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리뷰
이철우 대본 및 작곡, 녹두 역에 바리톤 조지훈
동학농민 혁명이 제130주년을 맞았다. 전봉준 장군 일대기를 그린 다양한 예술장르가 있지만 이번에 특별히 창작오페라 ‘녹두’(예술총감독 조장남)를 (사)호남오페라단이 공연한다. 오는 5월 10일 오후 7시 정읍사예술회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조병갑의 폭정이 발단이 되어 전봉준 장군이 봉기를 결심하면서부터 우금티 전투의 패전 이후 사형을 당하기까지의 역사적 파노라마를 슬픔의 강이 차갑게 흐르는 아리아와 비감어린 대사, 불의에 항거하는 기백 넘치는 합창 등 다양한 오페라적 소재들을 진설해 녹두장군의 혁명사를 기념한다.
이철우의 작곡과 대본으로 틀을 짜고 조장남 예술총감독과 김어진 연출이 옷을 입힌 ‘녹두’는 전봉준 역에 바리톤 조지훈을 비롯, 김개남장군 역에 테너 박진철, 이향 소프라노 김은경, 악역인 조병갑에 베이스 김대엽, 손화중 장군 및 전창혁 역에 베이스 이대혁, 최경선 장군과 김도삼 역에 베이스바리톤 김지섭, 김경천과 고부성 이방 역에 최요섭, 덕쇠 역에 이사야, 정익서와 재판관 역에 김성진 등이 열연하며 도창(道唱) 신정혜의 소리로 녹두의 절정을 절절하게 표현한다.
뛰어난 전술 전략으로 황토현전투 대승
호남오페라단의 조장남 예술총감독은 오페라 녹두를 통해 ‘역사를 잃는 민족은 미래가 없는’ 만큼 전봉준 장군이 시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헤쳐나갔는지를 상기하고, 외세든 권력이든 저항정신이야말로 인류 발전의 소중한 원동력이라는 시대정신을 일깨워주고자 이번 오페라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전봉준 장군은 유난히 키가 작아 ‘녹두(綠豆)’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얼굴이 하얗고 눈빛은 형형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서당 훈장을 지낼 만큼 지식을 갖춘 향촌 지식인으로 1890년대 초 손화중과의 만남을 전후로 동학을 접하게 된다. 종국에 동학사상을 너무도 사랑했던 녹두는 동학의 사상과 조직을 이용해 민족·민중항쟁인 동학농민혁명을 이끌게 된다.
뛰어난 전략·전술로 황토현전투에서 관군과 싸워 대승을 거두었는데 이는 동학농민혁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황토현전투는 동학농민군이 관군에 대항하여 최초로 대승한 날로 혁명의 전략과 세력이 결집, 동학농민혁명의 위대성을 부각시키기에 충분했다. 정부도 이를 인정해 황토현전투를 ‘동학농민혁명 기념일’로 제정, 매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다.
우금치 전투의 패배와 그 이후
오페라는 4막으로 전개되며 제1막 조병갑의 폭정으로 시작된다. 1893년 조병갑의 생일날 조병갑의 폭정과 당시 관료들의 부패한 상황을 보여주는 가운데 전봉준 장군의 부친인 전창혁(전기창)이 조병갑에게 항의하다가 죽임을 당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전봉준 장군이 봉기를 결심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이 현장이다.
제2막에서 정읍 황토현 농민군 진지에서 1894년 4월(음력) 병사들은 ‘일어나라! 백성들이여!’를 외치며 분연히 일어선다. 조병갑의 폭정에 ‘탐학 수령을 처벌함으로써 보국안민(輔國安民)하겠다.’는 6728 포고문을 배포한 후 전주성으로 진격한다.
제3막은 전라북도 삼례에서의 재봉기 진영을 무대로 1894년 9월(음력), 도창 신혜정이 폐정 개혁안을 중심으로 동학농민혁명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시작하고, 낭자군,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최경선 장군들의 회의 끝에 급변하는 정국의 상황에 따라 결국 한양으로 진격할 것을 결의한다.
제4막은 우금치 전투의 패전으로 인해 대부분 동학군들이 전사한 상황에서 전봉준 장군이 하늘을 향해 한탄하며 나라를 구해달라고 호소한다. 전봉준은 후일을 준비하자며 첩자인 줄도 모르고 미리 파견한 김경천이 있는 피노리(김경천의 거처가 있는 곳)로 피신한다. 이어 1895년 3월 29일 전봉준을 비롯, 손화중, 김덕명, 최경선 장군 등이 사형선고를 받으며 이들의 혼을 위로하는 진혼곡과 전봉준 장군의 아리아 ‘나 돌아오리라!’가 합창과 독창으로 이어지며 막을 내린다.
글 김종섭
일시 : 5월 10일(금) 오후 7시
장소 : 정읍시예술회관
[출처] 동학혁명 130주년 기념창작오페라 ‘녹두’|작성자 클래식 잡지 월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