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8/ 그 견고한 여리고성을 무너뜨린 이스라엘의 함성에는 어떤 힘이 있었는가?
이에 백성은 외치고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매 백성이 나팔 소리를 들을 때에 크게 소리 질러 외치니 성벽이 무너져 내린지라 백성이 각기 앞으로 나아가 그 성에 들어가서 그 성을 점령하고(수 6:20)
군인들은 훈련 중에 종종 '함성'을 지른다. 모든 힘을 끌어모아 한순간 뿜어내는 함성은 마치 에너지의 폭발처럼 들린다. 운동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도 그들을 응원하는 관중도 종종 한목소리로 함성을 지른다. 여리고성이 이스라엘 백성의 함성으로 무너졌다는 성경 기사는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비록 함성이 에너지의 분출처럼 들린다 하더라도 어떻게 그 견고한 성이 함성으로 무너질 수 있겠는가? 함성 그 자체로는 절대로 성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어떤 힘이 작용하였는가?
여리고는 사해를 지나 요단 동편에서 가나안으로 들어올 때 만나는 첫 관문이다. 이 도시는 몇 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지형상의 특징에서 온 것으로 '지상에서 가장 낮은 도시(the world's lowestcity)'라는 별명이다. 이 도시가 해수면 하 298미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역사적인 특징에서 온 것으로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the oldest city)'라는 별명이다. 그것은 1952~58년에 그곳을 발굴한 영국의 여성 고고학자 캐슬린 캐년(Kathleen Kenyon)에 의해 거기에 지상에서 가장 오래전부터 도시가 형성되어 있었음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도시는 워낙 종려나무가 많기 때문에 종종 종려나무의 도성'이라고 불린다.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수아의 지휘 아래 함성으로 여리고를 무너뜨렸다. 그리고 일찍이 모세를 통해 주신 "너는 그들을 진멸할 것이라"(신 7:2)는 지시대로 "성중에 있는 것을 다 멸하되 남녀 노유와 우양과 나귀를 칼날로 멸하수 6:21)였다. 이렇게 한 것은 제1권의 102번 문제에서 설명한 것처럼 당시 그들의 도덕적 상태가 노아 홍수에 비견될 만큼 타락하였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여리고는 타락한 가나안 종교의 중심지였다. 화잇은 당시의 여리고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가나안 땅에서 가장 크고 견고한 성 중 하나인 부요한 여리고성읍은 길갈에 있는 이스라엘 진영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비옥한 평원의 변경에 자리잡고 있어서 열대 지방의 윤택한 각종 생산물이 풍부했고 사치와 죄악의 소굴인 궁전과 신전이 있고 그 뒤에 육중한 성벽이 둘러 있었다. 여리고는 우상 숭배의 본거지 중 하나인데 특히 달의 여신 아스다롯을 섬기는 곳이었다. 이곳은 가나안인들의 종교 중 가장 비열하고 가장 부패한 모든 것의 중심지였다(부조, 487).
이런 곳이었기에 이스라엘은 반드시 여리고를 정복해야만 했다. 흥미로운 것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성경이 이 여리고성이 이스라엘 백성의 '함성으로 무너졌다고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지난 40년 동안 광야를 지나오면서 시시때때로 불신과 반역의 정신을 드러내었다. 그런 그들이 함성을 지른다고 여리고성이 무너지다니. 이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 여호와께서 그들에게 내린 명령부터 다시 확인해보자.
너희 모든 군사는 성을 둘러 성 주위를 매일 한 번씩 돌되 엿새 동안을 그리하라 제사장 일곱은 일곱 양각나팔을 잡고 언약궤 앞에서 행할 것이요 제칠 일에는 성을 일곱 번 돌며 제사장들은 나팔을 불 것이며 제사장들이 양각나팔을 길게 울려 불어서 그 나팔 소리가 너희에게 들릴 때에는 백성은 다 큰 소리로 외쳐 부를 것이라 그리하면 그 성벽이 무너져 내리리니 백성은 각기 앞으로 올라갈지니라(수 6:3~5).
참으로 이상한 지시이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하나님께서는 어떤 의미로 이런 명령을 내리셨을까? 이 지시에서 가장 많이 반복되는 단어는 숫자 '일곱이다. 4절에만 네 번, 6장 전체에 열네 번 나온다. 잘 알려진대로 7은 완전 수로 하나님의 역사와 관련된 수이다. 무엇보다 하나님은 7일 동안 천지를 창조하셨다. 이번도 7일 동안에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이런 의미의 7이 강조된 것은 여리고 정복은 전적으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는 뜻이다.
