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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없는 나.
거의 모든 것에 재능이 없는.
그런데
그 재능없는 것들 중에도
가장 재능없는 것에
더욱 관심이 가고
애정이 간다.
사람에게도.
때로는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사람에게 끌리는 게
그런 경우다.
취향도
성격도 맞지 않는
그런 것들이나
사람에게.
미술 또한 그렇다.
전혀 재능은 커녕
솜씨조차 하나 없으면서도
예술가를 존경하고
그의 작품을 사랑한다.
오늘 그 중의 한 사람.
미셸 앙리의 작품을
보러 갔다.
원래는 지난 주
시립박물관에 조선의 기록과 문화전 인
만세에 전하노니를 보러갈 때 함께 보려 했으나
체력이 받혀주지 않아
포기 했다.
그래서 일주일을 미루었다가 오늘에 야
드디어 앙리의 작품전을
보러 가게 되었다.
뛰어난 모든 예술가가 다 그렇지만
그 또한 어릴적부터
미술에 대한 천부적 재능을
드러내었다.
꽃을 사랑하고
색체를 사랑한 예술가.
추상미술이 한창 유행일 때
고집스럽게
구상을 주장한 화가.
그의 그림 거의 모두에는
꽃이 들어 있다.
정물에도 꽃이 있고
풍경에도 꽃이 있다.
미술관 안의 사람들이
전시장 안의 풍경이고
꽃이 듯.
젊은 여성도
어린 소녀도.
그리고
그의 작품 역시 대부분
삼각형 구도를 가지고
있다.
퐁네프 다리 앞에
잠시 걸음이 멈췄다.
파리 방문했을 때
조심스레 건너보았던
그 다리.
내 인생의 화양연화.
붉은 색을 미친듯이 사랑한
사람이기도 하다.
양귀비는
꽃병에 꽂을 수 없다고 한다.
다른 꽃은 물을 빨아들이지만
물병에 꽂힌 양귀비는
반대로 수액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그다지 세심하게 작품들을
바라보지 않았음에도
한 시간이 훌쩍 흘렀다.
마침 옆 강당에서는
부산 청소년 합창제가 열리고 있어
그 마저도 보고 나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
근처 식당 아무데나
들렀다.
생선구이 전문점.
그리고 난 후 찾아 온
전포동 카페 거리에 있는
대형 카페 옾 코스.
전포 카페 거리에서
가장 큰 카페다.
주문한 메뉴는 게이샤 위시드.
게이샤.
그녀가 좋아하던 커피.
12000원.
일반 원두보다 좀 더
비싸다.
오늘같은 날은
커피에 조금 사치를 부려도
좋을 것 같다.
게이샤.
목넘김이 참 부드럽다
담콤한 혀가 입술을
조심스레 파고들 듯.
카페를 나오니 소녀들이
군무를 추고 있다.
예쁘다.
분홍이.
내 하루도 이 분홍처럼
지금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