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도 꺼버린 일요일 느긋한 아침.
우리집에 다니러온 딸의 고양이가 꾹꾹이로 나름 큰모임의 후유증을 앓는 나를 깨운다.
오늘은 가을이 얼만큼 내게로 왔을까 설레며 창문을 여니 찬바람이 훅 하고 기다린듯
내작은 거실로 들이 닥친다.
제법이다.
이제 정말로 가을 이구나 싶다.
아무렇게나 심었던 강아지풀이 마른 허수아비 머리처럼 비틀어져 있는게 이제서야 눈에 든다.
사과 한 알 그냥 베어 무니 입에서 터진 과즙이 주르륵 흘러 내리는게 영 불편해서 물었다.
늙어 입단속이 안되는 거니?
아니 그냥 많이 베어 물어 그런거야.
별걸 다 나이탓이래.
췟~
산이 아니라기에 그냥 트래킹이라기에
올겨울 시골 김장 도우려고 꼬깃꼬깃 아끼고 아끼던 연차를 하나 꺼내 주고
트래킹 표를 얻었다.
가을이 엿보는 산도 궁금 하고
산을 좋아 하는 친구들도 궁금 해서...
역시
산을 좋아 하는 친구들은 늘 그렇듯 신선하고 멋있다고 생각 했다.
참 잘한 선택이야.
닉도 이름도 잘알지 못하고 무리에 섞인 나는 또 부끄러움이 올라 온다.
산을 좋아 하는
노랑 병아리 같다고 생각한
날렵한 노란이를 따라 돼지 소풍 가듯
하나 둘 셋 넷 머리수를 세고 따라 나섰다.
그녀의 높은 텐션과 긍정적인 에너지에 절로 나도 신이 나서
산아래에 붉어 오던 부끄러움을 걸어 두고 비장한 맘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뭔 비장씩이나..허나 내겐 비장의 각오가 필요한 부분이다.
무리들이 잘도 올라 간다.
어쩜 저것들은 나이도 무색하게 저리도 잘 다닐까..
나는 뒷꿈치가 자꾸만 무거워 쳐지는 발걸음에 그래도 조금 앞선 엉댕이 다독 거려 일행을 따라 잡으려 애썼다.
늦은 아침으로 먹고 나온 빵 한조각이 어설펐을까..허기가 진다.
군장 메고 행군하는 군인들도 이리 배가 고팠을까..
챙겨간 과자 한두개로 허기를 속이며 드디어고개를 넘었다.
아~~시원해.
이맛이구나.
저 친구들은 이맛을 아는 게지.
별 관심도 흥미도 없는 일상을 살짝 비껴
참여한 트래킹이 신선한 하루였다.
10년이 지났지만 별로 잘알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시간이 새로운 시간 이었다.
며칠전부터 마시고 싶었던 소주도 몇 잔 마시고 몇년만인가 노래방도 가게 되었다.
나를 아는 몇인간들은 내가 얼마나 열심을 다해서 노는지 알겠지만 너무 많은 친구들 앞이라 또 부끄러움에 속이 떨린다.
아무도 안믿겠지만 나는 어제 많이 부끄러웠다.
그렇다 치고 노래방에서 예약번호가 비어 있던건 첨 봤다.
친구들이 나보다 더 부끄러웠을까?
그래도 나는 좋았다.
친구들아 닉도 이름도 잘 알지 못했지만
참 즐거웠단다.
너희들의 하루 하루의 건강한 안녕을 기원하며
준비한 여러 친구들의 노고에 감사 하며
담에 또 보자.
딸아이가 연어초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어젯밤 시킨 연어가 새벽에 와 있었다.
이제 딸아이 깨워 일요일 느긋한 아침을 즐겨야 겠다.
울딸은 좋겠다~~~
엄마가 연어 초밥도 해주고..
안녕~~~
씨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익
첫댓글 어제. 만나서 반가웠으. 노래를 진심으로. 잘하는. 너를 봤으. 자주보자!!
어쩜 저것들은 나이도 무색하게 저리도 잘 다닐까..
ㅋㅋㅋㅋㅋㅋ
아는인간 하나 있었자너
늪이라구 ㅋㅋ
어제 산타는 모습보니 힘들어하더니
백숙먹을때는 귀염뽀짝 모드더만 푹셔^
양방의 한강님~
늘 건강하소
네가 노래방까지 따라 온 게 몇 년만이었는 지 ..
그리도 반갑더만.
산 아닌 줄 알고 따라간 선택, 탁월했어~ㅎ
수고들 하셨소이다~
글이 참으로 아름답고 이쁘네.
자주 모임에 참석하고.
역시 글 잘써~~~재밌어~
나에겐 고성댁이 노벨상이야~~~
목소리는 가냘픈데 성량은 풍부하던데
짱임!!
~~
즐 ~휴일~^^
노래하는데 매력이 넘치더라
반가웠어~^^
귀신 꿈 이야기부터 ㅋ 반가웠어 꽁지.
매력잇어 ~^^
자고 일어나니 온 몸이 쑤시고 아프네
아마도 고성댁을 그윽하게 보려 했는데
느끼하게 보다가 늪에게 한 방 맞은듯 해
취기가 가시지 않는 일요일
기억의 파편들 속에
아직도 소녀의 눈을 가진 너의 눈과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듯
만나서 반가웠어
용차니는 잘 드갔지?
내가 봤어. 늪이 너에게 한방 날리는거..
귀욤 매력덩어리
고성댁 자주좀 봅시다~^^
친구들을 향한 너의 설렘과 부끄러움 그리고 반가움이 그윽하게 묻어나는 글이네.^^