이것과 함께 백성에게 주어지는 매우 특별한 지시가 있다. 그것은 여리고를 도는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마지막결정적인 순간까지 완벽한 침묵을 유지하여야 했다. “너희는 외치지 말며 너희 음성을 들리게 하지 말며 너희 입에서 아무 말도 내지 말라 그리하다가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여 외치라 하는 날에 외칠지니라"(수6:10)는 지시가 내려졌다. 왜 이런 지시를 하셨을까?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의 '침묵행진'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고 하셨을까? 그건 다름 아니라 하나님의 일을 수행할 그들의 마음이 믿음으로 충만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지금까지 그들은 불평, 불만, 불신의 세월을 지내 왔다. 그런그들이 다시 할례를 받고 이제 약속의 땅을 받을 거룩한 과업을 수행하여야 했다. '침묵행진'은 입은 다물고 몸은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하려면 하나님의 지시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믿음이 있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이 그렇게 하였다. 이게 무슨 짓이냐며 투덜거리지도 않았고 반신반의하며 어기적거리지도 않았다. 화잇은 이렇게 설명한다.
성벽을 최후로 무너뜨리기 전에 오랫동안 이런 의식을 계속하게 한 이 모든 계획은 이스라엘 백성 중에 신앙심을 계발시킬 기회를 주시고자 함이었다. 이는그들의 힘은 인간의 지혜나 그 능력에 있는 것이 아니요 오직 그들의 구원의 하나님께 있다는 것을 마음속에 감명시키려 하심이었다. 이리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전적으로 그들의 거룩하신 지도자를 의지하도록 숙달되어야 하였다(부조,493).
히브리서 기자는 그 사실을 근거로 이스라엘 백성이 "믿음으로 칠일 동안 여리고를 도니 성이 무너졌"(히 11:30)다고 말한다. 그렇다. 이스라엘 백성은 이때 '믿음으로' 성을 돌았다. 그들은 믿었다. 그래서 엿새 동안 "아침에 일찍 일어나"(수 6:12) 기도하며 성을 돌았다. 그렇게 돌면서 그들은 하늘의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며 약속을 붙잡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백성은 장대하며 그 성읍은 크고 그 성곽은 하늘에 닿았"(신 1:28)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역사를 구할 마지막 외침을 기다리며 믿음으로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일곱째 날이 되었다. 그들은 "일곱째 날 새벽에 일찍이 일어"(6:15)났다. 그날은 다른 날과 달리 한 바퀴가 아니라 일곱 바퀴를 돌아야 했다. 그래서 더 일찍 일어났을 것이다. 그렇게 일곱 번 돌기를 마친 후 긴 행렬은 멈추어 서고 한동안 조용하였다. 모든 백성의 눈이 여호수아의 입을 향하고 있었다. 마침내 그의 입이 열렸다. '외치라 긴 침묵 끝에 터져 나온 모든 백성의 함성에는 엄청난 힘이 있었다. 그건 단순한 함성이 아니라 믿음의 폭발이었다. 이스라엘이 침묵하던 6일은 그야말로 시인의 노래처럼 "언어가 없고 들리는 소리도 없으나 그 소리가 온 땅에 통하"(시 19:3~4)는 순간이었다. 사람의 소리가 없어지는 순간 하나님의 소리가 통하게 된 것이다. 온 이스라엘 회중이 한마음이 되어 하나님의 역사를 믿음으로 고백하는 그 소리가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견고한 성 여리고를 무너뜨린 것이다.
여호수아는 백성에게 마지막 순간 외치라고 했는데 그 외친 내용이 무엇인지는 성경에 기록되어 있지 않다. 아마도 그냥 합성이었는지 모른다. 1929~1939년에 영국 고고학자 존 가르스탱(John Garstang)이 공식적으로 여리고를 처음 발굴하였다. 그가 리버풀(Liverpool)대학교에서 그 발굴 결과를 보고하고 있었다. "벽은 모두 허물어져 무너진 채였고, 심한 화재가 있었던 흔적이 역력하다"는 보고를 하고 있었다. 그때 음악과 교수가 여리고를 무너뜨린 그 함성의 음계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가르스탱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그 음악 교수가 Bb이라고 하였다. 어리둥절하던 사람들이 곧 폭소를 터트렸다. 왜냐하면 그 뜻은 'Be flat' 즉 '평지가 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