래도록 근심하고 두려워하여(:戚戚悠悠) 수명(羞明)하거나 외한(畏寒)하거나 권태(倦怠)하거나 식음(食飮)이 달지 않으며, 맥(脈)이 반드시 미세(微細)하고 두(頭)가 반드시 침침(沈沈: 흐릿하다)하며 음(陰)을 만나면 통(痛)하고 한(寒)을 만나도 통(痛)하니, 이는 모두 양(陽)이 허(虛)하고 음(陰)이 승(勝)하여 그러한 것이다.
그 치료(治)는 마땅히 부양(扶陽)을 위주로 하여야 하니, 이음전(理陰煎) 이중탕(理中湯) 십전대보탕(十全大補湯)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의 종류(類)에서 모두 선택(擇)하여 쓸 수 있다. 혹은 오복음(五福飮) 오군자전(五君子煎)에 천궁(川芎) 세신(細辛) 만형자(蔓荊子)를 가한 종류(類)로 양기(陽氣)를 승달(升達)하는 것이 최선(最善)의 치료(治)이다.
一. 담궐(痰厥)의 두통(頭痛)은 여러 옛 방서(方書)에는 모두 이러한 명목(名目)이 있다. 그런데 내가 이를 논(論)하여 보니, 반드시 다른 원인(因)이 있다는 것이다. 단지 두통(頭痛)하면서 담(痰)을 겸하는 경우는 있지만, 반드시 담(痰)으로 인하여 두통(頭痛)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담(痰)을 겸하면 반드시 구오(嘔惡) 흉만(胸滿) 협창(脇脹)하고 혹 해수(咳嗽) 기조(氣粗) 다담(多痰)하니, 이럴 경우 담(痰)을 겸하여 치료(治)하지 않을 수 없다. 마땅히 이진탕(二陳湯) 육안전(六安煎) 화위음(和胃飮) 평위산(平胃散)에 천궁(川芎) 세신(細辛) 만형자(蔓荊子)를 가한 종류(類)로 주(主)하여야 한다.
만약 다담(多痰)에 화(火)를 겸하면 마땅히 청격전(淸膈煎)이나 이진탕(二陳湯) 육안전(六安煎)에 황금(黃芩) 천화분(天花粉)을 가한 종류(類)을 써서 주(主)하여야 한다. 화(火)가 심(甚)하면 석고(石膏)를 가하여도 된다. 만약 다담(多痰)에 허(虛)를 겸하면서 두통(頭痛)하면 마땅히 금수육군전(金水六君煎)이나 육군자탕(六君子湯)에 천궁(川芎) 세신(細辛)을 가한 종류(類)를 참작(酌)하여 써야 한다.
동원(東垣)은 담궐(痰厥)의 두통(頭痛)으로 오심(惡心) 번민(煩悶)하고 두선(頭旋) 안흑(眼黑)하며 기(氣)가 단촉(短促)하고 상천(上喘) 무력(無力)하며 나언(懶言)하고 심신(心神)이 전도(顚倒)하며 눈을 못 뜨고는(:目不開) 마치 풍운(風雲) 속에 있는 것과 같고 두(頭)가 찢어지듯이 고통(苦痛)하며 신(身)이 산(山)과 같이 무거우며(:重) 사지(四肢)가 궐랭(厥冷)하며 안와(安臥)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治)하였다.
예로 범천래(范天騋)의 처(妻)가 두 번의 하(下)로 인하여 두통(頭痛)하였을 때 반하백출천마탕(半夏白朮天麻湯)을 썼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